8월 초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ETF 거래대금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투자자금이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2002년 첫 ETF가 나온 후 9년 만에 100개를 넘어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고 ETF 보수를 깎아 주면서 ETF 투자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랩을 비롯한 다양한 ETF 관련 상품들도 잇달아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 역시 넓어지고 있다.


변동성 장에서 빛난 ETF 투자 매력
이번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ETF 거래가 급증한 것은 지수 급락을 이용, 간편하게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ETF 거래가 급증한 것은 지수 급락을 이용, 간편하게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TF는 특정 지수 및 자산 가격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운용하는 인덱스펀드를 KRX에 상장시킨 상품이다.

주식처럼 ETF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펀드에 가입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일반 펀드와 달리 판매사나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증권계좌만 있으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전화 등을 통해 간편하게 실시간으로 직접 매매가 가능하다.

이번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ETF 거래가 급증한 것은 지수 급락을 이용, 간편하게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서 반등을 노린 레버리지 ETF는 전체 상장종목 중 거래대금 1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효율적인 분산투자와 낮은 거래 비용, 높은 투명성 등도 매력으로 꼽힌다. ETF는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 및 판매 보수가 매우 낮다. 국내 상장 ETF의 보수는 0.5% 내외로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 평균 보수(2%)의 4분의 1 수준이다.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는 연말까지 거래세를 면제받으며 다른 기초 자산을 토대로 하는 ETF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낸다.


상장 ETF 100개 돌파

ETF 시가총액은 지난달 12일 8조1790억 원으로, 작년 말(6조632억원)보다 2조1158억 원(34.89%) 증가했다. ETF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설정액이 증가한 까닭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ETF가 잇달아 상장됐기 때문이다.

KRX에 상장된 ETF는 7월 말 101개로 100개를 넘어섰다. 2002년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처음 상장된 지 9년 만이다. 2002년 ETF 출시 초기에는 코스피2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2006년 업종 ETF가 나오고 2007년에는 해외 ETF까지 출시됐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후에는 상품이 더욱 다양해졌다. 원자재와 환율에 투자하는 ETF와 파생형 ETF도 등장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 이어 펀더멘털과 커버드콜 ETF 등도 나왔다.

국내 지수뿐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상장됐다. KRX는 기존 액티브펀드를 본뜬 ‘액티브 ETF’를 도입하고 수익 구조가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한 ‘인핸스드 ETF’를 늘려갈 방침이다. 장기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도 부여할 계획이다.


ETF 투자 시 유의점

ETF 투자 시에도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ETF의 회전율을 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회전율은 전체 상장 ETF가 연간 몇 회전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백분율을 말한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거래가 잘 된다. ETF의 원활한 거래를 돕는 유동성공급자(LP)가 있긴 하지만 원하는 시점에 최우선 호가에 사고팔려면 자체적으로 거래가 활발해야 한다.

윤종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ETF 간에도 환금성 차이가 큰 만큼 높은 환금성을 기대한다면 투자 대상 ETF의 회전율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6월 개별 ETF의 회전율을 분석한 결과 주식 회전율이 높은 상품은 1179.1%에 이르렀지만 낮은 상품은 0.1%에 그쳤다.

유형별로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주식 회전율이 평균 557.9%로 가장 높았다. 반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구조화 ETF의 회전율은 2.6%로 가장 낮았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경우 세금이 다르게 부과되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해외 ETF는 1년 동안 내야 할 세금이 매매차익 가운데 250만 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주민세 포함 22%)만 내면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거액의 자산가라면 같은 액수를 투자하더라도 해외 펀드보다 해외 ETF 투자로 더 큰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ETF 보수를 깎아 주면서 ETF 투자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ETF 보수를 깎아 주면서 ETF 투자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사 ETF 관련 상품 출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지난 4월과 5월 ‘TIGER200 ETF(0.34%→0.15%)’와 ‘TIGER 그룹주 ETF 3종(0.40%→0.27%)’의 총보수를 인하한 데 이어 7월에도 ‘TIGER KRX100’의 총보수를 연 0.46%에서 0.22%로 인하했다. ETF 투자자 저변 확대를 위한 포석이다. 이에 부응해 미래에셋증권은 KRX에 상장된 모든 ETF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온라인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ETF 랩어카운트를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KRX에 상장된 주요 ETF를 랩어카운트로 투자하는 ‘Best ETF 랩’을 판매 중이다. 하나대투증권도 지수형과 레버리지, 인버스 등 ETF로 운용하는 ‘하나 액티브 ETF 적립식 랩’을 출시했다. SK증권에는 ‘Xpert ETF 랩’이 있다. 이 밖에 대부분 증권사들도 ETF 랩을 구비하고 있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은 ETF의 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월 약정일에 지정된 ETF를 매수할 수 있도록 자동매수 주문을 실행하는 서비스다. 특히 삼성증권은 지정한 ETF에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해당 기간 매수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장기 적립 우대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해외 ETF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도 있다. 대우증권은 미국 증시 14개 대표 ETF에 투자하는 ‘미국 대표 ETF 랩’과 중국 A증시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가 편입되는 ‘대우 china direct 랩’을 운용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글로벌 원자재 ETF에 투자하는 랩을 판매 중이다. 이 랩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 SE)에 상장된 14개 주요 원자재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들이 투자 대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G2 ETF 랩’ ‘MIKT ETF 랩’을 운용 중이다. 동양종금증권도‘동양 Global Emer-ging ETF’를 출시했다.

서정환 한국경제 기자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