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맞수로 떠오른 부티크 로펌은?

수많은 중소 로펌들이 생존 전략으로 전문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부티크 로펌은 소수다. 치열한 법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부티크 로펌들을 보면 무수한 리스크를 견디고 한 우물만을 파 온 1세대 전문 변호사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거대 로펌의 명성과 힘에 맞서 독자 영역을 구축한 ‘다윗’들이다.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 ‘다래’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 ‘다래’
‘1세대 부티크 로펌’ 법무법인 ‘한얼’은 기업법 중에서도 인수·합병(M&A) 분야의 강자다. 대형 로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M&A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골리앗에 뒤지지 않는 다윗’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얼은 1997년 온라인 M&A 중계 컨설팅회사로 출발해 이듬해인 1998년 M&A 전문 부티크 로펌을 표방한 종합 법률사무소로 거듭났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LL.M)과정을 수료한 후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백윤재 대표 변호사는 한얼의 중심. 업계에서 인정받는 M&A 분야 선두주자인 백 대표 변호사를 비롯해 천기홍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으며, 미국 국방성 변호사를 9년간 맡았던 이기창 변호사 등이 포진해 있다.

한얼은 이 같은 ‘맨파워’를 바탕으로 2000년 국내 최초로 제3자 대기업 인터넷 도메인명 불법 사용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제소해 승소를 이끌어냈으며, (주)옥시 매각과 STX의 쌍용중공업 인수, 바른손의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 합병, 아남반도체 구조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 밖에 포스코, 효성, 신세계,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10여 개의 대기업이 한얼의 클라이언트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국제적인 기업 자본거래 전문지인 에커지션 인터내셔널(Acquisition International)이 선정한 ‘2013년 한국 최고의 부티크 로펌’에 올랐다. 또 한국 로펌으로는 유일하게 세계적인 중소형 로펌 연합체인 프라이머스에 가입, 고객이 해외 진출을 하는 경우 해당 국가의 로펌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다래’는 전체 법률 서비스의 60% 이상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심판, 기술자문, 경영 컨설팅일 정도로 지재권 및 특허 분야에서 인정받는 부티크 로펌이다. 2008년부터 6년 연속 영국의 유명 법률 전문지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Chambers & Partners)가 선정하는 지재권 분야 최고의 로펌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허법원 1기 판사 출신인 박승문 변호사와 조용식 변호사가 1999년 법무법인이자 특허법인 형태로 회사를 설립한 이래 법률 업무와 변리 업무의 조화를 추구하며 한 길만을 걸어왔다. 특히 1998년 특허법원 설립 당시부터 이 분야 경력을 쌓아 온 조용식 대표 변호사는 국내 ‘특허법률 1인자’로 꼽힌다.

기술적 소양이 요구되는 지재권 분야를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 법률적 지식은 물론 기계나 전기, 화학 등 이공계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영입한 것도 주효했다.

실제 변호사의 절반은 이공계 학부 출신인데,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민현아 변호사,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 황정열 변호사, 서울대 화학교육과 출신인 이신정 변호사 등 기계나 전기, 화학 등 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이 팀을 이뤄 방대한 지재권 분야 사건을 해결할 때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SPECIAL REPORT] 한얼·다래·세경…세계가 인정하다
다래는 일본 중외제약이 국내 기업 CJ를 상대로 낸 특허 소송을 승소로 이끌었다. 백혈병 치료제 관련 특허권을 갖고 있던 일본 중외제약은 CJ 제약사업팀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공방으로 15년간 이어지던 이 소송은 다래에 맡겨졌고 조 변호사는 해외 출원특허가 국내에 들어오는 절차상 무효 사유를 발견,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제약업체들은 1g에 무려 11억 원에 이르는 치료제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금호석유화학을 대리해 세계적인 화학회사 미국 플렉시스사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사건을 승소로 이끄는 등 무차별적 특허공격 방어, 기술개발비 반환청구, 저작권 침해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래는 ‘기술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미래의 먹을거리로 보고 기술지주회사와 연구기업의 설립과 자문, 특허 등 지식재산 활용 관련 자문 등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동-I&S, IT-테크앤로, 부동산-대지 강세
노동 전문 아이앤에스(I&S) 법무법인은 기업법률 중에서도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호평을 받고 있다. 노사 자문변호사를 둔 대기업도 따로 전략자문을 맡길 정도 이 분야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인 조영길 대표 변호사는 1996년부터 김앤장 인사 및 노동팀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와 노동정책 자문위원,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 등 다수의 공익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I&S는 우리나라 노사 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다수의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2006년 퇴직금 기준임금(평균임금)에 성과금 등의 불산입 판결을 이끌어낸 현대중공업 사건이 그것. 2001년 현대중공업 퇴직자들이 퇴직 당시 연말성과급 등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조 대표 변호사는 1심 회사 패소 상태에서 수임해 승소했다. 현재 I&S는 임동채 변호사, 정희선 변호사, 최성진 변호사 등 7명의 변호사와 강기호 세무사, 김경중 법무사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법무법인 ‘세경’, ‘정동국제’는 바다, 선박과 관련된 해상 법률 분야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해상은 대형 로펌에서 비교적 관심을 덜 가지는 영역으로, 이들 부티크 로펌은 틈새시장을 노려 이 분야의 강자로 우뚝 섰다.

최종현, 김창준 등 해상 전문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는 세경은 해난 사고 등에서 스탠더드, 스컬드 등 외국의 유명 선주상호책임보험(P&I)클럽을 많이 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엔 산하의 국제유류오염 손해배상기금(IOPC)도 국내 로펌 가운데 세경에만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 12월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IOPC 펀드를 대리했으며, 1995년 7월 태풍 페이호의 영향으로 여수 소리도 해안에서 좌초된 씨프린스호 유류오염사건도 IOPC를 대리했다.

최종현 대표 변호사는 1984년부터 13년 동안 김앤장에서 해상 분쟁 및 해상보험 분야를 전담했고, 세경이 문을 연 1997년부터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세경은 향후 해상 선진국인 영국의 로펌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로펌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SPECIAL REPORT] 한얼·다래·세경…세계가 인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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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앤로 법률사무소는 국내 정보기술(IT) 법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구태언 변호사가 2012년 설립한 부티크 로펌이다. 그는 서울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와 첨단범죄수사부를 거친 검사 출신으로, 김앤장 IT팀에서 활약한 경력까지 합치면 20년 동안 한 분야에 집중해 온 정보보호 분야 권위자다. 검사 재직 시절부터 IT 분야 1인자로 꼽혔던 구 변호사는 지난해 법조인으로서는 최초로 ‘정보보호대상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테크앤로는 영미계 로펌들이 효과적인 기업 기록관리, 전자증거개시, 소송준비 서비스와 같은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착안해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문서 관리 및 소송지원 플랫폼, 정보저장소 및 추출 시스템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기술 전문가들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대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했다.

옥션, 현대캐피탈, 농협, 네이트, 넥슨, KT 등 국내 주요 해킹 사건의 변론을 맡았으며, 최근 파티게임즈의 대표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커피’의 중국 짝퉁 ‘커피러버’를 성공적으로 퇴출시켜 주목받았다. ‘커피러버’가 애플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블랙마켓에서 유통되고 있어 저작권 침해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테크앤로가 애플사, 한국저작권위원회 중국사무소, 중국 판권보호중심(중국의 저작권위원회)과 협의해 ‘커피러버’를 전방위 공격한 결과다.

법무법인 대지는 재건축과 재개발 등 부동산과 건설 분야를 주 전공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부동산 전문가’ 이건욱 대표 변호사가 2003년 문을 연 이래 수백 건의 소송을 수임했으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2009년 이후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고객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별화된 시스템을 선보여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로펌의 영역 밖이었던 토지의 활용 가치, 향후 개발 가능성 등을 알 수 있는 부동산 공법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부동산 법률에 관한 지식정보형 포털사이트 ‘부동산 법률지원센터’로 토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최초로 자산관리(대지에셋)회사, 투자·개발(대지I&D)회사 등을 별도 법인으로 세워 부동산 부티크 로펌으로서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있다. 대지에셋이 부동산 자산관리를 원하는 고객을 확보하면 법무법인 대지에서는 리서치와 법률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윤경 ramji@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