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우스팅 핫셀블라드 글로벌 CEO

세련된 디자인, 클래식한 감성, 최고의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스웨덴 명품 카메라 브랜드 핫셀블라드(Hasselblad)는 새로운 수장으로 페리 우스팅(Perry Oosting)을 임명했다. 그는 패션 브랜드 불가리, 구찌, 프라다 등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고 영국의 럭셔리 휴대전화 브랜드인 베르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만큼 그가 전개해 나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GLOBAL CEO] “현존하는 디지털카메라 중 해상도가 가장 우수하죠”
2014년 오스트리아 빈 옥션 경매장에 화제의 카메라 한 대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핫셀블라드 500 컬렉션’. 아폴로 15호 비행사였던 짐 어윈이 달 탐사 활동 때 사용한 제품으로 인류 최초로 달나라에 갔다 온 카메라다. 8만 유로로 시작한 경매는 무려 55만 유로(약 8억1610만 원)에 낙찰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배우 ‘연정훈 카메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가 사용한 제품은 ‘핫셀블라드 H5D 컬렉션’으로 렌즈를 포함해 8000만 원을 호가한다.

1841년 스웨덴에서 탄생한 핫셀블라드는 시대를 초월해 최고의 명품 카메라로 통할 뿐 아니라 매 시대마다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최초로 일체형 중형 디지털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해 카메라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탈리아 명차 페라리와 협업해 499대 한정판을 선보였다. 2012년에는 카메라에 가죽과 카본을 합성한 제품을 출시해 큰 이슈가 됐다.

“핫셀블라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선도하는 브랜드입니다.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밖에 없죠.”

지난 2월 28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 행사장에서 만난 페리 우스팅 글로벌 CEO는 첫 대면에 핫셀블라드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블랙 슈트와 화이트 셔츠로 표현한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이미지가 핫셀블라드와 많이 닮아 있었다.



핫셀블라드 CEO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기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핫셀블라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 만큼 CEO로 임명되기 90일 전부터 이사회에 출근해 브랜드 역사, 마케팅, 고객들의 니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업무를 파악했습니다. 핫셀블라드 하면 최고라는 단어가 붙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죠. 많은 사람들이 핫셀블라드를 단순히 명품 카메라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소수만 사용하는 일반적인 명품과 차이가 있는데 말이죠. 성능은 물론 디자인, 소재 등 모든 게 전문가가 쓰는 카메라로 인식이 돼 있는 경향이 커요. 그래서 저는 넓은 고객층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한 명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리는 게 주요 과제라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최상의 퀼리티를 낼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이력을 보니, 카메라는 다소 생소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구찌, 프라다, 불가리 같은 패션 브랜드와 고급 휴대전화 브랜드 베르투에서 일했습니다. 카메라는 처음이라 낯설다고 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핫셀블라드는 친숙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던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전 어려서부터 핫셀블라드 브이(V)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해보면 카메라 분야에서 세계 최고 명성을 유지하는 이유를 알 수 있지요. 촬영 환경에 따라 다른 컬렉션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V 시스템은 색감, 화질 등 여러 면에서 아날로그 카메라가 주는 최고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제가 어떤 방향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핫셀블라드가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시도입니다. 특히 디자인 면에서 더욱 그렇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제 경험들은 확실히 강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라는 분야가 예술을 대표하는 분야로 인정받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죠. 한국의 경우, 공식 파트너사인 ㈜반도카메라-포토베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2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광고 및 온·오프라인 홍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핫셀블라드 컬렉션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핫셀블라드 지사가 있는 다른 나라에서 보고 배워야 할 정도입니다. 본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핫셀블라드 2016 마스터스’ 프로그램을 캠페인 차원으로 널리 알릴 계획이죠.”


‘핫셀블라드 2016 마스터스’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전 세계 포토그래퍼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열리는 ‘핫셀블라드 2016 마스터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진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큼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 12개 부문을 시상합니다. 수상자들에게는 핫셀블라드 마스터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이뿐 아니라 핫셀블라드 마스터스 사진집 출판도 함께 이루어지고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핫셀블라드 카메라 및 렌즈들이 무상으로 제공됩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에 처음 진행했어요. 아직까지 핫셀블라드 마스터가 선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는 꼭 한국인이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네요.”
[GLOBAL CEO] “현존하는 디지털카메라 중 해상도가 가장 우수하죠”
컬렉션마다 클래식과 트렌디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빅터 핫셀블라드 박사가 핫셀블라드 카메라를 처음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그 디자인을 ‘유틸리티 디자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위한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죠.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이유라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오늘날 핫셀블라드의 고향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마니아들에게 ‘최고 중 최고 카메라’라고 칭송받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의미도 크지만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도 최고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제품 퀄리티에 있겠죠. 광학으로 설계된 렌즈, 최상의 촬영 경험을 제공하는 카메라 보디를 거쳐 대형 사이즈의 이미지 센서로 RAW 파일을 처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모두 최상의 이미지 퀄리티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있습니다.”


핫셀블라드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하는 이미지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아이콘’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핫셀블라드는 단순한 상표를 넘어선 이름입니다. 물론 다른 명품 브랜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질이나 디자인, 기술, 역사 등이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핫셀블라드는 그보다 더 큰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이나 문화를 넘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데 일조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핫셀블라드는 한 시대를 규정하는 데 일조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상징적인 브랜드입니다. 즉, ‘시대를 뛰어넘은 아이콘’으로서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카메라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핫셀블라드가 유일합니다.”


진화된 스마트폰으로 인해 점점 카메라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기술은 점점 발전하기 마련이고, 이것은 카메라 시장은 물론 전체적인 전자제품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절대 휴대전화 장착 카메라가 기술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나 일반 하이엔드 카메라들도 일상을 기록해 나가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수천, 수만 컷을 연사하면서 디지털 파일을 기록하는 것도 쉽습니다. 하지만 우린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측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으로 주변을 해석하고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더 깊이 사유해야 하는 사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진 예술의 특징에 가장 잘 부합하는 브랜드가 핫셀블라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야겠죠.”


CEO로서 핫셀블라드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고려해야 할 부분을 3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핫셀블라드’입니다. 핫셀블라드의 주요 타깃층은 스펙이나 여러 복잡한 기능보다 이미지와 창의력을 중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브랜드 파워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주 고객층에게 어떤 식의 가치를 전달할지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핫셀블라드는 20세기 내내 사진 역사의 중심이었으며, 인류 역사의 한순간을 장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부분은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오늘날 디지털카메라 기술은 정점에 와 있으며 많은 카메라 브랜드들이 뚜렷한 개성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핫셀블라드는 클래식한 감성과 최고의 기술력이 밸런스를 이룬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상위 제품을 위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회사 운영입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생산 공정에서부터 시작해 고객 서포터에 이르기까지 디테일을 보다 직접적으로 챙길 것입니다.”


한국 고객들에게 올해 주목해야 할 핫셀블라드를 소개해주세요.
“일체 중형 디지털카메라의 제5세대인 핫셀블라드 플래그십 컬렉션 H5D 시스템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2억 화소로 CMOS 센서를 장착해 현존하는 디지털카메라 중 가장 우수한 해상도를 자랑한다는 점이죠. 특히, 전 세계 포토그래퍼들에게 열광적인 호평을 받은 트루 포커스 기능을 한 단계 발전시킨 트루 포커스-II 기능을 채택해 렌즈의 굴곡 면까지 자동 계산해 더욱더 완벽한 포커싱을 구현합니다. RAW 파일 촬영과 함께 JPEG 파일을 동시에 저장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들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기획 양정원 기자│글 김현경 프리랜서│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