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의 질주가 매섭다.
특히 수억 원을 호가하는 일명 초특급 럭셔리카들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 넘게 뛰어오르며 불황을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메르스의 여파로 정부와 각종 연구기관에서 부랴부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때도 수입차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집계한 결과 수입차의 경우 13만7765대가 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5898대에 비해 3만1867대(30.1%)가 더 늘었다. 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6월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량을 보면 2만4275대로 월간 사상 최대였던 지난 3월의 2만2280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5%를 넘어선 수입차 판매 점유율이 20%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1억5000만 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심상치 않은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매량을 전년도와 비교해 봤을 때 무려 102.7%(1716대→3478대)나 상승했다. 이는 1억~1억5000만 원(36.8%), 7000만~1억 원(21.5%), 5000만~7000만 원(25.6%) 등 다른 가격대와 비교해도 유별난 것이다.

수입차 시장이 달궈지자 글로벌 럭셔리카 메이커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한국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이다.

‘본드카’로 불리는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4월 서울 서초구에 첫 전시장을 열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알렸고,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도 같은 달 역시 서초구에 전시장을 내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또한 이탈리아 고가 자동차 업체인 마세라티는 2014년 상반기만 280대가 팔리는 등 폭풍 성장을 기록한 데 고무돼 이탈리아 본사(FCA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 차원에서 한국 법인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통하는 포르쉐는 앞서 2013년 9월 한국 법인(포르쉐코리아)을 설립했는데 1억~2억 원대의 정통 스포츠카 911 시리즈나 파나메라 등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를 올해 초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바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로 알려진 명차로 2012년 단종됐던 차종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올 상반기 브랜드별 판매 자료에 따르면 2억 원대 이상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총 739대를 판매했다. 벤틀리는 211대를 판매해 2위에 올랐으며, 포르쉐는 총 55대를 판매하며 그 뒤를 이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4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비가 높은 수입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유로화나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구입자들이 가격 부담을 덜 느끼게 된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며 “더불어 수입차가 늘어나며 대중화가 되다 보니까 남들과 차별화하고 싶은 욕구도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의 판매가 급증하는 데는 한국적 특수성도 작용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당 2억 원이 넘는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중은 87.4%에 달했다. 영국 여왕이 타는 차로 유명한 초고가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32대가 신규 등록됐는데 이 중 31대가 법인이 구매한 것이었다.


글로벌 럭셔리카 격전지 된 한국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 법인에서 신규 등록한 차량을 보면 메르세데스-벤츠(1만3443대), BMW(1만1797대), 아우디(6571대), 폭스바겐(3460대) 순으로 많았다.

법인에서 고가형 차량의 구매 비율이 높은 것은 업무용 차량에 지원되는 무제한 세금 혜택 덕이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한해 차량 가격뿐 아니라 취득세, 자동차세와 보험료, 유류비 등 유지비까지 전액 손비 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고가의 차량에 대한 무분별한 세금 혜택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정부에서는 8월 세제개편안에 업무와 관련 없는 차량의 리스나 구입에 대해 손비처리를 해 주지 않는 내용을 포함시켜 향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고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비용처리 한도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자칫 미국 등과 통상마찰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법 개정 여부는 예측 불허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