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ebtoon.daum.net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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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지닌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한국적 특수성’으로 풀어낸 웹툰 ‘무빙’.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입시생 세 명이 주인공이지만, 역시 초능력자로 태어나 시대의 ‘희생양’이 된 아버지들의 이야기에 꽂힌다.


필자와 같은 이 바닥(?) 사람들이 가장 묵직하게 여기는 말이 있다. 바로 ‘한국적 특수성’이다. 오락영화든 예술영화든 흥행을 하려면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정서가 녹아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 덕분에 재난영화, SF영화 등 다양한 소재들이 한국적인 정서와 접목을 시도했는데 유독 한 가지, 초능력을 지닌 히어로물은 성공적인 예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반갑게도 웹툰에서 그 시도가 목격됐다. 강풀 작가의 ‘무빙’이다.

먼저 봉석. 그는 공중부양 능력을 지녔다. 태어나면서부터 우주를 유영하듯 허공을 자유자재로 떠다닌다. 물론 세간의 시선이 두려워 그러한 능력을 감추며 사는 중. 어려서부터 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고 이젠 펑퍼짐한 엉덩이와 뱃살을 모래주머니 대신 지니고 산다. 그는 현재 수능을 앞둔 예민한 시기. 그런데 입시 스트레스보다 자신의 초능력을 천형(天刑)으로 여기는 홀어머니 때문에 심적 갈등이 더 크다.

그런 그가 서서히 사랑에 눈을 떠간다. 상대는 얼마 전에 전학 온 희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체대 입시로 진로를 튼 씩씩한 소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 역시 초능력자. 상처가 생겨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어 버리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다.

재밌는 건 여기에 동급생이자 또 다른 초능력자인 강훈이 질투심을 갖고 끼어든다는 사실. 그림체보다 이야기의 극성으로 승부를 보는 강풀 작가는 삼각관계라는 한국적 흥행 공식을 가지고 초능력자들의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코드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부성애’다.


가시고기 같은 초능력 아버지들의 父性
봉석, 희수, 그리고 강훈. 지금까지의 연재는 주로 이들이 엮어내는 상황들로 재미를 달구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세 명의 능력이 각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암시가 차츰 현실화되며 이야기가 확장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아버지들의 과거사. ‘안기부’라는 이름이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시절, 봉석과 희수의 아버지는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초능력을 바쳐야만 했다. 사회 안녕을 위한 비밀작전을 수행했고 방첩 활동이란 미명 아래 살생을 저질렀던 것. 암울했던 시대 탓에 축복받은 능력이 그저 총칼을 대신해 쓰일 뿐이었다.

자연히 내면적 갈등도 촉발되는데 대의명분과 인간적 도리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봉석의 아버지는 결국 조직을 이탈한다. 반면 파트너였던 희수의 아버지는 그저 직업일 뿐이라며 조직에 순응한다. 안기부라는 조직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매달 지급되는 적지 않은 월급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초능력자마저 무릎 꿇게 만든 삶의 무게. 필자가 격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 시점도 바로 여기부터인데 파트너였던 두 사람, 비록 모양새는 다르나 둘 다 가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그렇게 파트너였던 두 사람은 헤어져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고, 끊어졌던 그 인연이 봉석과 희수의 만남으로 재현되는 구도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조심스럽다. 아직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일지도 모른다. 만약 감상 중에 자식을 바라보는 희수나 봉석의 아버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때부터는 각오하시라. 여운이 치명적인 중독으로 돌변하니까.


김상명 시나리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