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SILICON VALLEY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창조경제’다. 그 대표적인 롤 모델이 바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키워낸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어떻게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같은 원석을 찾아내고 키워낼 수 있었을까.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새롭고 신선한 사업 아이디어가 모여드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들은 매일같이 ‘될 만한 원석’을 찾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거다. 투자자들은 ‘돈’의 전문가이지 ‘아이디어’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만 존재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래서 최근 실리콘밸리에 등장한 새로운 투자 문화가 있다. 바로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오픈형 전환사채)’다.
‘원석의 가치’를 키우는 투자
컨버터블 노트가 실리콘밸리에 등장한 것은 대략 2010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일반적인 투자 방식 중 하나로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컨버터블 노트는 간단히 말해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투자를 약속하며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차용 계약서(loan agreement)다. 상환 기간과 이자율이 명시된다. 다만, 일반적인 계약과 차이가 있다. 나중에 이자를 쳐서 돈을 돌려받기 위한 계약이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이 크게 성장했을 때 ‘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컨버터블 노트를 선호할까.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 단계는 엔젤투자자들의 투자를 받는 ‘시드 단계’, 첫 공식 벤처캐피털을 의미하는 ‘시리즈 A’, 그 이후에는 투자 단계마다 ‘시리즈 B’, ‘시리즈 C’ 등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시드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를 결정했을 경우, 투자자도 창업가도 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고 협의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 과정을 거치며 벤처 투자자들이 객관적이고 검증된 가치 평가를 내리는 게 가능한 ‘시리즈 A’ 단계까지 이를 미뤄두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초기 투자자들이 향후 취득할 수 있는 지분의 상한선인 ‘밸류에이션 캡(valuation cap)’을 적용해 대략적인 가치 평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컨버터블 노트를 통해 투자자와 스타트업 기업은 가치 평가에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와 시간, 로펌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기업의 가치 평가에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와 시간, 로펌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초기에 잘못 책정된 기업 가치 평가에 얽매여 향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영권이 위협당하는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컨버터블 노트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기업이 시리즈 A 단계에 이르기 전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 또한 허다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이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며, 스타트업 기업들에도 결국 ‘채무 부담’이 남기 때문에 재기를 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컨버터블 노트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컨버터블 에쿼티(convertible equity)’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채권(loan) 형태인 컨버터블 노트와 달리 증권(equity) 형태의 컨버터블 에쿼티는, 스타트업 기업의 입장에서 ‘부채’로 산정되지 않는 투자금이라는 점에서 한층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다. 컨버터블 노트와 컨버터블 에쿼티의 등장은 결국 스타트업 창업가들,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들, 그리고 선배 창업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도움말 장영준 JSW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