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피닉스컨트리클럽

겨울 시즌을 맞은 골프 마니아들은 추위와 맞싸우며 힘겨운 라운드를 하기보다는 따듯한 날씨와 푸른 잔디가 기다리는 해외 골프 여행을 준비한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으며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 ‘일본의 하와이’로 불리는 규슈 미야자키를 찾아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골프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소나무 숲 속에 새겨진 피닉스CC.
소나무 숲 속에 새겨진 피닉스CC.
한국의 12월은 황금 같은 가을 골프가 끝나고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겨울 골프로 접어드는 시기다. 영동 지역 골프장들은 눈이 내림과 동시에 대부분 휴장을 해야 하고 개장을 유지하는 수도권 골프장들 역시 딱딱하게 얼어 있는 그린과 페어웨이가 골프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반쪽짜리 라운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칫 언 땅에서 무리한 라운드를 하다 부상을 당하는 일까지 생길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골프 마니아들이 좀 더 따듯한 곳을 찾아서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제주도 골프장을 찾아가지만 그곳 역시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보니 언 몸이 채 풀리기도 전에 라운드가 끝나 아쉬움만 더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따듯한 해외에서 즐기는 골프 여행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함께 또는 친구,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너무 멀지 않으면서 음식이나 자연환경이 한국과 유사하고 겨울에도 푸른 잔디를 자랑하는 곳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일본의 하와이’ 미야자키가 대표적인 곳이다.

미야자키는 일본 남쪽 규슈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서쪽에는 규슈 기리시마 화산대가 있고 동쪽은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겨울이면 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기리시마 산맥이 막아주고 태평양 난류의 영향으로 한겨울에도 영상 15도 이상의 온화한 기후를 유지하는 천혜의 지역이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 미야자키는 투어대회를 준비하는 한국과 일본의 프로 골프 선수들과 주니어 골프 선수, 프로 야구단, 프로 축구단 등의 동계 훈련 캠프로서 최적의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 된다.

특히 공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30여 개가 넘는 골프장들은 사계절 내내 푸른 잔디를 볼 수 있고 12·1·2월 코스의 잔디 상태는 연중 최고를 자랑할 만큼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은 일본 게임기 회사인 세가사미 소유의 시가이어리조트 내에 있는 피닉스컨트리클럽(CC)이다. 해안가에 우뚝 솟은 쉐라톤그랜드 호텔과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정교하게 새겨진 코스는 착륙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내려다보일 만큼 규모가 크다.

세계 100대 명 코스로 선정된 이 골프장은 2500여 개의 일본 내 골프장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중에 명문으로 매년 11월 말 일본골프투어(JGTO) ‘던롭피닉스토너먼트’가 열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프장이다.

1974년부터 시작해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던롭피닉스토너먼트는 JGTO 29여 개의 공식 대회 가운데 세 번째로 오래된 대회이며 한 장소에서 40회를 치른 대회로는 유일하다. 리조트의 오너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회가 계속 유치됐다는 것은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일본 내 투어지만 참가 선수만큼은 세계적인 선수들이다. 역대 우승자를 보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어니 엘스, 톰 왓슨, 리 웨스트우드, 이안 폴터, 파그리드 해링턴, 루크 도널드 외에도 많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과 유러피언 투어 선수들이 참가해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대회라 할 수 있다. 우즈는 2004년 264타로 대회 최소타, 2위와는 무려 8타 차를 기록하며 우승한 뒤 대회 3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2006년 해링턴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져 3연속 우승에는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가 4라운드 합계 268타로 우승, 소를 우승 상품으로 받았다. 이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해 대회를 치르다 보니 그에 걸맞게 코스 레이아웃이나 상태를 11월 말 대회 시점에 맞추도록 완벽한 매뉴얼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소나무·러프·벙커와 싸워야 하는 난코스
피닉스CC는 에도시대에 해안가 방풍림으로 조림된 지역을 개발해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총 27홀로 구성된 피닉스CC는 스미요시 코스 9홀, 다카치호 코스 9홀, 니치난 코스 9홀로 구성돼 있는데 던롭피닉스토너먼트는 스미요시와 다카치호 코스에서 치러진다. 해안가와 인접해 바람의 영향이 많을 것 같지만 코스에 들어가면 전혀 바람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수백만 그루의 소나무 숲이 완벽하게 바람을 차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피닉스CC는 전동카트 없이 걸어서 라운드를 해야 하는 코스로도 유명하다. 전동카드를 이용해 라운드를 즐기는 한국 골퍼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아 꼭 시도하길 추천한다. 동반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린 주변과 페어웨이 양 옆으로 빼곡히 서 있는 소나무의 기기묘묘함을 감상하고 신발 끝에 살포시 밟히는 부드러운 잔디를 느낄 수 있어 전동카트가 주는 편리함보다 훨씬 라운드를 풍요롭게 한다.

또한 전동카트로 이동하면서는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었던 홀 지형에 따른 공략과 그린의 경사도를 걸어가면서 파악할 수 있어 퍼팅 라인을 읽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물론 건강에 좋은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신체가 다소 부자연스러운 골퍼들을 위해 전동카트를 내어주는 센스도 발휘하고 있으니 그것 또한 작은 배려다.

코스를 공략할 때는 페어웨이 양 옆으로 늘어선 소나무와 페어웨이 중간에 놓인 소나무로 인해 티샷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다. 조금이라도 밀리거나 당겨지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레이 업을 하거나 로컬룰을 적용해 한 벌 타를 받은 후 구제를 받고 나와야 한다. 러프는 또 어떤가. 8cm 이상의 긴 러프는 공이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이곳 역시 레이 업을 해야 보기로라도 막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골프장에 비해 많게는 10타 이상 스코어가 많이 나온다. 한국에서 싱글이 여기서는 90대를 치는 수모를 겪어야 하니 매우 집중해야 한다.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과 사용 클럽이 전시되어 있는 기념관.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과 사용 클럽이 전시되어 있는 기념관.
그린은 벤트그라스로 스피드는 스팀프 미터로 9~10 정도로 빠르며 그린 주변에는 어김없이 대형 벙커가 도시리고 있어 벙커 샷에 자신이 없는 골퍼들은 살 떨리는 홀들이 많다. 그 와중에도 페어웨이는 양잔디인 라이그라스가 식재돼 있어 아이언 샷을 하고 나면 손바닥만한 디보트(divot)가 푹 파이는 통쾌(?)함(디보트 수리는 꼭 해야 함)이 스코어에 쓰린 마음을 위로하니 천만다행이다.

이 골프장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캐디다. 일본에서 골프를 쳐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국의 캐디들과 비교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긴 좀 다르다. 매우 친절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린 입구까지 거리를 발걸음으로 계산하고 입구에서 핀까지는 매일 달라지는 홀의 위치가 적힌 야디지를 보고 계산해 거리를 불러준다. 가끔씩 “앞바람”, “뒷바람”, “아이고” 하면서 한국말로 추임새까지 넣어주니 그 또한 재미다.

시가이어리조트 내에는 피닉스CC와 함께 18홀 규모의 톰왓슨CC도 있다. 피닉스CC가 남자 골프대회를 치를 수 있는, 거리가 긴 정통 코스라면 톰왓슨CC는 리조트형 골프장으로 여성적인 골프장이다. 톰 왓슨이 직접 설계한 코스로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셀프 카트 플레이가 가능하고 이곳 역시 울창한 흑송림에 자리하고 있어 온몸으로 솔향을 맡으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일본 여행 전문인 파나트래블(www.panatour.co.kr)의 이강현 대표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미야자키를 찾고 있으며 시가이어리조트와 피닉스CC만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 드물고 접근성, 자연경관, 그리고 골프장 시설까지 골프 여행지로는 최적의 장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편 시가이어리조트 내에는 320m의 천연 잔디 드라이빙 레인지, 퍼팅, 벙커 연습 등 숏게임 장이 마련돼 있고 일본 유일의 반얀트리 스파, 지하 1000m에서 끌어 올린 노천 온천 쇼센큐, 8개의 국제 규격 테니스 코트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기업들의 대형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있다.
Plus Info
인천공항에서 미야자키공항까지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주 3편을 운항하고 있으며 공항에 도착하면 여행사가 준비한 택시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시가이어 쉐라톤호텔까지 25분이 소요된다.
금요일에 출발하는 2박 3일 여행 코스는 도착 당일 오후 18홀 라운드, 이튿날(토요일) 오전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오후에는 자유 시간으로 온천과 택시로 15분(4인 기준 1만 원 정도) 거리에 있는 ‘이온몰’에서 의류, 의약품, 잡화, 먹을거리까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일요일)에는 오전 18홀 라운드를 끝내고 식사 후 공항으로 이동, 오후 6시 50분 비행기로 돌아온다. 파나트래블(02-720-6100)에서 판매하는 골프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중식을 제외한 왕복항공권, 2박 3일 숙박식사, 그린피 등 골프비용 전반 (54홀 기준)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 159만 원 선이다.


미야자키(일본)=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