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박스권 장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매니저들의 운용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액티브 펀드들이 시장을 웃도는 성과로 약진 중이다. 중국 시장에서도 상하이 증시에 연동되는 이른바 ‘A주 상장지수펀드 (ETF)’는 극심한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반면 상당수 중국 펀드들은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액티브펀드들이 약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산업별로 경기가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이 컸던 전통적인 중후장대형 제조업이 공급과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한 음식료, 헬스케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덱스를 그대로 추종할 경우 오히려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없는 ‘인덱스의 역설’이 작용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니저 힘’ 발휘 액티브펀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8월 12일 현재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11%였다. 중국 경제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티브펀드보다 인덱스펀드의 손실 폭이 컸다. 일반적인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은 -4.88%인 반면 코스피200 인덱스펀드는 8.11%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락장 속에서 액티브펀드는 어느 정도 위기관리를 할 수 있었던 반면, 인덱스펀드는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소형주 펀드(5.92%)와 배당주 펀드(3.89%)는 적잖은 수익을 거뒀다. 두 유형 펀드의 1년 누적수익률은 각각 17.15%와 11.68%에 달한다.

개별 펀드 성과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8월 12일 현재 설정액 50억 원 이상 주식형 펀드 590개(펀드 클래스별로 별도 계산)를 분석해 보면 ‘신영밸류우선주자A’(22.79%),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1A’(14.64%), ‘동양중소형고배당자1A’(11.21%) 등 액티브펀드가 올 들어 10% 넘는 수익을 올리며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코스피200 인덱스펀드 중에서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1A2’(-4.63%), ‘트러스톤인덱스알파자A’(-4.80%) 등 최상위 펀드조차도 4% 넘는 손실을 봤다.

연초까지만 해도 액티브펀드들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성과 부진에 시달렸다. 그 대신 안정적으로 코스피 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인덱스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기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운용수수료를 낮추고 주가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의 투자가 장기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액티브펀드에서는 투자자 이탈이 지속됐고, 인덱스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거셌다. 실제로 올 들어서 8월 12일까지 코스피200 인덱스펀드(ETF 제외)로는 5조2944억 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지만 액티브펀드에선 1조6923억 원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 성적을 놓고 보면 인덱스펀드는 도리어 천천히 원금을 잃는 투자 상품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산업별 주가 등락률 격차 심해

이처럼 차이가 벌어진 원인으로는 먼저 중소형주, 배당주의 강세가 거론된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각종 악재로 부진한 증시 속에서 중소형주와 배당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내면서 매니저 역량에 따라 운용되는 액티브펀드는 중소형주·배당주 펀드 위주로 수익률 고공행진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정액 50억 원 이상 주식형 펀드 580개 가운데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18.8%인 111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형주, 배당주, 우선주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박스권 장세가 오히려 업종 간 온도차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훈 삼성자산운용 코어주식운용팀장은 “모든 종목이 일제히 올라가는 게 아닌 데다 산업별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사이의 격차가 훨씬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보다 떨어질 만한 종목 비중을 줄이고 대신 오를 만한 종목 비중을 늘리는 액티브펀드의 수익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KRX)의 유가증권 시장 산업별 지수 등락률은 이를 잘 보여준다. 8월 9일 기준으로 1년간 코스피 지수는 3.09% 하락했다. 하지만 의료정밀은 59.62%, 통신은 39.48%, 의약품은 39.42% 각각 상승했다. 반대로 운수창고는 -22.18%, 건설은 -18.85%, 철강금속은 -14.08%로 하락률을 보였다. 업종지수 등락률의 표준편차는 21.33%로 2012년 8월과 2011년 8월을 기준으로 각각 계산한 전년 대비 업종지수 등락률 간의 표준편차 16.72%와 19.46%보다 크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은 “코스피 이익 성장을 주도할 대형주들의 이익성장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수는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인덱스펀드는 저점 매수, 고점 매도 전략을 펼쳐야 하지만 투자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면 액티브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FUND] 박스권 장세서 주목받는 액티브펀드, 수익률 결정하는 매니저 역량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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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펀드도 액티브 수익률 우위

대표적인 해외 펀드 가운데 하나인 중국 펀드, 특히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와 ETF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8월 12일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킨덱스(KINDEX) CSI300 A주 ETF’는 연초 대비 3.83% 하락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차이나 A50’ ETF는 지난 1월 21일 상장 이후 10.51% 내렸다.

하지만 상당수 중국 본토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B중국본토A주자C-F’(11.70%),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자A’(10.08%), ‘JP모간차이나자A’(10.07%) 등 연초 이후 1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는 펀드들도 여럿이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철강, 금융 등의 산업은 부진한 반면 소비재, 헬스케어, 미디어 등은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액티브펀드 다수가 지수와 무관하게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권정보업체 윈드(Wind)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하이 종합지수는 9.8%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석탄은 -38%, 철강은 -22%, 은행은 -13%의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78%가 오른 문화, 미디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65%), 헬스케어(58%) 등 상당수 업종들이 급등했다. 덩티순 인베스코창청자산운용 부사장은 “산업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펀드매니저의 운용 역량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액티브펀드는 수익률 격차가 크기 때문에 펀드 선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스피200 인덱스펀드 간 수익률 격차는 3.63%포인트이지만 액티브펀드는 30.64%포인트에 달한다. 김후정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1년 성과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선 매니저 변경 없이 꾸준히 운용되면서 3년, 5년 수익률 등 장기 수익률이 얼마나 견조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한국경제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