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정기예금 특판 금리 연 0.3%, 5년 정기예금 특판 금리 연 0.35%.’ 2013년 1월에 나온 일본 니혼(日本)은행 정기예금 한시 특판 포스터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 정도 수준이 특판이라니 그럼 일반 금리는 대체 몇 %란 말인가. 한국도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하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까지 떨어진 예금 상품이 등장했다. 이자 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셈이다.
[KEB WEALTH MANAGEMENT] ‘지수형 상품’으로 제로 금리 시대 넘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불황으로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서 서민들 여유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렸었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돼 저축은행 금리가 일반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아진 지금은 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한 예로 K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2.75%인데 H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2.65%였다. 이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제는 정기예금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주가가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 없이 일정한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가지수를 이용한 상품들이 증권사뿐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약간의 리스크와 기회비용을 감수한다면 안정적이면서도 정기예금 두 배 정도의 이자를 주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 또는 주가연계예금(ELD) 상품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주가연동 상품인 ELS, ELD, ELF에 대해 알아보자.



ELS

ELS는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시기보다는 최근처럼 횡보하는 ‘박스권’ 장세일 때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노려봄직한 상품이다.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 삼아 그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step down)형 ELS가 인기다. 가령 코스피200 지수와 홍콩 H 지수를 매 6개월 단위로 비교했을 때 기준가 대비 일정 범위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연 5~7%의 수익을 지급하는 등 주가지수의 가격 변화에 연계해 수익률을 보장한다.

상품의 투자 원리는 투자금의 70~90%를 안정적인 국고채에 투자해 이자 등으로 원금을 보장하고 나머지를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해 플러스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이 중에서도 채권 등 안전 자산과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 투자 비율에 따라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으로 나뉜다.

ELS는 다른 금융 상품에 비해 안정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가입 시 꼭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원금보장형 ELS 상품의 경우 대개 가입 기간이 길기 때문에 투자자가 만기까지 유지해야만 원금이 보장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투자자가 임의로 조기에 환매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또 ELS 상품은 세금 우대 혜택이 없어 이자소득세 15.4%를 내야 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만약 연간 2000만 원 넘는 금융소득이 있을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38%의 누진과세를 받을 수도 있다. 요즘에는 이자가 매월 지급돼 금융소득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분산할 수 있는 월지급식 ELS 상품도 있다.



ELD

주가연계예금인 ELD는 ELS와 달리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상품이다. ELD는 주가지수와 시장지수의 변동에 의해서 금리가 결정되는 예금형 상품으로 금융기관별 5000만 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어 가장 안정적이다. ELD의 가장 큰 장점은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투자금의 대부분을 정기예금을 넣어 기본 이자를 확보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원금 보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에도 한계가 있다. 시장 상황이 나쁠 땐 수익이 1% 안팎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원금만 돌려받는 경우도 생긴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수수료가 원금의 2~10%로 높은 것도 단점이다.
[KEB WEALTH MANAGEMENT] ‘지수형 상품’으로 제로 금리 시대 넘는다
ELF

ELF는 개별 ELS 상품을 담은 펀드로 이론적으로 ELS와 같은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가가 일정 구간 내에서 움직이기만 하면 확정 수익을 보장한다. 즉 펀드를 통해 ELS에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ELF 상품이다.

ELF는 투자 금액의 상당액을 채권으로 운용하면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EL워런트’에 투자한다. ‘EL워런트’는 주가지수와 연계해 수익을 내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다만 ELF의 경우 채권 투자에 능한 투신사들이 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채권 운용 수익의 비중이 아무래도 높다. 이러한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지수연동 상품은 원금 보장이 용이하고 수익률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심리와 맞는 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이나 펀드 수탁액의 일부분을 주식이나 주식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 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는 금융 상품 중 정기예금만 고집해서는 물가상승률을 따라 잡기 어렵고 이자로 생활하기가 너무 팍팍하다.

주가지수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다양한 구조의 ELS, ELD, ELF에 관심을 가져보자. 투자 자금은 여유 자금이어야 하며 투자 기간도 조급함 없이 최장 3년 정도로 길게 보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기초자산의 변동성, 다양한 조기 상환 구조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있으며 금융소득을 일정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 월 이자 지급식 ELS 등 지수형 상품들을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저금리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김미영 목동트라팰리스WMC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