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이해 많은 직장인들이 노후 자금 마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장수 리스크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막연한 노후 자금 설계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4층 연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RETIREMENT PLAN] 100세 시대의 노후 자금 4층 연금으로 설계하라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이라고 하면 1인당 노후 자금을 몇억 원씩 보유하고 있는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부자가 많은 것보다는 대부분의 국민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생활비 정도를 공적·사적연금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가정의 3층 연금을 통한 노후 자금 준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011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선 국민연금의 경우 월 평균 예상 수령액은 62만 원 정도로 월 적정 생활비 180만 원의 3분의 1 수준, 최저생활비 118만 원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연금의 가입 비율과 예상 연금 수령액 모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우선, 2005년 12월에 도입된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 수 자체가 상용 근로자의 절반(47%)에도 못 미치는 데다 가입자들 중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도입하기 전에 퇴직금을 중간정산으로 받아 써버리는 바람에 퇴직계좌에 쌓인 금액이 많지가 않다.

개인연금 또한 마찬가지다. 2012년 말 현재 연금저축 적립금(76조 원)을 계약 건수(615만 건)로 나눠보면, 계약 건당 적립금은 123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퇴직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50, 60대의 경우에는 한두 해 생활비를 대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따라서 3층 연금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다른 방법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될 형편인데, 그중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해 4층 연금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보유 주택 활용해 4층 연금을 추가하라

우리나라 60대 이상 가구의 평균적인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이 85% 정도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살고 있는 집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현금화시켜 노후 자금에 충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의 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현금화가 쉽지 않게 됐다. 설령 현금화가 쉬워진다 하더라도 퇴직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라는 게 대부분은 현재 살고 있는 주택 한 채뿐이라는 문제가 있다.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 자산의 경우에는 조금씩 팔아서 생활비로 쓸 수 있지만 살고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나누어서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주택연금 즉, 4층 연금인 것이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다달이 연금을 받기 때문에 주거와 노후생활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고, 주택 가격이 9억 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라면 신청할 수 있다. 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주택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정액형 종신 지급 방식의 경우 60세인 사람이 5억 원 되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11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연금은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받게 되는데, 일단 주택연금에 가입한 다음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매달 받는 연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물론 주택이 잘 팔릴 경우에는 팔아서 정기예금이나 즉시연금에 가입해 생활비를 받아 쓰고 본인은 월세로 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생각만큼 생활비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60세인 사람이 5억 원짜리 집을 팔아서 종신연금에 가입해 월 180만 원씩 연금을 받고, 비슷한 가격의 집에 월세로 170만 원 정도를 내고 살아야 한다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월 10만 원밖에 안 된다. 반면에 주택연금의 경우에는 같은 집에 살면서 매월 115만 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집값이 떨어졌을 때는 연금 계약을 유지하고, 상승할 경우에는 기존 연금을 해지한 후 다시 가입할 수도 있다. 또한 가입자가 사망한 시점에서 주택 가격이 부채와 관련 비용을 제하고도 남는다면, 그 차액을 상속인이 가져갈 수도 있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무엇보다 상환 방식을 들 수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다음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너무 오래 살아서 담보로 잡은 주택 가격보다 연금으로 수령한 금액이 더 많은 때에도 추가로 상환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사망 시 주택 가격이 그동안 받은 연금 수령액보다 높을 경우에는 주택을 처분한 후 남는 금액을 상속인에게 지급해준다. 가입자는 집값 상승에 따른 이익은 가져가면서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주택연금은 대출 성격이기 때문에 받는 돈에 과세가 되지 않는다. 연간 2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가 제도 도입 이듬해인 2008년에는 695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지난해에는 5013건으로 늘어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주택연금의 상품 구조가 다소 복잡하고 또 주거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가입해야 할 것이다.
[RETIREMENT PLAN] 100세 시대의 노후 자금 4층 연금으로 설계하라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

노후 대비 자산관리 강의를 하면서 주택연금의 이점에 대해 설명을 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면서도 끝내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어떻게 마련한 집인데 자식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주택은 재테크 수단이 아닌 단지 주거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추이를 보면 1950~1955년 5.05명, 1955~1960년 6.33명, 1960~1965년 5.63명이었다. 1950년대에서 1970년 초반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이 대량으로 집을 사기 시작한 데다 여기에 핵가족화와 투기까지 가세해 그동안 우리나라 집값이 장기 상승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2005년 출생률은 1.08명, 2010년에는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도 없이 1.22명이었다. 20~30년 후 이들이 결혼할 쯤이면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한다는 계산이 된다. 신랑도 신부도 양가 부모로부터 집 한 채씩 물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2009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실주택 보급률은 101%였다. 서울의 경우는 93%로 낮은 수준이지만 여기에는 원룸과 오피스텔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을 포함시키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주는 통계인 것이다. 또한 이런 통계가 나오면 집값은 미리 반영돼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재산의 대부분이 집 한 채뿐인 715만 베이비부머가 노후생활비 마련을 위해 집을 팔려고 내놓기 시작하면 그때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100세 시대에 자식에게 집 한 채 물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100세쯤에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에게 집을 물려줘봐야 그 자식은 이미 70세쯤 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살아 있을 때 부담을 주지 않는 편이 자녀에게는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하겠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64세 응답자의 34%가 상속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것도 바로 이런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