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코스피 지수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형주들의 실적과 전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KOSDAQ] 다시 활기 찾은 코스닥… IT·제조·통신주 등 지수 회복 주도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6월 25일 연중 저점(480.96)을 찍은 뒤 8월 9일까지 15.37% 상승했다. 같은 기간 5.62% 상승한 코스피 지수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6월 25일부터 8월 9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2080억 원, 기관은 51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으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유가증권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 투자가 쏠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상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7월 코스피 지수 상승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대한 불안은 감소했으나 새로운 상승 논리가 마땅치 않다”며 “최근 1년 거래의 31%가 몰려 있는 1900~1950선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청와대 개편에서 미래전략수석 등이 새로 임명되며 창조경제 관련 추진력이 또 한 번 강화됐고, 국제적으로도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민 연구원은 덧붙였다.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주요 대형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실적이 보장된 중소형주를 골라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전반적인 업황보다 종목의 개별적 특성을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크다”며 “무조건적인 대형주 투자보다는 신뢰가 가는 코스닥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수가 내릴 때 많이 내리고 오를 때 많이 오르는 코스닥 시장의 특성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보다 하락 폭이 크다 보니 상승 폭도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연중 고점(2월 28일 2026.49) 대비 저점까지 12.14% 하락한 반면 코스닥 지수는 연중 고점(5월 28일 585.76)에서 저점까지 17.94% 하락했다.
[KOSDAQ] 다시 활기 찾은 코스닥… IT·제조·통신주 등 지수 회복 주도
IT·제조·통신주에 주목

코스닥 지수 회복을 이끈 것은 정보기술(IT)·제조·통신주였다. 전체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IT 종합지수는 지난 6월 25일부터 8월 9일까지 12.34% 올랐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며 의료, 기계, 제약, 화학 종목들을 포함하고 있는 제조업종 지수도 같은 기간 20.62% 올랐다.

종목별로는 전기차·2차전지 관련주인 성창오토텍, 피엔티가 세계적인 전기차회사인 테슬라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주가를 올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에어컴프레셔용 인버터를 현대차에 독점 공급하는 성창오토텍은 7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주가가 101% 올랐고, 2차전지 관련주인 피엔티도 같은 기간 35.79% 올랐다.

모바일업체, 스마트폰 관련주, IT부품주들의 선방도 돋보였다. 모바일 보안회사인 라온시큐어의 주가가 7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67.72% 올랐고, 모바일 결제회사인 다날이 37.02% 올랐다. 모바일용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생산업체로 중저가 스마트폰 수혜주인 디스플레이텍은 41.36%, IT부품회사인 켐트로닉스는 37.30% 각각 주가를 올렸다. 바이오·헬스케어주들은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부활에 따라 모처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셀트리온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35.27% 상승했다. 이에 제닉(25.79%), 신일제약(23.99%), 씨젠(23.86%) 등 바이오 관련주들이 주가를 올렸고 헬스케어 관련주인 루트로닉의 주가도 같은 기간 43.56% 상승했다.
[KOSDAQ] 다시 활기 찾은 코스닥… IT·제조·통신주 등 지수 회복 주도
음식료·모바일게임주는 투자 유의

모든 코스닥 종목들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종목군은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에도 정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음식료·담배 지수의 경우 7월 9일부터 한 달간 4.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6.74%)에 비해 9%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국순당이 7.51% 하락했고, 매일유업이 13.80%, 하림은 5.02% 떨어졌다.

이는 2분기 음식료업계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최근 발표된 6월 식료품 내수 출하지수는 성수기임에도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하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음료 출하지수도 4.4% 감소하며 부진함을 드러냈고, 식료품 수출 출하지수도 전년 동기보다 6.8% 감소하며 3개월 연속 역신장했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마트 영업 규제 영향이 지속되면서 식료품 관련주들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강세를 보였던 모바일게임주는 성장 동력 한계와 시장 경쟁 심화에 부딪혀 ‘찬밥신세’가 돼가고 있다. 특히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실망이 반영돼 주가는 갈수록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8월 9일 주가를 지난 5월 말 주가와 비교했을 때 하락률은 컴투스 23.34%, 게임빌 40.33%, 위메이드 10.09%에 달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표 모바일게임주인 컴투스의 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가 최근 3개월간 64.96% 하향됐다. 액토즈소프트(-52.04%), 게임빌(-14.09%), 조이맥스(-1.67%)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3개월 사이 추락했다. 김석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국내 모바일게임주의 영업이익은 전반적으로 추정치를 밑돌 전망이며, 모바일게임 시장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인 개발 인력 유치 경쟁과 마케팅 비용 증가 추세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은 한국경제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