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사교의 원조

상류층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공간은 많지만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이야말로 대표적이다. 평생 회원제로 운영되는 특급 호텔 피트니스는 회원권 가격 자체가 상류층 1%를 위한 공간임을 말해주지만, 단언컨대 돈이 많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는 결코 아니다.

특급 호텔 피트니스들이 공통적으로 내거는 프레임이 ‘품격 있는 사교의 장’인 데다 다른 사교클럽에 비해 스킨십이 강하다 보니 자격 심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엄격한 회원 관리에서 비롯된 폐쇄성이 그들의 정체성이자 프라이드인 셈이다.
상위 1%를 위한 품격 있는 커뮤니티 클럽을 지향하는 국내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대부분 평생 회원제로 운영된다. 오픈할 당시 일정한 수의 회원권을 분양하고 클럽 운영비 성격의 연회비를 따로 내는 식이다. 회원권 자체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클럽을 이용하건 안 하건 몇백만 원 상당의 연회비를 부담해야 하니 일단 경제적인 면에서도 진정한 하이엔드인 건 틀림없다.

상류층일수록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특히 건강에 관해서는 따로 병원 갈 일이 없을 정도로 평소 운동에 열심이지만, 그들이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하는 건 결코 운동만을 목적으로 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진짜 운동이 목적이라면 규모나 시설 면에서 오히려 호텔 피트니스보다 더 좋은 피트니스클럽을 찾으면 될 터.

운동을 하러 가면서도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차려 입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곳, 여기에 바로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의 비밀이 숨어 있다. 멤버십 운영, 그것도 평생 회원제이다 보니 회원들 간 관계가 남다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커뮤니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상위 1% 사교 모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서울클럽을 보면 이해가 쉽다. 1900년대 초 외국인들을 위한 클럽으로 시작한 서울클럽은 회원권 가격 자체도 고가지만 기존 회원이 탈퇴하면 새로 모집하는 형태이고, 기존 회원 2인의 추천이 있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다.

주요 회원으로는 외국인과 외교관을 비롯해 내국인의 경우는 외국 기업과 대기업 오너 가족들, 고위 임원, 공직자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학 때 어린이 캠프를 운영하는 등 상류층을 위한 패밀리형 커뮤니티 성격을 띤다. 역사가 깊은 데다 누군가 탈퇴하더라도 추천을 통해 회원이 충원되다 보니 회원들끼리의 관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에 유사한 성향을 띠는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이 많아졌지만, 서울클럽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며 회원권 시세는 5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야외 수영장과 사우나. 야외 수영장은 겨울 시즌에는 아이스링크로 변신한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야외 수영장과 사우나. 야외 수영장은 겨울 시즌에는 아이스링크로 변신한다.
누가 어느 클럽에 다니느냐에 따라 프리미엄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들도 철저히 회원 위주의 폐쇄적 커뮤니티다. 클럽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원 수는 대략 1000명에서 2000명 선. 인터컨티넨탈의 경우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피트니스클럽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피트니스클럽을 합해 1156명으로 회원 수가 많지 않다.

국내에 멤버십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는 특급 호텔 수가 많아지고 일부 클럽의 경우 리노베이션 등을 통해 추가로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등 공급이 늘어나면서 기존 회원권 시장이 예전만큼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톱’으로 꼽히는 몇몇 클럽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으로 프리미엄이 붙는다.

대표적인 예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클럽 올림퍼스와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이다. 이 두 호텔은 회원권 시세나 시설 면에서도 빅2로 손꼽히지만, 회원 성향 면에서도 가고 싶은 클럽이다. 그 부분에서는 호텔의 역사와 연관이 깊다. 호텔 자체로도 네임 밸류가 있지만, 1970~80년대에 멤버십으로 가입할 정도라면 굉장한 하이엔드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하준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팀장은 “그런 분들이 한번 클럽을 선택하면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기 때문에 회원 충성도 또한 높다”며 “호텔 역사에 의해서도 회원 구성이 차이가 나는데, 그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대를 이어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코스모폴리탄 피트니스클럽의 야외 월풀 스파.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코스모폴리탄 피트니스클럽의 야외 월풀 스파.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신라호텔은 접근성 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아우른다는 장점이 있어 회원 성향에 있어 위치적 특성을 띠지 않지만, 대부분 다른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위치 기반에 따라 회원들 성향에 차이가 난다. 서초동에서 가까운 JW메리어트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법조인, 의료인 등이 많고, 인근에 금융권 본사와 대형 로펌이 많은 웨스틴조선호텔은 금융인들과 변호사 등이 주 회원이며, 리츠칼튼 서울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비롯해 강남 주변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이 많은 식이다.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클럽 선택의 주요 기준이 접근성”이라며 이는 “커뮤니티가 발달한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이 늘어나면서 굳이 멀리 있는 클럽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에는 부부 회원권 선호도가 높았는데 각자 접근성이 다르기 때문에 남성은 직장 위주, 여성은 집 주변의 클럽을 선택하는 등 개인 회원권 위주로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W호텔 피트니스클럽이 야외 골프연습장, 한강 조망 등 시설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음에도 지리적 여건이 한계로 작용하는 것도 접근성 문제다.
호텔 한 개 층 전체가 피트니스센터로 구성된 코스모폴리탄 피트니스클럽은 각 운동시설과 사우나까지의 동선을 최적화했다.
호텔 한 개 층 전체가 피트니스센터로 구성된 코스모폴리탄 피트니스클럽은 각 운동시설과 사우나까지의 동선을 최적화했다.
하지만 접근성보다 우선하는 건 당연히 커뮤니티다. 즉 클럽 중에도 분명 프리미엄의 정도가 다르고 그것을 결정하는 건 ‘그 클럽의 회원들이 누구이냐’의 문제인 것. 가령 0.001% 상류층과 같은 클럽에 다니는 멤버라면 그 자체로 대단한 프라이드가 되니 클럽들이 까다로운 수준을 넘어 철저하고 엄격하게 회원 관리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클럽들 중에는 대놓고 회원 자격에 대해 상세히 거론하고 있는 데가 많지 않다. 일부 클럽들만이 ‘대기업 임원 이상, 상장회사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외국계 금융회사 상무 이상, 남편의 직업이나 부모님의 직업 또는 직위로 심사’ 등이라는 식의 구체적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본적인 조건이 그러할 뿐 최종 입회 여부는 ‘심사’에 달려있음을 공지하고 있다. 입회 심사는 클럽마다 존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한다.

보통 10명 정도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대표성을 띠는 클럽 회원들을 위촉해 운영되는데 이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다. 여느 커뮤니티와 다른 게 회원의 입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이 있고, 그들이 곧 클럽의 회원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예를 들어 A은행장이 다니는 클럽에서 같은 은행의 지점장 정도 되는 회원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누군가의 자격을 논한다기보다는 스킨십이 굉장히 강한 클럽의 특성상 기존 회원들에게 맞춰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심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콘래스서울 호텔의 펄스에이트 실내 수영장과 체련장. 특히 실내 수영장은 천장을 통해 자연 채광이 쏟아져 야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콘래스서울 호텔의 펄스에이트 실내 수영장과 체련장. 특히 실내 수영장은 천장을 통해 자연 채광이 쏟아져 야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피트니스클럽들이 회원들 간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소규모 커뮤니티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회원 간 친목 도모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식으로 회원을 관리하기도 한다. 보통 클럽 내 골프회는 가장 일반적인 커뮤니티이고 여성회, 산악회 등 좀 더 분화된 형태의 사교 모임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교 모임은 회원들끼리 자율적으로 하거나 클럽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게 골프 모임이다. 대표적인 예가 신라호텔인데, 클럽 회원들에게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베네스트골프장을 연결해줘 호응을 얻었다. 베네스트는 멤버십이 아닌 데다 소수정예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골프장으로 입소문이 난 곳으로 바로 그 점이 신라호텔 클럽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까지 일컬어진다.

비슷하게 호텔 클럽 대부분이 계열사 등을 활용해 이처럼 특화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회원 간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매년 테니스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계절별로 어린이날 카니발 행사, 스쿼시대회, 골프대회 등 보다 확대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리츠칼튼호텔 서울 피트니스클럽의 에어로빅 센터와 골프장. 리츠칼튼은 2011년 리노베이션 후 시설이 업그레이드됐다.
리츠칼튼호텔 서울 피트니스클럽의 에어로빅 센터와 골프장. 리츠칼튼은 2011년 리노베이션 후 시설이 업그레이드됐다.
추가·신규 분양 가세로 회원권 시세 변동

접근성도 아니고 회원 성향에서도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다면 클럽 입장에서는 또 다른 비교 우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성공 사례가 바로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이다.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들이 보통 만 18세 이상으로 회원 자격을 두는 반면 반얀트리는 아이들을 동반할 수 있는 가족형으로 차별화한 것.

사교 모임의 원조인 서울클럽과 비슷한 형태다. 그러다 보니 주 연령층도 30~50대로 다른 클럽에 비해 상당히 젊다. 자녀를 동반한 회원들이 많다 보니 반얀트리는 교육 커뮤니티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화된 장점들 때문에 반얀트리는 신규 분양 당시 가격이 9000만 원에 달했는데도 성공적이었다.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오픈 당시 4000명 분양을 예정했는데 현재 회원은 2000명 정도로 알고 있다”며 “모(母)회사가 다른 클럽들에 비해 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분양”이라고 밝혔다. 최근 현대그룹이 반얀트리를 인수하면서 신규 분양을 앞두고 있는데 1억3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최근 피트니스 회원권 거래 시장은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 내에 클럽 수가 너무 많기도 한 데다 일부 클럽의 경우 리노베이션 등을 통한 확장으로 추가로 분양을 하기도 하고, 여의도에 들어선 콘래드호텔처럼 아예 새로 분양하는 클럽도 있어서 한정적 수요에 공급이 많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얀트리를 비롯해 지난 1월부터 오는 7월까지 클럽 재정비 차원에서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신라호텔과 최근 개보수를 통해 여력이 생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이 추가 분양을 시작했거나 할 예정이다.

회원권 시세가 클럽의 우위를 나타내는 절대적 기준까지는 아니지만 가격이 높다는 건 그만큼 프리미엄이 있다는 뜻이니 어느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것은 맞다. 3월 중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회원권 시세로 보면 강북권에서는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신라·W호텔 등이 고가이고, 강남권에서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이 가격대가 높다.

박 팀장은 “신라와 하얏트는 오래전에 분양했기 때문에 당시 가격을 생각하면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붙은 가격이고, W호텔은 최근 분양했기 때문에 분양가 자체가 굉장히 높았다”며 “현재 추가 분양 중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예전에는 가격이 더 높았으나 지금은 가격을 낮춰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가족형’으로 차별화한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실내 수영장과 스포츠클라이밍, 피트니스센터 전경.
‘가족형’으로 차별화한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실내 수영장과 스포츠클라이밍, 피트니스센터 전경.
현재 신규 분양 중인 콘래드호텔 펄스에이트도 회원권 가격이 5000만 원대부터 시작해 고가인 편이다. 콘래드호텔은 피트니스센터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고 ‘스마트 럭셔리’라는 호텔 콘셉트와 일관되게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회원권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데는 시기적 요인, 경기를 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보통 운동 계획을 세우는 연초가 가장 회원권 거래가 활발하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 그러나 경기 민감도 부분에서는 비교적 다른 멤버십 회원권보다는 덜하다는 분석이다. 박 팀장의 이야기다. “골프장 멤버십이나 콘도, 피트니트클럽 멤버십 중 가장 경기를 덜 타는 게 피트니스클럽입니다. 골프장이나 콘도는 매일 갈 수 없지만 피트니스클럽은 생활 속에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설령 경제적인 이유로 회원권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가장 나중에 정리하려고 하죠.”

사교와 친목, 정보 교류를 넘어 비즈니스 기회까지 창출할 수 있는 피트니스클럽은 앞으로도 대표적인 상류층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각 피트니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