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브랜드가 가진 힘이 중요해진 시대다. 브랜드 파워가 곧 구매로 연결되니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을 짜고 엄청난 투자를 한다.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수많은 파워풀한 브랜드가 바로 이 남자의 손을 거쳤으니, 바로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다.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 “브랜드, 세상을 바꾸는 그 절대적 가치”
문지훈 대표는…1972년생. 미국 미시간주립대 마케팅 전공. 리서치 인터내셔널, 인터브랜드코리아 상무 등을 거쳐 현재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 중. 인터브랜드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 평가위원.


인터브랜드코리아는 글로벌 브랜드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의 한국 법인이다. 인터브랜드가 199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으며 기업 평가의 객관적 잣대가 되고 있다.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지만 인터브랜드의 가치 평가에 대한 신뢰는 남다르다. 글로벌스탠더드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 순위를 선정해오던 인터브랜드가 최근 한국에 특화된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2013’을 선정, 발표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 중 9위에 올랐던 삼성전자와 53위였던 현대차, 87위로 처음 진입했던 기아차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했고, SK텔레콤, 포스코, KB국민은행, 삼성생명, NHN, 신한카드, LG전자가 뒤를 이어 10위권에 올랐다.

결과를 두고 평가 기준을 운운하며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국내 브랜드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력을 높이는 데 일조해온 곳이 바로 인터브랜드코리아다.

1994년 출범한 인터브랜드코리아는 브랜드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컨설팅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이름 좀 있다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인터브랜드코리아의 고객사다. 매년 두 자릿수의 가파른 성장을 해온 인터브랜드코리아의 현재 수장은 문지훈(41) 대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GS그룹, 신라호텔, SK텔레콤, SPC그룹 등 수많은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해온 컨설턴트 출신의 문 대표는 아시아권에서 단 2명뿐인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 평가위원이기도 하다.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 “브랜드, 세상을 바꾸는 그 절대적 가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위상 높아져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평가해온 인터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선정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국내 브랜드들의 위상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체감 정도가 아니죠.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아요. 100위권 밖에도 국내 브랜드들이 많지만, 특히 100위권에 든 10개의 아시아 브랜드 중 7개가 일본, 나머지가 한국이에요. 중국이 경제대국이고, 그 밖에 중화권 나라들에도 브랜드들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브랜드 위상의 제고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도 국내 브랜드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죠. 삼성전자는 이미 ‘코리아’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가 됐고 그 외 약진하는 브랜드들에도 관심이 많아요. 해외 미디어들이 저에게 ‘넥스트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인터뷰를 많이 요청해오는데, 5년 전만 해도 그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큰 변화인 셈이죠.”

저도 궁금하네요. 문 대표님이 꼽는 ‘넥스트 브랜드’는 뭔가요.

“사실 이런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한편으론 대부분 우리의 고객사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발표하고 말하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하는 게 더 주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씀드릴게요.(웃음) 일단 인터브랜드의 평가 기준점이 있어요. 아시아 지역 외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3분의 1 이상 일어나야 하고,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5대륙에서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어야만 ‘글로벌 브랜드’라는 칭호를 부여해요.

이번에 발표한 국내 30대 브랜드 중에는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 들어가는 3대 브랜드가 다 들어 있지만, 대부분 로컬 기반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10위에 오른 LG전자, 20위를 차지한 아모레퍼시픽 정도가 글로벌라이징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인터브랜드는 세계 최초로 브랜드 가치를 평가, 발표해왔습니다. 그것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요.

“먼저 팩트로 말씀드리자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모 회사가 재무제표 대차대조표에 처음으로 인터브랜드의 평가를 올리겠다고 한 뒤 글로벌 기업에서는 현재 많이들 하고 있어요. 인터브랜드 에셋이죠. 정성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라는 게 그전에만 해도 파워나 인지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가치화 즉 자산이 됐다는 겁니다. 브랜드가 곧 살아 있는 자산이 됐고, 따라서 기업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하는 등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죠. 그런 면에서 많은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브랜드 가치가 기업 가치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하나요.

“기업 가치의 절반 이상을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것이 현실인데 무형자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브랜드죠. 부동의 글로벌 브랜드 1위인 코카콜라의 경우 매년 기업 가치가 달라지긴 하지만 50% 이상이 브랜드 가치예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일 코카콜라가 매각된다고 한다면 전 세계 공장을 다 팔아도 브랜드 하나 파는 것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 코카콜라 사장도 브랜드 가치는 절대 팔지 않는다고 할 정도죠.”

문 대표님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정의는 무엇이고 또 좋은 브랜드는 어떤 건가요.

“브랜드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살아 있는 자산이고, 고객을 접점으로 끌어들여서 가치를 만들고 차별화하는 매개체죠. 같은 맥락에서 좋은 브랜드는 말 그대로 살아 있어야 하죠. 고객과의 접점에서도 늙어가지 않게 관리가 필요하고,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어 줘야 해요. 코카콜라를 보세요. 오래됐지만 그 누구도 늙었다고 하지 않아요. 겨울이면 북극곰을 등장시키고 하얀색, 빨간색, 물결무늬로 변화를 주죠. 그러니 소비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생명력 있는 브랜드란 끊임없이 재활성화되는 브랜드를 말해요.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확고한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명품을 생각해보세요. 정체성을 갖고 본질을 바꾸진 않지만 계속 라인을 바꾸면서 생명력을 끌고 가잖아요.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도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제품보다 브랜드를 사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품과 브랜드는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제품이 안 좋으면 브랜드 가치가 좋을 수 없죠. 소비자들은 제품력이 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품력이 같다면 브랜드가 경쟁력이죠. 제품과 구매력은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과 브랜드 가치의 상관성도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안 되면 좋은 브랜드로 성공하기 어렵죠. 현대차를 예로 들어볼까요. 정몽구 회장이 품질경영을 강조했죠. 그랬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겁니다. 거기에 광고 등 마케팅 전략을 함께 가져가면서 브랜드력을 키운 거죠.”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것들이 수반돼야 할까요.

“소비자행동학이란 게 있죠. 고객과의 접점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어디서 보고, 사고, 느끼는지를 파악하는 건데, 이건 어느 기업이나 누구나 다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고 사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가 어디인가를 짚어내는 겁니다. 그건 여러 방법을 통해 할 수 있는데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등이 중요한 채널이 됐죠.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도 어느 지점에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를 노출해야 매료되는지가 과학적으로 다 증명돼 있어요. 가장 필요한 접점에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중요한 게 바로 비주얼 시스템이에요. 접점에서 어떤 것들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인 겁니다.”

인터브랜드는 전 세계 26개국 오피스와 1250여 명의 브랜드 전문가들이 있는데요, 인터브랜드코리아만의 강점이 있다면 뭘까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강점은 두 가지 포인트예요. 하나는 어떤 회사보다 ‘숫자를 가지고 노는’ 데 뛰어나다는 거죠. 아무래도 제 백그라운드가 그쪽이다 보니 그 방면으로 인재를 키운 것도 있을 텐데, 리서치 데이터와 소비심리학 등을 가지고 끌어내는 것은 외국의 오피스에서 많이 배워가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가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이에요. 우리만큼 다양한 접점이 발달한 나라가 없는데, 그런 면에서 훈련된 디자이너들이 많죠. 향후 전망하는 사업 분야도 바로 그 부분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많이 해왔어요.”
사람도 기업이랑 같아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말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없이 살면 그냥 매력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사람도 기업이랑 같아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말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없이 살면 그냥 매력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매력 있는 사람 되려면 정체성 정립할 것
올해로 대표에 취임한 지 3년째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비즈니스 콘텐츠를 바꾸는 측면과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 두 가지가 핵심이었는데 팀원들이 잘 따라줬어요. 콘텐츠 부분은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 끌어갈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해 지속성을 위해 다른 것들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앞에서 말한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깊이를 다양화하는 프로덕트를 개발했죠. 지금은 30% 이상이 새로운 프로덕트에서 나오고 있어요.”

인터브랜드코리아에 오랫동안 재직한 걸로 압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9년째 몸담고 있는데요, 저는 컨설턴트에서 대표가 된 이례적인 경우예요. 대표가 되기 전까지 제가 직접 프로젝트를 담당했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다 보람되고 잊을 수 없죠. 일화가 참 많은데 특히 제 경우는 뜻대로 안 됐던 프로젝트들이 더 재밌게 느껴져요. 대표적으로 신한카드가 LG카드를 합병했을 때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당시만 해도 LG카드 네이밍이 더 강력할 때였는데 열심히 조사, 연구한 결과 새로운 브랜드의 카드를 만들자는 게 제 솔루션이었죠. 그런데 거기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고 참 많이도 토론하고 싸우고 그랬어요. 결국 카드 이름은 신한카드가 됐고 신한러브카드가 출시됐는데, 사실 우리가 제안한 회사 이름이 바로 러브카드였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인 만큼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아요. 일을 즐기는 편인가요.

“일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거고, 다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요. 오래전에 본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런 게 있어요. 주인공이 아침마다 손뼉을 치며 ‘This is gonna be a great day(오늘도 멋진 하루가 될 거야)’라고 말하죠. 저도 비슷해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주고 하루에 100통이 넘는 이메일이 오는 게 너무 즐거워요. 나중에 누가 저를 이렇게 찾아주겠어요.”

브랜드 가치를 창조해내는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어떤가요.

“실제로 저 혼자 따져본 적이 있어요. 수치를 알려줄 수는 없는데 꽤 높더라고요. 사실 제조업이 아니면 가치가 높게 나오기 어려운데, 인터브랜드코리아만 봐도 꽤 높았어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영업이익이 좋기 때문에 그렇겠죠. 업계에선 자타공인 넘버원이니까요. 인터브랜드 일원인 게 자랑스러워요.”

기업이 아닌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일 텐데요.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랑 같아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말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애플이 그들의 정체성으로 이노베이션(혁신)을 내세운 뒤 모든 게 이노베이션에 맞춰졌어요. 스티브 잡스가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뉴발란스를 신은 것도 같은 거예요. 그가 양복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혁신의 아이콘이 양복을 입을 수 없어서인 겁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명확한 정체성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없이 살면 그냥 매력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요.

“우리 회사의 가치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제 목표는 현재 우리나라 브랜드가 ‘세계 100대 브랜드’ 안에 3개인데 5~6개가 될 때까지 대표를 하고 싶어요.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많이 도와주면서 말이죠.”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