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가 됐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역시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개봉해 ‘힐링 영화’라는 찬사를 들었던 ‘레미제라블’. 두 편의 영화가 이번엔 무대로 옮겨졌다.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그 형식은 다르지만, 스크린 밖으로 확대된 감동과 재미 면에서는 일치한다.
[영화, 무대로 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vs ‘레미제라블’
또 다른 해석, ‘광해, 왕이 된 남자’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1000만 관객 돌파 영화’라는 흥행 기록을 썼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연극 버전은 어떤 색깔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연극으로 돌아온 광해는 영화와도 원작과도 다른 모습이다. 물론 비운의 군주였던 ‘광해군’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천민 ‘하선’이 가짜 왕으로 대리 임금의 역할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기본 뼈대는 같다.

외압과 암살 시도에 폭군이 된 광해, 임금과 닮은꼴이라는 이유만으로 ‘칼받이’로 궁에 불려온 하선, 개혁가 도승지 허균과 반대파인 이조판서 박충서가 만드는 대립 구도 또한 같다. 여기에 영화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조내관, 호위무사 도부장, 중전, 궁녀 사월 등도 마찬가지로 등장한다. 그러나 일부 인물의 경우 캐릭터가 살짝 달라졌고 에피소드와 결말에서도 차이가 있다.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 그리고 연극이라는 무대의 한계상황으로 인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일부 과감히 걷어내는 대신, 연극이 주는 생생한 현장감은 더욱 살려내 감동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연극의 또 다른 한계인 영화 속 진짜 광해와 가짜 광해가 마주하는 장면은 ‘꿈’을 통해 절묘하게 풀어내는 등 아이디어도 반짝인다. 광해를 연기하는 배수빈, 김도현 두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살아 있는 연기도 연극 ‘광해’를 차별화하는 요소다.

기간 4월 21일까지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02-3014-2118
[영화, 무대로 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vs ‘레미제라블’
27년을 기다린 한국어 초연, ‘레미제라블’

1985년 런던에서 개막한 이래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최장수 뮤지컬, 토니상·그래미상·올리비에상 등 70여 개 이상의 세계적인 주요 뮤지컬상 석권,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화한 감동의 대서사시 등 ‘레미제라블’ 앞에 붙는 수식은 끝도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번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드디어 27년 만에 제작되는 역사적인 한국어 초연이라는 점. 세계 4대 뮤지컬인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중 마지막으로 한국에 입성한 것이다.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공연하지만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전원이 내한,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보인다. 그만큼 배우들도 까다롭고 엄격하게 선발됐다. 세계 4대 뮤지컬을 제작하며 ‘뮤지컬의 흥행 귀재’로 알려진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장장 7개월, 총 10차에 걸친 배우 오디션을 통해 주·조연, 앙상블, 아역에 이르기까지 원 캐릭터에 99% 근접한 단 한 명을 찾아낸 것.

장발장 역에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등으로 이미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의 최고 실력자로 등극한 정성화가 선택받아 또 한 번 무대 장악에 나섰다.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가석방된 장발장의 이야기가 스크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기간 4월 9일~오픈 런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1544-1555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