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 상승세가 거칠 게 없다.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우려는 코스닥 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3월 13일 코스닥 지수는 3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550선에 바짝 접근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오락문화, 정보기술(IT), 의료정밀기기를 중심으로 ‘쌍끌이’ 순매수를 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에다 글로벌 차원의 중소형주 강세 현상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평가다. 코스닥 시장 내 판도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우리투자·현대·IBK투자·하이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 ‘스몰캡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반기 코스닥 지수는 480~61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우리투자·현대·IBK투자·하이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 ‘스몰캡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반기 코스닥 지수는 480~61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형주 ‘강세 리커플링’

3월 13일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닥 지수는 549.73을 기록했다. 2010년 1월 19일 이후 3년 만의 최고치. 섬유·의류와 출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이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며 122조3800억 원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선 2월 이후에만 9.14% 오른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수 530~545대에서 두텁게 형성됐던 차익 실현 매물의 부담을 뚫고 지수가 상승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병화 현대증권 스몰캡팀장은 “정부정책 효과에 엔저(円低) 충격 등에서도 빗겨나 있는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에 비해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코스닥 시장 강세가 글로벌 차원의 중소형주·벤처기술주 약진과 흐름을 같이 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일본 벤처기업 주식이 거래되는 자스닥(JASDAQ)은 연초 이후 3월 12일까지 33.3%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 상승률(18.5%)보다 배 가까이 높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0.8% 상승에 그친 반면 차스닥(CHASDAQ)은 17.6% 올랐다. 미국의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작년 말 849에서 3월 12일 940으로 10.7% 오르며 다우 지수 상승률(10.3%)을 앞섰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며 “미국 다우 지수가 신고가 행진을 해도 국내 시장에선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분위기지만 대안 성격의 투자가 중소형주로 몰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KOSDAQ] 거칠 것 없는 상승세 지수 600시대 열리나
정부 정책 수혜 기대감

‘중소기업 우대’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 효과 등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가 상승가도를 멈추지 않으면서 전고점(546.15)을 뛰어넘어 600선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연내에 지수 700선까지 상승을 점치는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IT와 바이오 등 ‘창조산업군’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연내에 코스닥 지수가 650~700선까지 상승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우리투자·현대·IBK투자·하이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 ‘스몰캡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반기 코스닥 지수는 480~61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증권(코스닥 지수 550~ 600)과 우리투자증권(530~560)이 비교적 지수 폭을 좁게 잡았다.

코스닥 지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끝난 2009년 4월 이후 지수 450~560 사이에 갇혀 있다. 2010년 이후로는 지난해 3월 5일 546.15가 최고치다. 최근 코스닥 지수 상승폭이 가파른 만큼 장기 박스권을 깰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유망 종목으로 콘텐츠, 모바일디바이스, 정보통신기술(ICT)융·복합 관련주 등 새 정부 정책 수혜주를 꼽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알짜’ 업체들도 시장 상승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IBK투자증권에 의뢰해 만든 ‘스몰캡 산업 기상도’에 따르면 미디어·콘텐츠 관련 업종이 업황 개선 가능성이 가장 큰 ‘맑음’으로 분류됐다. 발광다이오드(LED)와 초고화질(UHD) TV 업종은 업황 관련 긍정적 요인이 많아 ‘갬’으로 분류됐다. 태양광과 스마트그리드 관련주는 ‘약간 흐림’으로 분류됐다. 반면 2차전지와 반도체장비 관련주는 ‘흐림’으로 평가됐다.

종목별 전망은 업종별 기상도와 유사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플렉스컴, 이녹스, 서원인텍 등 모바일디바이스 관련주와 CJ CGV, 대원미디어, 제이콘텐트리 등 문화콘텐츠 관련주를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엔텔스, SK브로드밴드 등 스마트인프라 관련 종목과 스마트홈네트워크 관련 종목인 KTH를 꼽았다. IBK투자증권은 콘텐츠(오로라·대원미디어)와 태양광(에스에너지·티씨케이)을 비롯해 모바일디바이스인 태블릿 PC(캠트로닉스·플렉스컴) 관련 종목을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으면서 ICT 융·복합과도 관련된 종목인 실리콘웍스, 파트론, 미래나노텍, 이녹스, 코텍 등을 추천 종목에 올렸다.



시장판도 변화 조짐도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판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코스닥 시장에선 게임주, 엔터주, 미디어·콘텐츠 관련주, LED 관련주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김동욱 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