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REMENT PLAN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노후는 주요한 삶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또한 혼자 사는 삶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혼자 사는 삶이 보편화된 시대라는 생각을 갖고 젊은 시절부터 준비만 제대로 해나간다면 얼마든지 즐겁고 보람 있는 노후를 만들 수 있다.
혼자 사는 노후,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우리 사회도 노후에 혼자 사는 삶이 보편화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우선 홀로 사는 노인(65세 이상 인구)의 수가 2000년에 54만 명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102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노인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에 이른다.

참고로 2010년 말 현재 일본에서 홀로 사는 노인 수는 465만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16%에 달했다. 홀로 사는 노인의 숫자 자체는 일본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비율(11%)이 일본(23%)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전체 노인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은 우리나라(19%)가 일본(16%)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75세 이상의 후기 노령기 인구 비율은 우리나라가 4%인 데 비해 일본은 11%에 이른다.

그런데도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은 우리가 일본보다 높다는 것이다. 후기 노령기로 갈수록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더욱 더 빨리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20년 후 우리나라도 지금의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로 들어서게 되면 홀로 사는 노인들이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누구나 언제나 혼자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홀로 사는 노인이라고 하면 원래부터 결혼을 안했거나 자녀들과 같이 살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할 수 없이 혼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노부부가 사별할 경우 자녀가 같이 살자고 하더라도 노인 스스로 혼자 사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

2010년에 서울시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후에 혼자됐을 경우 주거 형태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녀와 가까운 곳의 독립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이 45%, 노인 전용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이 31%로 80% 가까이가 자녀와 따로 살기를 희망했다.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이 일반화되면서 떨어져 지낸 기간이 긴 만큼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 세대가 한 집에 모여 살면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부모들의 경제력과도 관계가 있다. 지금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50~60대들은 1970, 80년대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부를 축적한 세대다. 따라서 굳이 자녀들의 부양을 받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로 노년을 맞는 사람들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1980년에만 해도 0.4%에 지나지 않았던 생애미혼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2010년에는 5%로 늘어났다. 참고로 일본의 생애미혼율(2010년)은 남자 20%, 여자 11%에 이른다. 젊은 세대들의 결혼 기피 현상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혼이혼의 증가도 홀로 사는 노인을 늘게 하고 있다. 이른바 돌아온 싱글(돌싱)의 수가 1980년에는 12만 명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161만 명으로 30년 사이에 13배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몇 가지 이유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홀로 사는 노후는 주요한 삶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또한 혼자 사는 삶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도시화가 진전될 때 핵가족화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핵가족은 새로운 가족 형태로 성장해 주류를 이뤘다.

혼자 사는 삶도 마찬가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르는 노후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를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삶이 보편화된 시대라는 생각을 갖고 젊은 시절부터 준비만 제대로 해나간다면 얼마든지 즐겁고 보람 있는 노후를 만들 수 있다.

우선 혼자 살게 되더라도 고립된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혼자 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에 편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립을 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 형태다.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웃만한 복지시설이 없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의 경우, 노부부만 살거나 부부가 사별하고 혼자된 경우에는, 59.4~66㎡(18~20평)의 소형이면서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주택가의 가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 중에는 두부 한 모 사기 위해 2km나 걸어가야 할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구매난민’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파트 가격 또한 지금까지는 대형 아파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형보다 상승률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재개발의 영향으로 대형 아파트의 공급은 크게 늘어난 반면 핵가족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중심’으로 노후 준비 바꿔야

통계청이 실시한 2010년 인구총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에서 차지하는 1~2인 가구의 비율은 1980년에 15.3%였던 것이 2010년에는 48.2%로 늘어났다. 2035년에는 68%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전세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견해도 있다. 2~3년 전부터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치솟은 반면, 대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런 현상에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젊은 세대라면 모르지만 노년에도 고층 아파트가 바람직한 주거 형태인지 한번쯤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노후 생활비 준비 방법이다. 종래 남편 중심의 노후 준비에서 혼자 남아 살게 될 가능성이 큰 아내를 배려하는 노후 준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7년 정도 길고,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보다 세 살 정도 나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률적으로 여성들은 남편이 세상 떠난 후 10년 정도를 혼자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홀로 사는 노인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따라서 아내가 혼자 남아 살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과 보험도 중요하다. 우선 아내를 연금수령자로 하는 종신형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아내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아내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서둘러 가입시킬 필요도 있다.

국민연금은 평생 수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때 연금도 어느 정도 늘어난다는 장점 때문에 근래 주부들 사이에 자발적 가입자가 늘고 있다. 남편이 종신보험에 들어 두는 것도 좋다. 남편 사망 때 받은 보험금으로 홀로 된 아내가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종신보험은 아내에게 가장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의료비 마련을 위해 의료실비보험은 반드시 들어 두어야 한다. 병원비 중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의료실비의 90%를 보험금으로 지급해 주므로 불의의 사고나 질병을 당했을 때 병원비 마련에 큰 도움이 된다. 병원비에 비례해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 수도 있다.



일러스트 허라미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