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ELS

볼보 S80 T6 익제큐티브는 지난해 5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방한했을 때 의전차로 사용된 모델이다. 스웨덴 국왕은 실비아 왕비와 함께 이 차를 타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의 일정을 소화했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의 라인업 중 국왕을 모실 만한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 바로 S80 모델이다.
볼보 S80 T6 익제큐티브, 귀빈을 모시는 차, 보행자 안전까지 책임진다
우선 S80의 역사를 살펴보면, 볼보는 1998년에 기존 900시리즈를 대체하기 위해 전륜구동(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전환한 중대형 세단으로 S80을 처음 선보였다. 볼보의 다른 모델과는 달리 스테이션 웨건 버전이 없었다. 2007년 2세대는 더욱 견고한 섀시와 양 측면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을 갖춰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2011년에 나온 뉴 S80 T6는 기존 모델보다 주행 성능을 더욱 향상시켰다.

업그레이드된 T6 엔진은 직렬 6기통 2953cc, 트윈 스크롤 터보를 장착해 운전자가 더욱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 S80 T6 익제큐티브는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운전기사를 두고 차주가 뒷좌석에 타는 차)다. 따라서 뒷좌석 디스플레이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냉장고 등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스웨덴 국왕이나 회장 등 귀빈을 모시기에 적합한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외관은 전 세대부터 이어져오는 스칸디나비아 풍의 심플하면서도 견고한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과하게 멋을 내지 않았지만, 그래서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보닛 위의 브이(V)자형 캐릭터 라인이 역동성을 표현한다. 슬림한 헤드램프 부분은 낮게, 데크는 살짝 높게 한 것도 스포츠세단의 감각을 잘 살리고 있다. 뒷부분은 심플한 후방램프, 그리고 절벽처럼 깎아 떨어지는 뒷부분 라인이 절묘하게 이어져 다부져 보인다.

심플함이 강조된 외부에 비해 내부 인테리어는 우아하고 클래식하다. 최고급 호두나무 센터스텍 등 프리미엄 내장재를 사용했고, 통풍 기능이 있는 인체공학적 소프트 가죽 시트가 적용됐다. 도어 핸들과 포켓 내부에는 밝은 발광다이오드(LED) 등이 밝고 경쾌한 조명을 비추고 있어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이다.

운전석에 앉으니 앞 유리의 상단부와 룸미러 사이에 돌출된 부분이 눈에 띈다. 앞 시야를 조금 가리기 때문에 왜 이렇게 답답하게 디자인했나 싶었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앞 유리에서 이 부분을 살펴보니 렌즈와 센서가 보인다. 이 부분의 장비들은 레이더와 디지털 카메라가 담겨 있어 전방 도로 정보를 확인해 차량 주행 상황에 맞게 정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다른 차량과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도로표시판 정보를 계기판에 전달하며 헤드램프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특히 볼보만의 독보적 첨단 안전장치인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은 시속 35km 이내의 저속 주행 시 차량 전방에 보행자가 가까워져 사고가 예측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이 경고에도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으면 차량이 스스로 정지해 사고를 방지한다.
볼보 S80 T6 익제큐티브, 귀빈을 모시는 차, 보행자 안전까지 책임진다
볼보 S80 T6 익제큐티브, 귀빈을 모시는 차, 보행자 안전까지 책임진다
볼보는 디자인, 주행 성능, 브랜드 가치만으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여기에 차량의 기본이지만 잘 보이지 않는 안전성이 매우 특화된 차다. 실제 주행에 나서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볼보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졌다.

시승 구간은 서울 강남에서 인천 강화도에 이르는 왕복 140km 구간. 올림픽대로에서 국도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의전용 차량에 적합한 모델인 만큼 귀빈을 모시는 운전사의 마음으로 시승에 임했다. 의전 운전의 가장 기본은 급출발, 급정거, 그리고 급가속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뒷좌석 귀빈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천천히 안정적으로 출발해 올림픽대로에 접어들었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 급가속을 했지만 미묘한 동요나 소음 없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차선을 바꿀 때는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이 꽤 편리했다. 최근 국내 제조사의 모델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은 사이드 미러 쪽에 작은 램프가 옆 차선에서 추월하려는 차가 있는지 감지하고 있을 때는 빨간불이 켜진다.

직진 주행 중에는 옆 차선에 속도를 내는 차량이 수시로 있으므로 램프도 수시로 켜지는데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차선 변경 시에는 평소처럼 사이드 미러, 룸미러를 몇 번 확인하고 이동하지 않아도 돼 꽤 편리하다.
볼보 S80 T6 익제큐티브, 귀빈을 모시는 차, 보행자 안전까지 책임진다
이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시험해봤다. 외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 크루즈 컨트롤은 꽤 유용한 데 비해 국내 고속도로 위에서는 잘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게 이 기능이다. 국내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이 많아 속도를 수시로 변경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ACC는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속도를 조정하기 때문에 신기한 마음에 테스트에 나섰다.

ACC를 시속 85km로 맞춰놓고 달려보니 정체 때문에 앞차의 속도가 줄어들어 내 차와 간격이 좁아지자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앞차 간격이 멀어지자 설정해놨던 85km로 회복해 유지했다. 이거야말로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정말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볼보 S80 T6 익제큐티브, 귀빈을 모시는 차, 보행자 안전까지 책임진다
더불어 시티 세이프티 기능은 50km 이하 주행 시 앞차와 간격이 급격히 줄어 추돌 위험이 있는데도 제동하지 않으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기능이다. 졸음운전 등으로 차선을 비정상적으로 이탈할 때 경고음이 울리는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도 물론 갖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에어컨, 미디어 등 편의장치 버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렬돼 있어 다른 차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익숙해지기 쉽다. 하단부에는 운전자 주행 스타일에 따라 컴포트(comport), 스포츠(sports), 어드밴스트(advanced) 세 종류의 주행 모드 버튼이 있다.

또한 하이파이 스피커 12개와 돌비(dolby) 서라운드 사운드는 모든 좌석에서 입체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디스플레이는 DMB는 되지 않으며 DVD를 플레이할 수 있고 각 좌석에 헤드폰이 비치돼있어 운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다.

S80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다소 실내가 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 제조사 모델의 경우 중형차라도 실내 공간은 쾌적할 정도로 넓은 데 비해 S80는 4~5명이 모두 탑승했을 때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