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터뷰


지난 2007년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오페라갤러리는 해외 유명 미술품을 구입하려는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강남 미술의 메카라 할 수 있다. 오페라갤러리를 중심으로 인사동, 사간동에 이어 새롭게 청담동 일대에 아트 밸리가 형성됐다. 서양 유명 미술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명작들을 서울 오페라갤러리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어 많은 미술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세계 11개 도시에 오페라갤러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갤러리인 까닭에 서울에서도 명작을 해외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최근 도산대로로 확장, 이전한 오페라갤러리를 둘러보고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를 만나 보기 위해 내한한 질 디앙(Gilles Dyan) 오페라갤러리 인터내셔널 그룹 회장을 만나 세계 미술계 동향을 들어봤다.
“경기 불안할수록 미술품은 좋은 투자처” 질 디앙 오페라갤러리 인터내셔널 그룹 회장
질 디앙 회장은…
1980년 에피차지 디나미크(Affichage Dynamique) 고객관리부서 디렉터.
1986년 디앙 코쿠앙트 갤러리 대표.
1994년 오페라갤러리 설립.
2000년 유럽 상공회의소 공인예술품 자문 전문가.
2002년 세계 명작을 위한 미술투자펀드(Opera Masters) 창시.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11개 도시에 갤러리를 두고 있는 오페라갤러리의 창업자 질 디앙 회장은 세계 50대 화상(畵商)에 손꼽히는 큰손이다. 또한 유럽상공회의소에서 인정한 미술상거래 허가증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갤러리스트다. 그는 1980년대 한 전자회사의 고객관리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교사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미술 쪽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돈을 모아 미술품을 하나씩 사 모으는 아마추어 미술품 컬렉터였다고 회상한다.

“열다섯 살 때 처음으로 파리의 판화 전문점에서 호안 미로의 석판화 한 점을 산 것이 컬렉션의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1986년 쇼핑센터 내에 작은 갤러리를 열고 판화를 팔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르렀네요.”

디앙 코쿠앙트(Dyan-Coquant)라는 작은 갤러리로 시작한 디앙 회장은 1994년에 파산해 소장품을 다 팔아넘기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미술품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곧바로 아시아로 넘어와 싱가포르에서 파트너 3명과 함께 오페라갤러리를 열었다.

오페라갤러리의 콘셉트는 세계 명작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모두 아우르면서, 선진화된 마케팅과 자금 조달로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1994년에 싱가포르와 파리에 오페라갤러리를 개관하고 미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디앙 회장은 파리, 뉴욕, 마이애미, 홍콩, 런던, 베니스, 서울, 두바이, 제네바 등의 도시로 확장하며 글로벌 갤러리 네트워크로 성장시켰다.
미술품 투자에 있어 약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은 컨템퍼러리 작품에, 안전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고전 걸작에 투자하는 것이 좋아요.
미술품 투자에 있어 약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은 컨템퍼러리 작품에, 안전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고전 걸작에 투자하는 것이 좋아요.
“파리에서는 생 오노레, 런던에서 뉴 본드 스트리트, 뉴욕의 스프링 스트리트, 싱가포르의 오차드 로드, 서울에서는 청담동 등 그 도시 최고의 거리에 오페라갤러리가 위치하고 있죠. 예술품을 사랑하는 컬렉터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을 부지로 선정해요.”

오페라갤러리의 기본 컬렉션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유럽 인상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그림들이다. 여기에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 등의 팝아트, 신구상주의 등 21세기 현대미술과 중국 현대미술까지 컬렉션을 넓히고 있다. 모든 작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할 수 있고 직접 주문하면 해외 갤러리를 통해 확보해 주문자에게 배송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작품의 가격대도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보해 모든 종류의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디앙 회장은 최근 유럽 및 세계 경기가 좋지 않지만 오페라갤러리는 운이 좋게도 세계 모든 지점에서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침체란 불안정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 투자에 나서고 있어요. 오히려 요즘 고가의 그림이 더 많이 팔리고 있죠. 경기가 불안할수록 미술품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어요. 주식, 예금, 부동산 투자에 두려움을 느낀 자산가들이 미술 투자를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고전 걸작인 피카소 작품이나 근대 작품인 살바도르 달리 작품 등을 많이 찾고 있어요.”

디앙 회장에 따르면 유럽, 미국뿐 아니라 최근 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신흥 부자가 늘면서 전 세계의 컬렉터가 급증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국가에서 부자들이 미술관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피카소나 마르크 샤갈, 폴 고갱의 걸작을 전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 명품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경기 불안할수록 미술품은 좋은 투자처” 질 디앙 오페라갤러리 인터내셔널 그룹 회장
한국 젊은 화가 발굴해 세계 시장으로

세계 미술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디앙 회장은 “여러 나라에서 컨템퍼러리(동시대 미술) 아트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 각국의 옥션에서 인상주의와 컨템퍼러리 기조가 막상막하였으나 최근 들어 컨템퍼러리 작품들의 인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컨템퍼러리의 경우 생존 작가임에도 가격이 작고한 작가 못지않다.

그는 “미술품 투자에 있어 약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은 컨템퍼러리 작품에, 안전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고전 걸작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또한 “만일 투자가 주목적이라면 앞으로도 그 가치 상승이 확실한 피카소, 모네, 컨템퍼러리 작품을 계속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최근 투자를 위한 컬렉터,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꾸미기 위한 컬렉터 등 각자 목적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국 시장에도 열정적인 컬렉터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며칠 동안 서울 오페라갤러리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 관람객, 컬렉터가 많이 다녀가는 것을 봤다”며 “오페라갤러리가 서울에 진출한 5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앙 회장은 한국의 아티스트 발굴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가급적 많은 한국의 작가를 만나보고 작품을 접한 뒤 해외 오페라갤러리에 소개하고 있다. 그가 한국 작가들의 잠재성을 평가하고 발탁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오페라갤러리의 전속 작가를 뽑을 때는 뭔가 새롭고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작품을 선호해요. 그림을 딱 봤을 때 받는 느낌이 매우 중요하죠. 이 느낌은 많은 사람에게 통할 수 있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 전시해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유니버스한 작품을 선호해요.”

디앙 회장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작가로 이재효 조각가, 이동욱 작가, 임태규 작가를 꼽았다. 각 작가에 대해 “이재효 조각가는 자기만의 컬러가 뚜렷하고 오리지널해요. 메시지도 좋아서 그만의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동욱 작가의 작품은 심플하면서도 너무 아름답죠. 임태규 작가는 사람을 표현하는 기법이 색다르고 아주 신선하며 스타일이 새로워요”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최근 국내 미술계의 큰 이슈인 미술품 양도세 시행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정말 여러 종류의 세금이 있지만 미술품 거래와 관련한 세금은 없어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죠. 예술품을 사고파는 데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는 좋지 않아요. 세금 때문에 예술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위축될 수 있고 컬렉션이 성장할 수 없죠. 피카소의 걸작을 마치 주식 거래처럼 취급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마지막으로 디앙 회장은 오페라갤러리를 추가로 대만과 브라질에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있을 딸의 결혼식과 관련해 가족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한다는 소망도 전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