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CLOSE UP

프랑스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농업 비중이 크다.

유럽 대표 농업국인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과 치즈뿐 아니라 고품질의 돈육가공품을 생산한다. 프랑스산 돈육가공품은 유럽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린다.

지역 조합에서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며 고품질을 유지하는 프랑스 돈육산업의 현장을 찾았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프랑스는 유럽의 주요 농업국 중 하나다. 식량은 거의 자급자족하며 와인 생산은 세계 1위다. 주요 농산물은 밀, 보리, 옥수수, 감자, 사탕무, 와인, 낙농제품 등이다. 유럽연합(EU) 결성 이후 관세 등의 혜택으로 농업 생산이 보다 증가했다.

프랑스는 국토의 25%가 목초지다. 그 덕에 프랑스 축산업은 EU에서도 고급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돈육 가공품은 치즈와 더불어 프랑스의 맛을 대표한다. 품질뿐 아니라 생산량도 연간 120만 톤으로 EU 내에서 독일,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다.

프랑스에서는 돈육제품을 정육 자체가 아니라 가공식품의 형태로 즐긴다. 빵과 함께 먹거나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레시피를 개발하고 매뉴얼화했다. 품질관리까지 국가의 몫이다. 이렇게 만들어 시중에 유통되는 육가공 관련 제품만 450여 종에 이른다. 2013년 초 국내 수입위생조건을 통과하게 되면 한국에서도 프랑스산 햄과 소시지를 맛볼 수 있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EU를 대표하는 농업국 프랑스는 명품 돈육 가공식품의 주요 생산국이다. 전 세계 식품 관련 업자들이 한데 모인 식품박람회 ‘SIAL’의 흥행을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U를 대표하는 농업국 프랑스는 명품 돈육 가공식품의 주요 생산국이다. 전 세계 식품 관련 업자들이 한데 모인 식품박람회 ‘SIAL’의 흥행을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SIAL 현장

프랑스 낙농산업의 현장을 찾아 떠난 길. 프랑스에 도착한 다음 날, 파리 인근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limentation·SIAL)를 관람할 수 있었다. SIAL은 그 규모와 행사장을 찾는 인원에서 지금까지 본 여느 식품박람회를 압도했다.

전시장은 초입에서부터 전 세계에서 모인 식품업계 종사자들로 붐볐다. 각각의 부스에서는 소시지를 비롯해 햄, 치즈 등 다양한 육가공품이 제각각의 풍미를 뽐내고 있었다. 전시장 초입에서 일행은 프랑스 남서부 바욘 지방을 대표하는 육가공 브랜드 장봉 드 바욘(Jambon de Bayonne)을 만났다.

부스에 들어서자 매니저는 다짜고짜 거대한 장봉(돼지 뒷다리로 만든 햄)을 얇게 저며 내밀었다. 그 뒤로 빨간 리본에 묶인 채 주렁주렁 매달린 장봉이 보였다. 바욘 지방은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돼지 사육지다.

바욘사 수출 담당 매니저인 피에르 에마뉘엘 브로트랑드(Pierre-Emmanuel Brotelande)는 장봉 드 바욘을 프랑스 넘버원 장봉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바욘에서 생산되는 돼지는 옥수수를 많이 먹여 육질이 좋고 오메가 3·6·9 등 지방산이 풍부하다고 한다. 가공품 역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건조시키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샘에서 얻은 소금으로 염장해 맛이 좋다고 브로트랑드는 자랑했다.

“와인도 테루아가 중요하듯 돼지고기도 기후나 토양 등 사육 환경에 따라 육질과 맛이 다릅니다. 우리는 바욘에서 나고 자란 돼지만으로 장봉을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가질 수 있는 거죠. 우리의 자부심이 담긴 장봉으로 한국에 꼭 진출하고 싶습니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SIAL에서 만난 돈육가공업체 사장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소코파(Socopa)라는 브랜드로 국내에 삼겹살, 항정살 등을 수출하는 시파(CIPA)였다. 부스에서 만난 자크 모롱(Jacques Moron) 사장은 한국에 프랑스산 돼지고기를 수출한 지 10년이 된 지한파였다. 그는 10년 동안 한국과 거래하면서 한국인들의 기호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현재 시파는 이마트와 신세계 등 할인점을 비롯해 가공업체 등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독점 계약을 체결한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통해서도 한국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SIAL의 분위기가 좋다며 조금은 들뜬 표정을 지었다.

“SIAL을 통해 계약이 성사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소코파는 아시아 시장에 주력해왔습니다. 이 자리는 중국이나 일본, 한국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구제역의 여파로 한국 수출량이 증가한 데 반해 올해는 수출이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IAL에서는 델리숍 로스트(Loste)의 에두아르드 데스푸(Edouard d’Espous) 사장도 만날 수 있었다. 햄과 소시지 등 각종 가공식품이 보기 좋게 진열된 부스에서 그는 “건조 소시지에는 콜라보다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며 와인잔을 건넸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로스트는 1866년 설립된 150년 전통의 육가공 전문 업체다. 프랑스 전역의 10여 개 공장에서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제품별로 가공 공장이 별도로 있으며 연 매출은 약 3억 유로다. 로스트는 자사 제품은 슈퍼마켓이 아닌 전문 델리숍을 통해서만 판매한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면 가격과 함께 품질도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데스푸 사장은 한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가격 정책은 그대로 유지해 고품질의 제품을 전문 숍을 통해서만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 돼지고기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반영해 한국에서 가공식품을 만들 생각도 있다.

다음 여정은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방. 파리에서 테제베(TGV)로 3시간여를 달려 브르타뉴에 도착했다. 브르타뉴에서 방문이 예정된 곳은 하루 5000두의 돼지가 도축되는 갸드(Gad)였다. 숙소에서 갸드까지는 차로 1시간 30여 분이 걸렸다. 주변에 도축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갸드에 닿을 때까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브르타뉴의 도축장과 가공업체 ‘오노’

갸드에 도착해 방진복으로 갈아입은 후 도축장에 들어섰다. 도축장에 들어서자 고리에 매달린 돼지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내를 맡은 유니포르(Uniporc)의 부사장 파스칼 르 뒤오(Pascal Le Duot)는 돼지의 다리에 칩이 부착됐다고 말해주었다. 칩에는 돼지의 출생지와 유통 과정 등이 자세하게 입력돼 있다고 했다. 검역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칩을 통해 역추적이 가능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양돈 산업은 이러한 생산 이력 추적 시스템을 통해 진일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이력 추적 시스템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축된 돼지고기는 독립기관인 유니포르에 의해 중량과 등급이 판정된다. 이날 유니포르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은 자동화 PCM 시스템으로 돼지의 지방 함량과 근육 두께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들은 위생적인 도축 환경을 지도하는 것은 물론 정확한 등급 판정을 내림으로써 거래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있었다.

유니포르는 사육자와 도축자 사이에 분쟁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부 기관이다. 뒤오 부사장은 유니포르가 생기기 전에는 돼지고기의 중량과 등급 등을 두고 의견 마찰이 심했다고 했다. 유니포르가 설립된 이후에는 이런 분쟁의 소지가 사라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유니포르는 프랑스에서 도축되는 돼지의 85%를 관리합니다. 유니포르가 자리를 잡으면서 유통상 투명성이 제고된 거죠. 프랑스 돈육산업은 이 같은 투명성 위에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뒤오 부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다음 행선지인 오노(Onno)의 살레송 셀티크(Salaisons Celtiques) 공장으로 향했다. 오노는 프랑스 전역에 3개의 공장을 둔 돈육가공업체다. 오랫동안 오노 가문에서 운영하던 이곳은 1992년 유통회사인 무스쿠테르(Mousquetaires)에 인수됐다.

오노는 프랑스인들이 즐겨먹는 파테(Pates)와 리에트(Rillettes), 장봉(Jambon) 등을 주로 생산한다. 오노의 제품은 프랑스뿐 아니라 벨기에, 포르투갈 등 유럽으로 수출된다. 최근 아프리카, 홍콩 등지에도 수출을 시작했는데 조만간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오노의 공장장 클로드 르레드(Claude Lerdde)는 오노의 가장 큰 장점을 ‘변치 않는, 좋은 품질’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돈육 제품을 만들어오면서 오노는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신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그 덕에 2012년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게 르레드의 설명이다.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2013년 수입 앞둔 佛 육가공품… 생산·유통 투명한 프랑스 돈육산업의 생생한 현장
샤넬처럼 돈육제품도 프랑스산은 명품

비즈니스 트립의 마지막 행선지는 돼지고기가 거래되는 경매장(Marche du Porc Breton)이었다. 프랑스의 돈육 생산자들은 조합을 통해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경매는 생산자 조합이 투명한 유통을 위해 노력한 결과 중 하나다.

경매장은 이 지역 사육자들이 만든 브르타뉴 양돈조합에서 운영한다. 브르타뉴 양돈조합은 6000여 명의 사육자가 모인 대규모 양돈조합이다. 주당 6만~7만 두가 거래되는데 이곳에서 결정된 돼지고기 가격이 프랑스 전역에 영향을 준다.

경매 시간이 임박하자 인근 사육자들이 경매장으로 모여들었다. 경매에 앞서 시장 총괄 디렉터 장 피에르 졸리(Jean Pierre Joly)가 사육자들을 상대로 최근 유럽산 돼지고기 가격의 흐름 등을 브리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날의 경매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20여 분간 토론이 이어지는 사이 가공업체 관계자들은 경매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경매는 전자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매물을 보여주는 대신 전광판에 돼지의 생산지역과 생산자 등이 나온다. 매물에 대한 이 기록에 의지해 전자경매가 이뤄진다. 경매 낙찰가는 인터넷과 지역 신문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다.

경매가 끝난 후 얼굴을 마주한 졸리는 최근 프랑스 사육 농가들이 돼지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돼지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몇 해 전부터는 장난감을 넣어주기도 한단다. 졸리는 “사육자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TV를 틀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산 돈육의 장점을 좋은 환경에서 찾았다. 프랑스는 생산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실례로 EU에서 정한 모돈의 생산 기준이 2쪽 분량인 데 반해 프랑스 자체 기준은 126쪽에 달했다. 조합에서 운영하는 전자경매나 유니포르 같은 조직을 통한 유통의 투명성도 프랑스 돈육산업 발전의 쌍두마차다.

프랑스산 돼지고기는 이렇게 식탁에 오른다. 국내에 수입되는 돈육 중 프랑스산이 비싼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뿐 아니라 EU에서도 프랑스산 돼지고기는 비싼 편이다.

이에 대해 졸리는 “우리는 샤넬과 루이뷔통처럼 돼지고기도 프랑스산은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런 콘셉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