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ER'S MANNER

글로벌 비즈니스가 보편적인 세상이다. 이제는 단순히 상대의 언어를 아는 수준을 넘어 문화적 코드를 이해해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첫 만남에서 보여준 애티튜드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기억하시라.


할리우드의 저명한 스토리 전문가가 한국에서 4박 5일 동안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평생을 한 분야에서 일한 만큼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많았는데 가끔씩 의아하게 만드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연히 웃을 줄 알았던 이야기에 사람들이 웃지 않고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마구 웃어대니 그로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가끔은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비즈니스의 장소가 한 지역과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를 넘나드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우리 자신에게도 언제 이런 기회들이 올지 모른다. 그래서 글로벌 세상에서 통하는 인재가 되려면 단순히 상대의 언어를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의 문화적 코드를 알아야 이해의 폭과 친밀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8년 빌 게이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한 사진은 두고두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게이츠가 나머지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를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의 문화적 코드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무례임을 몰랐던 듯하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 회장도 한국의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에서 한 마디 하기 위해 나와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가 이 거물들에게 감히 “손 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워만 강한 국제적 인물보다는 매너도 좋은 거물이라면 사람들은 더 많은 찬사와 존경을 보낼 것이다. 특히나 기업이나 정치적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칭찬을 넘어 협상과 계약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화적 코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매너를 넘어 소통이 가능한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문화적 코드의 이해 매너를 넘어 소통의 기회로
빌 게이츠는 왜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을까

우리도 다른 문화권에서 진심과는 별도로 상대의 문화적 코드를 몰라 실수를 많이 한다. 만나자마자 포옹이나 키스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문화권에서 어색한 마음에 간단하게 인사를 했는데 그것이 상대에게 무례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고, 어느 나라에서는 방문한 가정의 아이가 너무 예뻐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그 문화에서는 머리를 워낙 신성하게 여겨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또 상대방의 지나친 눈맞춤에 부담을 느끼거나 뭔가 이 사람이 나에게 대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그래서 글로벌 비즈니스에는 상대방의 코드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사소한 일로 낭패 보는 것이 줄어든다. 그런 면에서 문화적 코드는 우선 금기사항이나 전통적인 특성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혹시나 이질감을 느끼는 순간에도 불쾌해하거나 혹은 실패했다는 느낌을 갖지 말고 긍정의 기분으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라. 그리고 궁금한 것은 물어라. “제가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라든가 “이런 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네요”라고 대화를 건네라.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중요하다. 상대의 코드를 알려고 노력하는 만큼 자신의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이방인의 낯선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 조심하고 삼가야 할 문화적 코드를 이해했다면 이제 더 나아가보자.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실수를 막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소통을 늘리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그렇다면 그들 생활 속에 박혀있는 긍정의 코드까지 알아야 함께 동화(同化)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펀(fun) 경영을 강의하는 유명한 한국인 진수 테리 씨는 그의 첫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 그런데 그 해고 사유가 재미있다. ‘엔지니어로서 일도 잘하고 학벌도 좋지만, 너무 잘하려고 늘 긴장해 있기 때문에 당신의 얼굴엔 미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랫사람이 당신을 따르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가 그 이유다.

우리 문화에서 어떤 사람이 재미가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설사 재미없다고 해도 그것이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화적 코드에 따라 그것이 리더십의 당연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화적 코드는 실수를 방지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나 정치적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좋은 매너는 칭찬을 넘어 협상과 계약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상대의 마음을 사는 국가별 스토리텔링

지구촌에서 소통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우는 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언어쯤이야 전문 통역사를 쓰더라도, 상대와의 만남에서 무슨 말을 해야 마음이 열리는지 어떻게 처신해야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지 알아야 한다.

다국적기업의 한국 지사장인 김 사장의 경우를 보자.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있는 홍콩에 출장을 갔다가 다른 지역 사장들과 함께 조찬을 했다.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자식 이야기도 물어보고 결혼 이야기도 물어보는데 분위기가 영 어색해진다. 우리식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지만 워낙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런 질문은 현명하지 않다. 그런데 만약 상황을 반대로 풀어가 보자.

멀뚱하니 앉아있는 김 사장에게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고 가정해 보자. 본사의 임원인 한 미국인이 “제가 한국 스태프에게 듣자 하니 아드님이 아이비리그에 다닌다면서요. 자식농사를 잘 지으셨네요. 부럽습니다”라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김 사장은 그에게 빠르게 호감과 친밀감을 느낄 것이다. 즉 소통의 문화적 코드를 알아서 상대가 내게 진심어린 우정과 호의를 느끼게 하는 부분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사람과의 비즈니스는 오히려 술 한 잔 걸치고 분위기가 거나하니 좋을 때 하면 소통의 힘이 올라간다. 가난한 나라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이들이 빵 없이는 살아도 장미 없이는 못 사는 로맨틱한 사람들임을 인정하자. 뛰어난 두뇌와 놀라운 과학기술에 대한 언급으로 그들만의 자부심을 채워야 할 것이다. 일본 사람과의 비즈니스에서는 인맥과 신뢰가 중요하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것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도록 관계를 만들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캐나다 사람과의 비즈니스에서는 눈을 계속 맞추어 신뢰감을 주고 무엇보다 미국과는 다른 독특한 차별성을 언급해 그들만의 자부심을 일깨우자. ‘미국 오는 길에 들르는 곳’이 아닌 차별되는 강점을 짚어주면 보다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역시 누군가가 중국과 일본 오는 길에 잠깐 한국을 들렀다고 하면 서운하지 않은가.

독일 사람과의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저런 사적 이야기보다는 제품의 특성과 품질에 대해 꼼꼼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하자. 자꾸 농담이나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만 한다면 오히려 믿지 못할 사람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과는 먼저 인간적인 신뢰를 쌓고 그다음에 제품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좋아하지?’, ‘무슨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어떤 방법을 더 선호할까?’를 고민하며 상대의 마음속에 접근해 가는 방법을 깨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기보다 문화를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영양가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게 될 일이다.


일러스트 김상인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www.biz-men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