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각국이 미국 및 유럽에서 발생한 버블의 영향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세계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유럽은 버블 붕괴 이후 여전히 수요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및 신흥국들은 그동안의 성장으로 인한 경제 과열과 선진국의 금융 위기로 인한 수출 저하 사이에서 정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주요 4개국 경제 전망 중 유의해야 할 점들을 모아 정리했다.


2012년 세계 경제는 ‘경기 둔화’라는 말로 요약 가능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그동안 경기를 회복해왔지만 버블 붕괴가 불러온 수요 부족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유럽도 버블 붕괴 이후 소비 심리가 억제되며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도 2011년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가 이어져 여전히 수요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몇 년간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온 신흥국들은 늘어난 소득으로 인한 경기 과열 조짐에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해외 수요의 손실이 겹치며 경제정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글로벌 이슈 “미국 재정절벽·중국 경착륙 등 ‘지뢰밭’”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긴축 발생, 급격한 경기 침체 위험성 대두
재정절벽 극복 여부가 주요 분기점

미국은 2000년대 말 발생한 주택 버블 사태를 극복해나가는 단계에 있다. 소비보다 부채 상환에 주력하는 현상 속에서 미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재정을 쏟아 붓는 노력을 해왔고 이런 노력은 1조 원 가까운 재정 적자로 이어졌다.

2013년부터는 이런 기조가 유지되지 못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시행했던 ‘급여세 감면, 부시 감세안 등 대다수의 경기부양책들은 2012년 말로 종료되고,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에 따라 2013년부터는 재정 지출까지, 강제로 줄어들게 된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모든 재정 긴축 조치가 현행 법령대로 시행되면 2013년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감축 규모가 72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6%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가계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긴축이 발생하면 미국 경제는 오히려 급격한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정절벽(fiscal cliff: 정부의 재정 지출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중단되며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2013년 미국 경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글로벌 이슈 “미국 재정절벽·중국 경착륙 등 ‘지뢰밭’”
경제주체들이 대출을 줄이는 데 집중하며 수요 기반 붕괴, 실업률 급등, 경기 회복은 늦춰져
디레버리징 효과로 계속되는 경기 침체

유럽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으로 대출 비중이 급등한 가계에선 소비를 줄이기에 바쁘다. 기업들도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경제 주체들이 대출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수요 기반이 붕괴되며 경기 회복이 늦춰지는 현상)은 유럽 경기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급등한 유럽의 실업률 역시 경기 부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 스페인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처럼 국제기관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은 더 높은 수준의 재정 재건을 요구받게 된다. 재정 재건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유럽 내 수요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13년 유럽의 경기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재신청,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상승, 스페인의 경제 침체 심화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 요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의 경우 유로 위기로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부동산 투자에 오히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선 ECB의 계속된 금융정책 완화가 독일의 주택 버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글로벌 이슈 “미국 재정절벽·중국 경착륙 등 ‘지뢰밭’”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글로벌 이슈 “미국 재정절벽·중국 경착륙 등 ‘지뢰밭’”
유로 경기 침체로 대유럽 무역수지 악화, 미국 경제가 재정절벽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동차 수출에도 악영향 미칠 듯
내수와 수출 안팎으로 어렵다

일본의 경우 2012년까지는 완만한 경기 회복이 이어졌다. 2011년 발생한 대지진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공공 투자가 늘었고, 친환경 자동차 구입 보조금 제도 실시, 대미 자동차 수출 등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지진 피해 복구가 일단락되고 친환경 자동차 구입 보조금 제도가 종료된 2012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낮고 임금의 하락도 계속되고 있어 소비가 늘어날 기미를 찾기 힘들다.

2013년 내수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경기는 수출이나 해외 경제 동향에서 회복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수출 부문의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엔고(円高)’가 최대 복병으로 부상할 확률이 높다. 대유럽 수출은 유로 경기 침체 및 유로 약세(엔화 강세)로 계속 둔화되고 있어 이미 무역 환경이 악화된 상태이고, 미국 경제가 재정절벽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동차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일본은 2014년 4월과 2015년 10월 두 단계에 걸친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있는데 유럽 위기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2014년의 소비세율 인상도 미룰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글로벌 이슈 “미국 재정절벽·중국 경착륙 등 ‘지뢰밭’”
유로 재정 위기로 수출 부진, 소비 침체, 산업 구조 조정으로 인한 성장 둔화 현상 이어져
계속되는 성장 둔화에 경착륙 우려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12년 각 분기마다 계속 감소해왔다. 2011년부터 7분기 연속으로 성장이 둔화된 까닭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경제기관들이 분석하는 중국 경제의 둔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로 재정 위기의 장기화로 인한 수출 부진, 둘째,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한 내수 소비 침체, 셋째, 산업구조 조정으로 인한 고정 자산 투자에 따른 여파다.

지난 5년간 중국의 경제정책은 대외 변화에 따라 긴축과 완화 사이를 오고갔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엔 경기 추락을 우려해 ‘자동차 취득세 인하’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이 2009년 중반 인플레와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자 2010년부터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를 시작했다. 2011년 후반 다시 경기가 악화되자 금융 완화 및 인프라 투자 등 대폭적인 경기부양책을 새로 마련했다. 2012년에는 자동차 구입에 대한 소비 보조금 지급 등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도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2013년 경제정책 기조는 ‘균형 성장을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일정 기간 성장이 늦춰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자원 절약·환경친화형 산업으로의 구조 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것. 세계은행(WB)과 중국의 국무원 발전연구중심(DR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 조정이 적절히 추진되지 못할 경우 2016년부터 중국의 성장률이 7%대로 하락하고 지도부가 임기를 마칠 2023년에는 5%로 접어들게 된다.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