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신한금융투자는 11월 3일 ‘2012 신한 금융투자 증시 포럼’을 개최했다. ‘감속시대의 투자 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특히 올해 5월 부임한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의 데뷔 무대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새 둥지에서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양 센터장을 여의도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증권사 리포트의 표지와 제목만 보지말고 텍스트를 꼼꼼히 보세요 2`~3페이지 안쪽에 애널리스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증권사 리포트의 표지와 제목만 보지말고 텍스트를 꼼꼼히 보세요 2`~3페이지 안쪽에 애널리스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기신 지 5개월이 좀 넘었습니다. 이번 포럼이 양기인호 리서치센터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신호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렇다고 봐야죠. 이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까 리서치 인력은 적지 않은데 이동이 많았더군요. 4명을 애널리스트로 자체 발탁하고 조직을 융합하는 데 한동안 고심했습니다. 사실 애널리스트 개개인의 능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리서치라는 게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에 의존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잡고 영업 쪽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가 중요한 거죠. 지금은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셈입니다. 제 예상보다 2~3개월 빨리 자리를 잡았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리서치센터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고요.”

신한금융투자는 아무래도 은행 중심의 문화가 강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계시던 KDB대우증권과 분위기가 좀 달랐을 텐데요.

“그런 면을 부정할 수는 없죠. 하지만 강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선 리서치 인력들의 연령대가 대형 증권사에 비해 4~5년 젊습니다. 젊기 때문에 열정이 많은데, 그걸 예쁜 바구니에 담아서 포장만 잘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거든요. 실제로 가이던스를 주면 굉장히 역동적으로 일을 합니다.”

사실 라이팅 애널리스트들이 라인업이 안 되면, 포럼을 치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이번 포럼이 의미가 크겠습니다.

“맞습니다. 포럼을 준비하면서 애널리스트들에게 50매 이상 긴 보고서를 쓰게 했습니다. 그 정도면 지면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모두 잘 따라와 주어서 다행이었죠. 포럼 장소도 적잖이 고민했는데, 호텔이나 전시장에서 포럼을 하면 전시 효과는 큽니다. 반면에 실제 고객과 방문객 사이에 허수가 많거든요. 이번에 본사 건물 300홀에서 하자고 한 건 실제 투자자들을 위한 내실 있는 포럼을 하자는 취지도 있었습니다. 애초에는 많아야 150명 정도 오겠거니 했는데, 등록 인원만 275명이 되더군요.”

이번 포럼의 테마를 ‘감속시대의 투자 전략’이라고 잡으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소비가 둔화되고, 이머징마켓의 대표인 중국은 미국이나 유로존에 대한 수출 비중이 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세계 경제가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한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내년 우리 주식시장도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3R(Risk·Reflation·Recovery)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로존에 대해 글로벌 공조가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경기가 확실히 좋아지기는 어렵거든요. 그렇다고 보면 상반기까지는 경기 회복선상에서 3R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스 사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리스 스스로 개선의 여지를 보여야겠죠. 기업을 보더라도 부실해지면 개선의 여지를 보여야 도움을 주잖습니까. 그리스도 재정 긴축, 구조조정 등 개선의 여지를 보여야 합니다. 사실 그리스로 인해 유로존 문제가 불거졌지만, 재정 통합이 안 되고서는 유로존의 통합은 어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스도 그렇고, 최근 이탈리아까지 세계 경제에 불안 요소들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큰 거죠. 결국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QE) 등의 조치와 함께 신성장 동력이 나와야겠죠.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오바마 미 대통령이 그린 에너지를 육성한 것처럼 유로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린 에너지 같은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거죠. 제가 1988년에 증권계에 입문했는데 돌아보면 적정한 인플레이션과 버블이 있을 때 경기가 살아납니다. 그게 지나쳐서 터진 게 리먼 사태인 거죠.”

그렇게 보면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항상 내재돼 있는 듯합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죠. 유동성은 풍부하니까 조그만 모멘텀에도 지수가 뛰잖습니까. 금방 1900선을 회복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 다른 곳보다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거죠.”

내년 증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포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게 지수와 유망 종목일 텐데요. 2011년에는 1650~2250 정도로 코스피 지수를 예상했는데 비교적 잘 맞춘 편이었습니다. 내년 코스피 지수는 1700~2200 정도로 예상하셨던데요.
“내년 우리 주식시장도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3R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우리 주식시장도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3R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유동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꼭지점이 2200선이었습니다. 내년 코스피 지수를 그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지수가 그 정도 밴드에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결국 내년 증시는 종목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 대신 올해 초처럼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같은 절대 강자는 없을 겁니다. 물론 자동차는 내년에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종별로는 운수창고, 전기가스, 전기전자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는 역시 테크 쪽이 관심을 끕니다.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나 모바일, 소프트웨어, 정보기술(IT) 부품 소재 같은 종목이죠. IT는 등락이 심하지만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여겨볼 만합니다.”

포럼 자료집에 우량 중소형주도 몇 종목 추천하셨던데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스몰캡들이 의외의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거든요.”

구체적인 종목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자료집에 나온 종목들이죠.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현대차, 기아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LG화학, SK이노베이션, 현대제철, SBS, NHN,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백화점, 삼성화재, 한섬 등입니다.”

양 센터장께서는 증권계 입문 이래 리서치에서만 계셨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표지와 제목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증권사들도 기업들과 이런저런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증권사라고 업종 대표주를 두고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렇다 보니 드러내놓고 나쁜 의견을 제시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나 심지어 언론에서도 표지만 보고 판단하거든요.

사실 안쪽으로 2~3페이지만 들여다보면 애널리스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표지에는 매수라고 했지만 실제 리포트에서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거나, 6개월 후에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등의 문구가 나오거든요. 길든 짧든 리포트에는 애널리스트가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가 반드시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테마인 ‘감속시대’라는 건 결국 ‘시장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정도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신성장 동력이 나오고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한금융투자로서도 내년이 중요한 시기일 텐데요.

“올해는 리서치센터가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시기였다면, 내년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 쪽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고민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 10월부터 시장점유율이 늘어나 징조가 좋습니다. 더 노력해야죠.”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행간을 읽어라, 그 속에 답이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이번 포럼에서는 선진국의 장기 저성장과 그 영향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2008년 금융위기는 민간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드러낸 계기였다”며 “민간 부실을 대거 떠안은 정부도 심각한 부채 위기에 당면한 만큼 신용 축소와 실물경제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 “인구구조적 요인과 투자 부진, 고실업률 고착화, 생산성 저하 등으로 선진국은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흥국은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신흥국의 생산가능인구 증가와 투자 확대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연 9.0%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에 대해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율 둔화와 투자 정체, 생산성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가계부문의 과도한 신용 팽창 후유증도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흥국 고성장과 제품 경쟁력 향상 등으로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고, 이는 설비투자 증가와 고용 시장 개선으로 연결된다”며 “2012년에는 4% 내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또한 포럼을 통해 2012년 코스피 밴드를 1700~2200포인트로 제시했다. 리스크가 공존하는 가운데 안도랠리를 기대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추세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유로존 리스크가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유럽의 양적완화와 미국의 경기부양책 등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시장은 또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시장이 완전한 강세장의 모습을 갖추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