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지점장의 초대를 받아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조너선 클럽(Jonathan Club)이라는 프라이빗 클럽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워낙 이런(?) 식의 약간 답답한 듯 럭셔리한 장소에 관심이 없던 터라 늘 조너선 클럽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번쩍이는 고층 빌딩 사이에 오래된 건물이 하나 남아 있구나’라는 정도의 관심밖에는 없었지, 그곳이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프라이빗 클럽이라는 것은 짐작도 하지 못했었다.

물론 외관이 고풍스럽다는 것 외에는 화려하지도 않고 로비도 내 안목으로는 평범하게 보여 더 더욱 무관심 속에 지나쳤던 것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지나가는 행인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모습이 대중과의 차별을 두려는 프라이빗 클럽의 진가를 더 높여주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전통 있는 프라이빗 클럽은 생긴 지 100년이 넘었다. 또한 가입비를 낸다고 해서 누구나 가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뉴욕시에 있는 하버드 클럽(Harvard Club)이나 예일 클럽(Yale Club)은 이름 그대로 하버드대나 예일대의 동창들이 주요 회원들이며, 하버드 클럽의 회원이 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회원 심사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알려져 있는 예일 클럽은 22층에 달하는 클럽하우스를 자랑하는데 회원 수가 1만1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예일 클럽은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새 졸업생들한테 회비를 깎아주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프라이빗 클럽들이 남성 위주인 반면 뉴욕시의 콜로니 클럽(The Colony Club)은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여성 전용 클럽이다. 아티스트나 작가들의 모임 장소로 설립된 센츄리 어소시에이션(The Century Association)은 1988년부터 여성 회원을 받기 시작하며 재키 오나시스(Jackie Onasis)가 회원으로 있었던 클럽이라고 한다.

1888년에 설립된 LA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캘리포니아 클럽(California Club)은 설립 초기에 LA에서 유일하게 회원용과 일반용으로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갖춘 빌딩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떤 클럽들은 모든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가입하기가 어려운 곳도 있다. 대부분의 클럽들은 가입 심사 이외에도 다른 회원들의 추천이 있거나 초청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미국 동남부 조지아 주에 위치한 프라이빗 골프 클럽인 체로키 타운 & 컨추리(Cherokee Town & Country)는 한정된 회원 수로 인해 회원이 되기 위한 대기 기간만 5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비단 미국뿐만은 아닌 듯하다. 어느 나라고 프레스티지 프라이빗 클럽은 ‘가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 자체가 멤버들에게는 ‘꼭 가입해야만 하는’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맨들이 안락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나누며 쉴 수 있는 장소도 되고 훌륭한 손님 접대의 장소로도 이용되는 클럽들이 갖추어야 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음식인 것 같다. 조너선 클럽에서 열린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 제공된 음식은 많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맛이 떨어지지 않아 감탄한 적이 있다. 좋은 클럽은 즐겁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임원들에게 클럽 회비를 대신 부담해주고 있으며 클럽들은 서로 제휴를 통해 다른 클럽 회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 주곤 해 혹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는 경우에 연계돼 있는 클럽의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부와 성공의 상징 같아 보이는 프라이빗 클럽도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Up Front in US] ‘진정한’미국 프라이빗 클럽의 현주소
미국에서만 400여 개에 가까운 프라이빗 골프 클럽들이 감소하는 회원 수로 인해 재정 위기에 노출돼 있다. 특히 금융업계 멤버들의 의존도가 높은 뉴욕시 근교의 클럽들은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쩌면 뉴욕 증권가에서 연일 벌어지는 시위가 직간접적으로 프라이빗 클럽 운영에 악재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세주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