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에는 현역 시절에 모아둔 금융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생활수준이 크게 좌우된다. 선진국의 학교에서 기본적인 자산 관리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이런 내용을 가르쳐 오지 않았다. 달리 금융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산 관리와 관련해 제대로 된 지식을 갖지 못한 채 노후를 맞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자산 관리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금융회사(은행·증권·보험사 등)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대로 된 자산 관리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실력 있는 FP(Financial Planner)와 상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금융회사의 어떤 FP와 거래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목만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자산 관리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는 금융회사는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가.

첫째는 다양한 금융·투자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는 회사이어야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금융회사들이 자산 관리 관련 세미나를 실시해왔다. 그런데 이들 세미나는 시황 전망, 자사 상품 소개 등과 같이 영업 목적이나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고객의 금융·투자에 대한 지식수준과 고객의 형편(나이·재산 상태·가족 상황·고객의 성향·투자 기간)을 고려한 교육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금융·투자 교육은 저축과 투자의 상반된 개념을 이해시키는 초보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다음 단계로 소득수준의 향상과 가계의 금융자산 선택이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를 이해시켜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가계의 금융자산 선택은 저위험·저수익 상품에서 중간 위험·중간 수익 상품을 거쳐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옮겨가게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위험·저수익 상품에서 바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그 이유가 무엇이며, 왜 이를 개선해야 하는가를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장기투자를 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다. 타이밍에 맞게 샀다가 떨어지기 직전에 재빨리 팔고 나와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훨씬 많다. 반면에 선진 투자자의 자산 운용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주식처럼 수익률(가격) 변동 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은 장기간 보유해야 하고 예금처럼 수익률이 확정된 상품은 단기로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금 우리나라 투자자에게 필요한 교육은, 위험이 수반되는 금융상품은 왜 장기로 투자해야 하는지, 분산투자는 왜 필요한지, 가계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야 되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Retirement plan]어떤 금융회사의 어떤 FP와 거래할 것인가?
진정한 금융·투자 교육은 저축과 투자의 상반된 개념을 이해시키는 초보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방법은 오프라인 집합 교육일 수도 있고 온라인 교육일 수도 있다. 소인수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개별 상담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의 형편에 맞는 내용을 교육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둘째는 좋은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이어야 한다. 아무리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고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좋은 운용 성적을 내는 투자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넣지 않으면, 바라는 만큼의 투자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회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우량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셋째는 다양한 상품 공급 능력을 갖춘 회사이어야 한다. 고객들에게 자신의 형편에 맞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하도록 하려면, 그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상품은 실력 있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일 수도 있고 그 금융기관이 자체 개발한 상품일 수도 있다. 좋은 상품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특정 분야의 상품만을 중점적으로 내놓거나, 운용 성적에 관계없이 계열사의 펀드만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결코 좋은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넷째는 실력 있는 FP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회사이어야 한다. 투자자가 금융회사에 찾아가서 상담받는 것은 결국 FP로부터다. 따라서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신뢰할 수 있고 실력 있는 FP로부터 상담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바로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는 투자자 보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 놓은 회사이어야 한다. 우량 펀드 선정 능력과 다양한 상품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실력 있는 FP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어디까지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때로는 회사의 조직이나 개별 FP가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 좋은 금융회사란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이와 같은 부당한 비즈니스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은 회사여야 한다.

거래 금융회사를 선정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그 회사의 어떤 FP와 거래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상담받는 것은 FP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FP는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가.

첫째는 모든 운용 대상 상품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형편에 맞게 조언해 줄 수 있는 FP이어야 한다. 물론 혼자서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종합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갑작스런 상담에도 대응해 주는 FP여야 한다. 살다 보면 갑작스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큰돈이 생길 수도 있고 크게 손해 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자산 관리 계획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다소 수정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때에 부담 없이 연락해 상담할 수 있는 FP인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는 시간을 들여 고객을 이해하려고 하는 FP여야 한다. 자산 관리에 대한 조언을 받으려면 투자자 자신의 개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만나자마자 성급하게 이것저것 개인 사정을 질문하는 FP가 있다면, 이는 인간관계의 기본을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FP는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신뢰할 만한 FP라고 판단된다면 FP의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자산 관리에 도움이 된다.

넷째는 자신의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FP여야 한다. FP는 자신의 투자 이념, 운용 방법 등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난해한 용어만 늘어놓는 FP를 참아가면서 상대할 필요는 없다.

다섯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FP여야 한다. 고객에게는 그럴 듯한 투자 이념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은 딴 짓을 하는 FP가 있다. 이 또한 믿고 맡길 수 있는 FP라고 할 수 없다.

여섯째는 구매대리인의 입장에서 일하는 FP여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상담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단계에 이르면 자사 계열의 상품만을 제시하는 FP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속회사의 상품을 파는 판매대리인이라는 생각보다는 고객의 구매대리인이라는 생각으로 영업을 하는 FP여야 한다. 고객의 자산 관리를 도와준 대가로 고객에게 보수를 받는 것이지, 소속 금융기관에서 받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일하는 FP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과 같은 선별 과정을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FP를 만나면, 한두 번의 거래로 끝내지 말고 평생 사귀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자산 관리의 성공은 훌륭한 자산 관리의 주치의를 만나는 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추덕영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