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국종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 대표 & 박은홍 싱가포르 레젤홈쇼핑 대표


20년 지기 직장 동료 두 사람이 인도네시아 초유의 비즈니스로 ‘대박’을 일궈냈다. 그 신종 사업은 TV 홈쇼핑 . 외국인에 대한 제도적 요건상 국내 굴지의 홈쇼핑 기업들도 입질만 하다 손을 놓은 시장에 두 사람은 나머지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 자카르타에서 만난 유국종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 대표와 박은홍 싱가포르 레젤홈쇼핑 대표는 인도네시아 홈쇼핑의 산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국종 대표(왼쪽)와 박은홍 대표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TV 홈쇼핑인 레젤홈쇼핑의 개국 주역이다.
유국종 대표(왼쪽)와 박은홍 대표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TV 홈쇼핑인 레젤홈쇼핑의 개국 주역이다.
인도네시아의 국적항공사인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Garuda Indonesia) 비행기 안. 서울이 가을바람으로 쌀쌀해질 즈음 더운 나라로의 출장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업무적 일탈(?)이다. 하지만 7시간가량의 비행은 만만치 않은 육체적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신작 영화 한 편을 보고, 기내식을 즐긴 후 예의 앞 자석 뒤편에 꽂힌 책자에 손이 갔다. 공항에 너무 빠듯하게 도착하는 바람에 면세품 구경조차 못했던 탓에 기내 면세쇼핑 책자부터 들춰봤다.

그런데 페이지가 중간을 넘어섰을 즈음,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필자가 만나러 가는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lejel Home Shopping) 상품이 기내 쇼핑책자에 실려 있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사이에 끼어있는 ‘레젤’이라는 브랜드, 기내 쇼핑책자에 실린 보기 드문 홈쇼핑 상품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하나. 과연 한국 사람들이 일을 내긴 낸 모양이었다.



설립 5년 만에 연매출 3500만 달러로 성장

“아, 기내 면세점이요? 인도네시아 중·상류층 사회에서 레젤홈쇼핑이 그만큼 신뢰를 얻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홈쇼핑 상품이 기내 쇼핑 리스트에 오르는 게 드문 일이긴 하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홈쇼핑 방송을 광고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그런지 만나면 ‘한국에서는 삼성이 더 유명하냐, 레젤이 더 유명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요.(웃음)”

유국종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 대표의 설명이다. 자카르타 현지에서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던진 필자의 질문에 ‘레젤’과 ‘삼성’을 운운하는 그는 살짝 겸연쩍어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만큼은 현지에 1조 원을 투자한 포스코 그룹보다 레젤홈쇼핑의 인지도가 더 높은 것이 사실. 1만8000여 개에 이르는 섬으로 구성된 넓은 나라에 44개 지사를 설립해 하루 1300분 이상 방송을 한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될 것도 없다. 또 생활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TV홈쇼핑이라는 매체 특성상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생활밀착형’ 기업일 수밖에 없을 터.

“2007년 첫 전파를 탈 때만 해도 레젤이 인도네시아 사상 최초의 홈쇼핑이었는데, 되는 사업이라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지금은 이곳 자카르타만도 7~8개 홈쇼핑 브랜드가 생겼어요.(웃음) 저희가 위성채널로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여긴 한국처럼 홈쇼핑 방송국이 있는 게 아니고 지역 공중파, 케이블 채널의 방송 시간을 광고처럼 사들여서 계약한 시간만큼 사전제작물(인포머셜)을 노출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지역 방송국과의 관계 정립이 매우 중요하죠.”

박은홍 싱가포르 레젤홈쇼핑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레젤홈쇼핑의 개국공신이자 ‘브레인’으로 통하는 인물로, 지난 7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면서 그곳 대표이사로 옮겨갔다.

레젤홈쇼핑은 2005년 법인을 설립해 2007년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연 1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2010년 매출은 미화 기준으로 3500만 달러(약 400억 원), 현재 직원 수는 950여 명. 올해는 지난 7월 설립한 싱가포르 쪽 매출까지 더해져 전년 대비 180%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레젤홈쇼핑은 현재 약 2억40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섬인 수마트라, 자바 앤드 발리, 칼리만탄, 술라웨시 등 7개 지역에 거점 지사를 두고 전국에 크고 작은 지사 44개를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한국 내 홈쇼핑 TV와는 시스템상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캐시 온 딜리버리(cash on delivery)’, 즉 주문자가 상품을 받는 현장에서 현금 또는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과 다른 금융결제 시스템 때문이다. 둘째는 한국에서는 예전에 사라진 방문판매(일명 방판)를 접목하고 있다는 것. ‘페르마타 만디리(Permata Mandiri)’라는 계열사가 관리하는 방판 고객은 1200여 명 정도다.

셋째는 전국의 지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포함한 형태를 띠고 있어 고객들은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인데, 2011년 현재 한국의 홈쇼핑 환경에 비하면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상당 부분 실용적으로 접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의 행동을 눈치 챘는지 유 대표의 설명이 이어진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GDP)이 3000달러인 나라이긴 하지만, 빈부의 격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심합니다. 은행원 월급이 보통 한화로 35만 원 선인데, 저희가 판매하는 헬스기구 하나가 15만 원 가까이 하니 사실은 고가 상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방송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겠죠. 그래서 도출해 낸 아이디어가 ‘한국식’ 방판이었어요. 고객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물건을 보고 구매하니 안심할 수 있고, 고객 시간에 맞춰 방문하니 편리할 수밖에 없죠. 물론 결제도 방판 그대로, 고객의 사정에 맞게끔 할부로도 가능하죠. 예전에 어머니들 화장품 사실 때 생각해 보시면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웃음)”
유국종·박은홍 대표는 20년 지기 직장 동료이자 사업 파트너다. 박 대표는 지난 7월 설립한 싱가포르 레젤홈쇼핑 대표이사로 파견돼 현재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국종·박은홍 대표는 20년 지기 직장 동료이자 사업 파트너다. 박 대표는 지난 7월 설립한 싱가포르 레젤홈쇼핑 대표이사로 파견돼 현재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홈쇼핑 밥’ 먹은 전문가들의 의기투합

레젤은 홈쇼핑 방송에 이어 2009년에는 ‘LJ 몰(LJMall)’이라는 인터넷 쇼핑몰도 오픈했다. 2010년 전산화 완료와 위성을 통한 24시간 방송 시스템을 갖춘 후 각각의 인프라는 시너지를 발현, 매출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뒤따랐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홈쇼핑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채널 확보임을 감안해 레젤은 지난해부터 드라마, 영화, 음악 전문 채널까지 론칭함으로써 유통 채널의 극대화는 물론 종합적인 방송 콘텐츠 공급자(program provider)로서의 기본 틀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발전의 근원이었던 홈쇼핑 사업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유국종·박은홍 대표 두 사람의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저희 둘은 10년 넘도록 ‘홈쇼핑 밥’을 먹은 사람들이에요. CJ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을 거쳤던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요. 2005년에 현대홈쇼핑에서 지사 설립을 위해 시장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멤버로 자카르타에 왔어요. 현대홈쇼핑은 그 다음 해에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했는데, 그때 저는 자카르타에 남기로 결심했죠.

2억4000만의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되는 시장’이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다만, 전국을 커버하는 택배사가 없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가장 큰 장벽이었는데,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각 섬에 지사를 설립해 오토바이 택배기사를 운용하는 방안이었습니다.”

유 대표는 CJ오쇼핑의 전신인 삼구쇼핑의 원년 멤버로 보석 전문 머천다이저(MD)로 잘나갔던 홈쇼핑 인재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빅 5 홈쇼핑 가운데 하나인 현대홈쇼핑에 사표를 던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고, 우리나라 1960~70년대 수준의 나라에서 남은 인생을 걸겠다고 했을 때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만만찮았다.

“저는 현대홈쇼핑이 2006년 철수할 때 서울로 돌아갔었는데, 유 대표가 자카르타로 오라고 유혹하더라고요.(웃음) 계속 설득하길래 와서 봤더니 되겠다 싶었어요. 그때만 해도 마흔을 바라보고 있으니 창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죠. 큰 사업을 벌인다는 생각보다는 유명 브랜드 빵집의 프랜차이즈 하나 낸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알아봤더니 서울 목동에 빵집 프랜차이즈 하나 내는 데 6억~7억 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서 빵집 내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이건 사업이다 싶어 사직서를 내고 레젤홈쇼핑에 투자하면서 건너왔죠.”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을 거치며 마케팅과 편성, 매출분석 전문가로 이력을 쌓았던 박 대표의 물적·인적 지원은 레젤홈쇼핑에 날개를 달아줬다. 한국 홈쇼핑 최초로 보험 상품과 이민 상품 등 획기적인 상품개발에 성공했던 이력을 살려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고, 작은 조직의 최대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척, 성장시켜 갔다. 하지만 성공 신화의 이면이 늘 그렇듯 그들의 길에 레드카펫만 깔렸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투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에는 어려웠죠. 유 대표는 5~6개월에 한 번씩 월급을 가져갔고, 저 같은 경우엔 한국에 있는 아내한테 혹시 월급을 못 보낼까 봐 자카르타로 올 때 꽤 많은 돈을 미리 달러로 바꿔서 통장에 넣어왔어요. 돈이 안 벌리면 아내한테 보내려고요. 달러로 보내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하하하.”

레젤홈쇼핑에 ‘자금 수혈’을 하며 후발주자로 동참한 박 대표의 지난 이야기다. 사무실을 세팅하고 직원들을 뽑아 홈쇼핑 시스템을 교육하고, 오토바이로 물건을 배송할 택배기사를 뽑고, 인구가 많은 시장을 감안해 재고 확보에 자본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나니 가져갈 것이 별로 없더란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도 없어 고객이 전화를 하면 주문서에 수기로 받아쓰며 시작했던 첫 방송은 두 사람에게 ‘된다’는 확신을 안겨줬다. 유 대표는 첫 방송의 짜릿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자카르타 TV(지역 공중파)의 방송 시간 30분을 사서 운동기구를 팔았는데, 콜센터 직원 3명이 17개의 주문을 받았어요. 한국에서 홈쇼핑 초기에 전국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뻐꾸기시계 3개를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반응인 거죠. 지금은 인도네시아 대통령 영부인도 레젤에서 상품을 주문할 정도예요.(웃음)”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레젤홈쇼핑 방송 장면.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 ‘해피콜’은 레젤홈쇼핑의 효자 상품 가운데 하나다. 채널별로 해당지역 방언으로 더빙 작업과 자막 처리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레젤홈쇼핑 방송 장면.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 ‘해피콜’은 레젤홈쇼핑의 효자 상품 가운데 하나다. 채널별로 해당지역 방언으로 더빙 작업과 자막 처리를 하고 있다.
한국적 신의·한국적 홈쇼핑이 일군 신화

레젤홈쇼핑은 기본적으로 ‘한국형 홈쇼핑’의 운영 시스템을 롤모델로 하고 있다. 일찍이 대만과 중국 등지에서 한국인 홈쇼핑 전문가들이 괄목할 만한 성공 신화를 이뤄냈듯 유·박 대표 역시 한국 메이저 홈쇼핑에서 기본기를 다진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단, 한국에서 홈쇼핑의 주 타깃을 ‘중산층’으로 잡는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서는 30대 중반~40대 후반 ‘중·상층’ 주부들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차이점이다. 고객 평균 주문 단가는 120달러 정도로 높은 편. 두 사람에게 레젤홈쇼핑의 성공 비결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부탁해 봤다.

“첫째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신뢰도랄 수 있어요. 현재 주방용품, 미용용품, 헬스용품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저희는 철저하게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고집하고 있거든요. 마블팬, 보디 슬렌더, 해피콜 프라이팬, 미백크림 등이 히트 상품들이죠. 둘째는 정보와 쇼를 접목한 방송 스타일로 보다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는 방송, 또는 광고로 인식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곳 상류층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가사도우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직접 주방용품을 쓸 일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방용품을 방송할 때는 ‘엄마의 손길, 아내의 손길’이라는 말을 더욱 강조합니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극히 한국적인 유통 서비스(빠른 배송), 한국 수준의 서비스 마인드로 고객을 대하면서 고객만족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겠죠. 네 번째는 현지화입니다. 프라이팬 방송 땐 인구의 88%가 무슬림인 점을 감안해 돼지고기 요리를 뺐고, 채널에 따라 각 지역 방언으로 더빙을 하고 있습니다.”

분석전문가 박 대표의 설명에 이어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유 대표의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박 대표가 ‘한국적’이란 표현을 했는데, 정말 맞는 얘기입니다. 당장 가진 것이 없던 초기에 지역 공중파 채널을 개척할 때도 한국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나는 당신들을 속일 마음이 없고, 내가 지금 당신과 하는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말을 인도네시아 말로 외워 다녔거든요.(웃음) 이곳 방송국들은 선불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서 후불제로 설득하는 과정이 참 힘들었죠. 하지만 끈질기게 찾아가 ‘성공해서 당신의 회사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중간 중간 사전을 찾아가며 얘기했더니 나중에는 믿고 방송 시간을 주더라고요.”

강원도 사나이 유 대표의 은근과 끈기는 다행히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도 통했다. 매일 새벽 지역 공중파 사람들과 골프를 칠 때 피곤에 지쳐 골프공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할 때도 있었다고. 하지만 하나둘씩 방송사들이 시간을 내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나둘 개척한 지역 채널이 60여 개가 넘었다(인도네시아는 280여 개의 소수민족이 있는 나라로 각 방언권별 지역 채널이 있다). ‘그 시절 그때’ 외상으로 방송 시간을 내준 채널에 요즘은 오히려 3개월 치 광고료를 선지불하며 의리를 갚고 있다.
인구의 88%가 이슬람교인 인도네시아에서 레젤홈쇼핑은 최초로 TV를 통해 이슬람경전 판매를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구의 88%가 이슬람교인 인도네시아에서 레젤홈쇼핑은 최초로 TV를 통해 이슬람경전 판매를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홈쇼핑을 넘어 미디어 그룹으로 ‘비상’

한국형 홈쇼핑의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기록적인 매출 신화를 일궈낸 레젤홈쇼핑은 지난 7월 박 대표를 싱가포르로 파견, 싱가포르 레젤홈쇼핑을 론칭했다. 싱가포르 지사는 한 달 만에 투자금 전액 환수에 성공하며 현재 순항 중이다.

유·박 대표는 현재 12월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젤홈쇼핑을 비롯해 싱가포르 홈쇼핑, 송출회사인 싱가포르 ENI 플랫 아웃(ENI Plat Out), 방판회사인 페르마타 만디리, 페이 TV(Pay TV)인 스카이 LBS TV(SKY LBS TV), 한류 드라마, 영화, 음악 전문 채널로 50여 개 이상의 언어로 자막과 더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젤 E&M 등 명실 공히 ‘레젤그룹’의 수장인 유 대표에게 궁극적인 사업 목표를 물었다.

“레젤이 홈쇼핑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이지만, 지금은 미디어그룹의 성격이 더욱 강하고, 또한 그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이에요. 인도네시아 정부 인사들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한국 기업들은 돈을 벌어가는 데만 치중하지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고요. 그 얘기를 듣는데 민망했어요. 레젤은 한-인니(印泥) 간 문화교류, 인도네시아에서 조금씩 일고 있는 한류에 맞춰 한류 콘텐츠 공급 서비스 등을 사명감을 갖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 7월에는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위한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인도네시아 전국 방송인 SC TV에 녹화 중계를 하기도 했어요.”
“레젤은 한-인니 간 문화교류, 인도네시아에서 조금씩 일고 있는 한류에 맞춰 한류 콘텐츠 공급 서비스 등의 사명감을 갖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레젤은 한-인니 간 문화교류, 인도네시아에서 조금씩 일고 있는 한류에 맞춰 한류 콘텐츠 공급 서비스 등의 사명감을 갖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레젤 E&M 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난 8월에는 한국방송협회 산하 (사)서울드라마어워즈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권 드라마를 서울드라마어워즈에 출품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한류 조성과 한-인니 간 민간 문화교류의 초석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일전에 연기자 박주미 씨가 싸이더스 HQ에서 레젤 E&M 코리아로 소속사를 변경했어요. 이를 필두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보다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레젤이 성장해 공중파와 위성, 케이블 전 채널을 통해 2억4000만 인구 모두가 홈쇼핑과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한류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국 공중파 방송사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한창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자카르타의 뜨거웠던 태양이 이글거리는 붉은빛을 내뿜으며 낙조(落照)하는 것이 보였다. 적도와 가까워 아침 6시, 저녁 6시에 정확히 해가 뜨고 진다는 나라. 저녁 6시가 되자 각 이슬람 사원에서 경전을 읊는 소리가 온 도시를 뒤덮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광연한 낙조의 붉은빛을 어깨 너머로 걸치고 있는 두 사람은 더 이상 이방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카르타=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