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남 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실적과 시장 지배력이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우량 기업을 골라 투자하라고 권한다.

“환율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외국인, 펀드 환매 규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기관, 주춤하는 자문형 랩의 성장세로 인해 당분간은 수급상의 교란이 계속되는 복잡한 장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단기 조정은 받아도 큰 폭으로 개선되는 추세인 기업 실적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수급상의 문제로 단기 조정을 겪기는 해도 향후 1~2년 동안은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뚫기까지는 유동성의 힘으로 왔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 본부장은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 델타투자자문 주식운용팀 등을 거쳐 2006년부터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운용하고 있는 ‘삼성당신을위한대표그룹’ 펀드는 최근 1년간 17.8%의 좋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Market Leader] “한국 기업 선순환 진입, 내년엔 코스피 2000 이상 ”
선순환 흐름 타고 있는 한국 기업들

남 본부장이 코스피지수 상승을 낙관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국내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총 20조 원 수준에 머물다 2004년부터 40조~50조 원으로 한 단계 올라섰고 올해 들어서는 70조~80조 원 수준으로 레벨 업 됐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흐름상으로 내년에는 국내 상장기업의 순이익 규모가 9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도 40조~50조 원 정도의 실적을 냈던 시기보다는 더 오를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2000선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장세가, 내년부터 그 이상을 넘보는 지수대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신용경색 문제,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불거지면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한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신흥 아시아 시장에서도 두루 퍼져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순환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 현대차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했고 이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여줬으며 브랜드 가치 향상이 다시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도요타 등 경쟁 상대들이 실수를 하는 등 운도 따랐지만 회사 자체가 가진 원가 절감 및 품질 향상 노력 등이 주효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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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황도 반등할 것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 주에 대해서도 산업 사이클의 변화에 따른 ‘착시효과’로 인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IT산업이 기존 제품에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나오는 수준의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PC, 인터넷의 등장과 같은 산업 사이클 전체가 바뀌는 대변혁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 따라서 지금은 실적이 나빠 보여도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의미다.

남 본부장은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IT산업 사이클을 대대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체로 준비를 잘 해왔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의 수급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이는 외부적 악재 때문이 아닌 삼성전자 스스로가 미래 수급 상황을 내다보며 조절한 결과”라며 “수요가 많아지든 적어지든 자기 나름대로 예측가능한 길들을 만들 위치에 올라있는 만큼 영업이익의 감소는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IT 기업들의 재고가 늘어난 것도 맹목적으로 생산설비를 확충했기 때문이 아닌 새로운 기기들이 나올 변화에 대비한 재고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 본부장은 “발광다이오드(LED) TV 가격이 지금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만큼 수요가 적지만 가격이 100만 원대로 낮아지면 더 많은 2차 수요가 생길 것이고, 이런 흐름은 PC가 일반화되는 과정과 비슷한 파괴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은 이런 구조적인 변화들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 온 기업들이니 만큼 단기적인 실적 악화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10~20% 실적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

투자 전략으로는 두 가지 포인트를 우선 꼽았다. 첫째는 매년 실적이 10~20% 정도 좋아지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 사업을 하다 보면 흑자를 내는 것조차 만만치 않은데 매년 순이익 규모를 10~20% 키워나가는 기업은 정말 사업구조가 탄탄한 회사라는 의미다. 또 해당 사업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갖췄는지 여부도 주요 판단 지표로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성장 폭이 큰 데다 독과점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점유율까지 향상되고 있는 회사라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또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라면 굳이 각종 설명회에 참석해가면서 획기적인 대박 종목을 추천받는 것보다는 실적과 시장지배력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우량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단순하고 뻔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가장 추천할 만한 투자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그밖에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위기 때 구조조정이 가능한 기업,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기업 등을 꼽았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은 오래전부터 변화를 위한 노력을 충실하게 해온 기업들입니다. LG화학 같은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들어 회사가 변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LG화학은 10년 전부터 2차전지 중심 회사로 체질을 개선했어요. 이런 회사들을 발굴해 내야 하는 것이죠.”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델타투자자문 주식운용팀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
부산대 경제학과

박민제 한국경제신문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