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컬렉터를 꿈꾼다면 자신의 기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작가의 진가가 담긴 작품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든 공짜는 없다. 투자한 만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적정한 공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젠 미술애호가 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들을 위한 현장성 있는 기초소양 입문 강좌들도 많아졌다. 미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창구들인 셈이다.

여러 강좌 중에서도 미술품 감상 요령은 기본이고 미술시장 동향, 투자 전략, 국내외 주요 작가의 작품 값, 컬렉션 비결까지 다양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미술문화 강좌를 선별해 들어보면 좋다. 기간은 대부분 10∼16주 과정에 수강료는 20만∼300만 원 등인데, 관련 정보는 인터넷 키워드 검색으로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97×162cm (왼쪽)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97×162cm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97×162cm (왼쪽)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97×162cm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97×162cm (왼쪽)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97×162cm">
대표적인 강좌를 소개하자면, 한국미술경영연구소와 동국대 사회교육원이 공동 진행하는 ‘아트마켓 & 아트테크-7기 강좌’가 있다. 국내 처음으로 대학에 신설돼 펼치는 미술시장 전문 강좌로 그동안 6기까지 배출된 수강생은 300여 명에 이른다.

강좌 내용은 미술품 투자에 관련된 실전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순응 K옥션 대표, 이원일 스위스 BSI은행 문화재단 상임감독, 이상준 프리마호텔 대표,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 김겸 국립현대미술관 수집보존과학관 등이 강의에 나서 실질적인 정보를 들을 수 있다(수강료 55만 원·문의 2260-3728).

한국고미술협회(회장 김종춘)가 주관하는 ‘고미술품 감정아카데미’도 추천할 만하다. 2006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이 강좌는 전·현직 국립박물관장, 문화재위원, 대학교수 등 고미술품 감정 권위자들을 교수로 초빙해 16주에 걸쳐 고미술 감상과 소장에 필요한 감정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배기동 한양대 교수, 윤용이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미술평론가 윤범모 등 전문가 17명이 강사로 나선다(수강료 30만 원·문의 732-2240).

이외에도 눈여겨보면 서울 이태원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서울대미술관 등 학생이나 일반인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여러 계층을 위해 강좌를 운영하는 곳이 제법 많다.

프로 컬렉터를 꿈꾼다면 자신의 기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작가의 진가가 담긴 작품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사실 지난 2006년을 전후한 시기는 미술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됐었다.

그러다보니 소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인기 작가들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 수준으로 작품을 제작한 예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작품의 거래량이 거의 바닥상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작가들은 의외로 담담하다는 것이다.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70×140cm
박성민, <아이스 캡슐>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70×140cm
(Ice Capsule), 2010년, 캔버스에 유화 채색, 70×140cm">
물론 경제적으론 힘들어졌지만 마음은 편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 도전해보고 싶었던 대작이나 새로운 주제도 시도해볼 수 있으니, 지금이 한편으론 큰 ‘공부가 되는 시기’란 얘기다.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려는 현명한 처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성황기의 큰 인기를 누렸던 작가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며 작품을 선보이는 예가 늘고 있다. 특히 이번 달에 열리고 있는 ‘아이스캡슐 작가’ 박성민의 개인전(인사동 노화랑·9월 1~20일)은 눈길을 끈다. 박성민 작가는 그동안 줄곧 ‘아이스 캡슐(ice capsule)’이란 일관된 제목의 얼음 그림을 중심으로 ‘생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엔 100호부터 2~3m 크기의 대작이 10여 점 넘게 출품돼 작가적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된다. 또한 ‘전통도자기 그릇에 담긴 아이스캡슐’이 검은 바탕을 배경으로 첫선을 보인다 하니 이전 작품과 비교도 할 수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컬렉터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고, 작가가 아끼는 그림이 있고, 화랑이 추천하는 그림이 있다. 무엇보다 더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작품이 얼마나 완성도가 있고, 그 작가의 면면을 대표하느냐다.

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집 안에서의 감상용을 넘어, 차후 재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개인적인 기호 전에 ‘누가 봐도 탐나는 매력’이 지녔는가가 포인트다. 그 진정한 매력은 작가의 최고 기량이 발휘된 작품과 신뢰할 만한 중개자,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나의 안목 등이 만나 완성된다.

미술품 컬렉터의 길은 참 쉽고 편하면서도, 동시에 고독하고 힘겹다. 그래도 그 길에 빠져드는 이유는 ‘내면의 행복감’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기본적인 소양(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룰)을 갖춰 나가고, 부지런한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의외의 기쁨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울산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