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운드에서는 한 가지 볼만 사용해야같은 골프 경기라도 프로와 아마추어 경기는 차이가 있다. 골프가 직업인 프로들은 공식대회에서 엄격한 규칙을 적용받는 반면 아마추어들의 친선 라운드에서는 대충대충 넘어간다는 것 외에도,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최근 열린 USPGA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27·스페인)가 실격 당했는데, 그 이유는 ‘스코어카드 오기(誤記)’였다. 아마추어들의 라운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가르시아의 실격을 계기로 프로들의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규칙의 특징을 알아본다.아마추어들의 친선 라운드에서는 ‘기브(OK)’가 있다. 볼이 홀에서 반경 50cm 정도 안에 들어오면 다음 퍼트로 홀 아웃한 것으로 간주, 스트로크를 면제해 주는 것. 그러나 프로들 경기(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볼이 홀 안에 떨어져 ‘땡그랑’ 소리가 날 때까지 쳐야 한다. 몇 년 전 지방에서 열린 여자대회 때 일어난 일이다. 한 선수가 그 골프장 소속 캐디를 대회 캐디로 썼는데, 그 캐디는 선수가 친 볼이 홀에 거의 붙자 아마추어들의 라운드 때처럼 볼을 집어 다음 홀로 이동하고 말았다. 선수는 기가 막혔지만 규칙대로 벌타를 받고 볼을 원 위치한 뒤 다음 플레이를 속개했다. 지난달 중국 옌타이에서 열린 삼능애플시티오픈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대회 경험이 없는 중국 현지인을 캐디로 썼는데, 혹시 ‘인플레이 볼을 집어 드는 불상사’가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고 한다.프로들 경기에서는 스코어를 스코어카드에 정확히 적어 사인한 뒤 경기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특정 홀의 스코어가 실제 스코어보다 적게 기록됐을 땐 실격 당한다. 가르시아의 예가 바로 그것이다. 17번홀(파4)에서 ‘보기(5)’를 하고도 ‘파(4)’로 적어낸 것. 그런데 본인의 스코어는 마커가 기록하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확인한다. 따라서 경기 시작 전 마커를 정한다. 두 명이 한 조인 경우 서로 마커가 되며 세 명이 동반 플레이를 할 경우 A는 B, B는 C, C는 A의 마커가 되는 식이다. 가르시아의 경우 마커인 부 위클리가 스코어를 4로 잘못 적었는데 그것을 가르시아는 확인하지 못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것이다. 프로들이 실격 당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스코어카드 ‘오기’다. 중압감 속에서 18홀 플레이를 하면 정신적 피로가 극심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프로들은 18홀을 마치고도 스코어카드를 확인하고 제출하는 최종 과정이 남아 있다.프로들은 그날 라운드에서 사용할 볼을 미리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날은 그 볼만을 사용해야 한다. 이른바 ‘원 볼 조건(같은 상표와 형)’이다. 예컨대 한 선수가 “오늘 나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을 쓰겠다”고 하면 그날은 그 볼로만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 도중에 ‘나이키’나 ‘캘러웨이’ 볼로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프로들은 경기 전 그날 사용할 볼을 충분히 준비해 둔다. 사용하겠다고 한 볼이 떨어지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 프로 A선수는 브리티시오픈에 나갔다가 볼을 너무 잃어버려 가지고 나간 볼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 타이거 우즈조차 준비해 간 볼이 거의 바닥나 조마조마하며 나머지 홀 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아마추어들은 한 라운드에 각종 브랜드의 볼을 혼용하는 것은 물론 한 홀에서 티샷한 볼과 퍼트한 볼이 다른 경우도 있다. 프로 경기에서는 물론 벌타감이다.아마추어들의 친선 라운드에서는 골프카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많지만 프로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걸어서 18홀을 마쳐야 한다. 몇 년 전 미국 대회에서 한 선수가 플레이 도중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서두른 나머지 옆에 있던 카트를 탔다가 벌타를 받은 적이 있다. 다만, 프로 경기라도 예외는 있다. 홀과 홀 사이의 거리가 멀다든가, 18홀을 마치고 스코어를 제출하는 곳까지 이동할 때 골프카를 탈 수 있다는 로컬룰을 둘 수 있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삼능애플시티오픈에서는 색다른 이유로 선수들이 모두 골프카를 타고 플레이했다. 현지 캐디들은 골프백을 메고 걷다가 힘이 들면 플레이 중이라도 집으로 가버리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래서 경기위원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캐디들을 ‘붙들어 두고자’ 선수와 함께 골프카를 타도록 한 것. 그러나 선수가 골프카를 타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례적 상황이다.김경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