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카드업계의 가치주 삼성카드

성카드는 2007년 공모주 시장에서 최대 관심주였다. 전업카드사 가운데 LG카드와 함께 업계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나,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상장 이전부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월 말 진행된 삼성카드 상장을 위한 일반 공모에는 무려 6조 원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도 100 대 1을 넘었다.흔히 금융주 가운데 카드 관련주는 장기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과거 카드 산업이 보여주었듯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기업이 도산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실적이 안정적이지 않아 주가가 불안하다는 것이 장기 투자자들로 하여금 카드주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이 삼성카드를 장기 투자 대상으로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업카드 업계 리딩 업체로서 과거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충분히 쌓아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삼성그룹 지배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그렇다면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카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순환 출자 구조로 연결돼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의 정점은 바로 에버랜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대주주다. 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대주주는 삼성카드로 25.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문제는 삼성카드가 금융사이기 때문에 개정된 ‘금융 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에버랜드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정된 금산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동일 기업 집단에 속하는 타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경우 지분율 5%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시행일(2007년 4월) 이후 5년 이내에 초과 지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결국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20.6%를 2012년 4월까지 매각해야 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외에 삼성테크윈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다수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요지에 1322만㎡(옛 400만 평) 이상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가치를 따지면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평가 차익이 기대되며 이는 삼성카드의 기업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삼성카드가 금산법에 따라 에버랜드 보유 지분을 삼성그룹 계열사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외에도 삼성증권(지분율 4.70%)과 삼성화재(4.70%) 호텔신라(1.34%) 제일기획(3.04%) 제일모직(4.90%) 삼성정밀화학(3.12%) 삼성엔지니어링(1.76%) 에스원(1.91%)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계산한 이들 지분의 시장 가치는 모두 9207억 원에 달한다. 삼성 계열사 주가는 3월 말 이후 4개월간 평균 20∼30%씩 올랐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계산하면 보유 지분 가치는 최대 1조2000억 원대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시장에서는 삼성카드의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인수·합병(M&A)을 들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삼성카드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M&A는 불가능하다. 삼성카드가 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치에 M&A 프리미엄이 반영되는 것은 LG카드로 인한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카드는 올해 2월 신한금융지주에 주당 6만7770원에 매각됐는데 당시 적용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83배에 달했다. 다시 말해 LG카드는 순자산 가치의 3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던 셈이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LG카드 M&A 사례를 통해 카드사의 M&A 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으며 이 같은 점이 삼성카드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그렇다면 삼성카드의 내재가치 측면은 어떨까. 우선 삼성카드의 과거 성장기와 현재 모습부터 살펴보자. 삼성카드의 전신은 세종카드로 1988년 3월 삼성그룹에 인수됐다. 같은해 9월부터 신용카드 영업을 시작했다. 삼성카드의 성장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당시 정부의 소비 진작과 세수 확보를 위한 신용카드 사용 권장 정책에 신용카드 시장은 급팽창했다. 또 그 과정에서 부실이 쌓여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삼성카드는 그러나 연체율 개선 등 자산 건전성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및 인력의 구조조정 등 원가 절감 노력의 결과로 대형 카드사 중 합병이나 주주의 변동 없는 유일한 카드사로 살아남았다. 2004년 2월에는 그룹 내 할부금융사인 삼성캐피탈과 합병, 소매 금융 분야의 종합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카드는 지난 2002년 11월 128억 원의 순이익 이후 월별 적자를 기록하다가 29개월 만인 2005년 4월 179억 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매월 200억 원 안팎의 안정적인 월간 흑자를 달성했으며 2006년에는 2002년 이후 4년 만에 2719억 원의 첫 연간 흑자를 냈다.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카드는 총자산 10조8551억 원, 990만 명의 회원, 연간 42조4000억 원의 거래액에 달하는 전 업계 1위 카드사로 도약했다. 올 상반기 실적 발표(잠정치)에서도 취급액 11조7440억 원, 순이익 2932억 원, 연체율 7.9%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어갔다.삼성카드는 전체 카드 업계로 보면 LG와 국민카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과거 신용카드 버블기 이후 부실 처리를 위한 자산 감축 결과 2002년 21.7%에서 2006년에는 11.5%로 절반이나 하락했다. 현금 서비스를 제외한 신용 판매 기준 시장점유율은 10.2%다. 삼성카드의 경우 다른 카드사에 비해 제휴, 할인 내용이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신용 판매 부문 시장점유율이 현재보다 상승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어 카드 업계의 과당경쟁에도 불구하고 삼성카드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삼성카드는 현재 카드 시장의 지배자도 아니고 점유율이 상승하는 추세도 아니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2006년부터 보험 판매와 여행상품 판매 등 생활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강점이다. 삼성카드의 2006년 생활 서비스 부문 수익은 894억 원으로 2위인 LG카드의 3배 수준이다. 생활 서비스 부문은 향후 2~3년 동안 연 20% 정도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어 회사 전체의 이익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신용카드 전체 시장이 경기 개선과 부실 채권 감소 등으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삼성카드에 긍정적인 뉴스다. 굿모닝신한증권 전망에 따르면 신용카드 시장에서 신용 판매 부문의 경우 향후 5년간 49.0% 성장해 2011년에는 412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시장 규모는 매년 축소돼 2011년에는 67조 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성장률이 높은 신용 판매 시장에서 삼성카드 점유율은 2006년 수준인 10.2%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매년 1%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카드는 경쟁사 대비 연체율이 높고 조정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점이 부담이다.삼성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2004년 23.1%에서 지난해 8.95%로 감소하긴 했으나 LG카드(5.34%) 신한카드(2.84%) 현대카드(2.19%) 비씨카드(0.40%)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신용카드사의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조정 자기자본 비율은 16.28%로 LG카드(34.25%) 현대카드(31.28%) 비씨카드(19.93%) 신한카드(17.47%) 등에 비해 낮다.삼성카드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4000억 원대 중후반으로 전년 대비 48.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대비 51.9% 감소한 127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신용카드 이용 대금은 전년 대비 2.1% 증가해 신용카드 부문 수익(신용카드 이익+자산유동화 이익)이 전년 대비 0.4% 늘어난 1조6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며 △공모를 통해 2880억 원이 유입된 데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삼성카드 주가는 상장 이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4만8000원)보다 30% 높은 6만 원대에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조정을 받아 지난 8월 중순 현재 5만 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의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반영한 2007년 수정 예상 자기자본을 3조2000억 원으로, 수정 예상 순이익을 4706억 원, 수정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4.5%로 추정했다. 그 결과 2007년 12월 기준 삼성카드의 적정 시가총액은 6조5000억∼6조8000억 원, 적정 주가는 6만2000∼6만5000원으로 산정했다.다만, 지난 2003년 발행한 전환사채(CB) 8000억 원어치가 상장을 기점으로 속속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물량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성병수 푸르덴셜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본 확충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과 삼성그룹 지배 구조 내에서 핵심 역할에 따른 보유 지분 가치 증가 등이 부각될 경우 주가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