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고수 5인의 장세 진단과 추천주 10선

수는 위기 상황에서 돋보이는 법이다. 고수로 통칭되는 증시 실력자들은 대개 상승장에서도 하락을 대비하고, 하락장에서도 상승을 꿈꾸며 늘 돌발 사태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따라서 이들은 당장 어떤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서두르는 법이 거의 없다. 산전수전 거치면서 ‘대박은 절망에서 피어나고 쪽박은 정점에서 찬다’는 증시 격언을 경험하며 그만큼 ‘투자 내공’을 쌓았기 때문이다.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핵폭탄’으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요즘, 재야 고수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투자 패턴을 갖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관조(觀照)’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승조(필명 무극선생) 김기준(필명 골드존) 손태건(필명 타이쿤) 전익균(새빛인베스트먼트 대표) 장진영(윌클럽 대표) 등 재야에서도 실력자로 꼽히는 5인의 고수들은 대체로 시장 추세를 당장 바꿀 만한 변화와 재료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시장을 유심히 살펴 결정적인 기회를 포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타이쿤은 관망의 요인으로 프로그램 순차익 잔액의 마이너스 행진 지속, 일목균형표의 전환선이 1871 아래로 처진 점을 들었다. 그는 “다만, 차트 분석상 장기 상승 추세가 살아있는 만큼 주식 보유자는 뇌동매매보다는 홀딩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재야 고수 5인들은 특히 관망기가 향후 투자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막연히 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 매수를 잠시 중지하는 소극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상승장을 대비, 나중에 어떤 종목을 살 것인지 미리 생각해야 ‘대박’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무극선생은 이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길목 지키기’의 적기라고 말했다. ‘길목 지키기’는 그동안 소외돼 상승장에서도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거나 가격 조정과 기간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을 미리 매수하고 상승장을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 무극선생은 길목 지키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삼국지를 봐도 그렇고, 동서고금의 전쟁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 승리하는 자는 항상 길목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전략가들은 현저히 적은 수의 병사와 군량을 가지고도 적을 마땅히 움직여야 할 곳으로 몰아넣고 그 길목에 있다 바윗돌을 굴리거나 물을 터뜨려 몰살시키곤 한다.”그렇다면 5인의 재야 고수는 어떤 종목을 ‘길목 지키기’ 유망주로 보고 있을까. 대부분 펀더멘털이 우량하지만 시장 주도주에 끼이지 못해 장기 조정을 거쳐 가격 메리트가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종목들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다소 유동적이기 때문에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다가 수급 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일 때 매입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무극선생은 각종 증권 시황 강연회 때마다 한국가스공사와 LG생명과학을 사라고 추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독점적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테마주여서 잠재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 바이오 대장주인 LG생명과학은 든든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무극선생은 “미래 학자들의 얘기처럼 바이오가 세상을 크게 바꾼다면 LG생명과학은 바이오의 삼성전자로 우뚝 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골드존은 하이닉스반도체와 아시아나항공을 미리 사두라고 추천했다. 모멘텀과 실적은 좋은데 비해 두 업체 모두 업계 1위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출하 증가와 D램 가격 강세 유지△낸드플래시 가격 안정△신기술 개발로 인한 경쟁력 강화를 호재로 꼽았다. 또 2006년, 2007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재 주가 수준이 주가수익률(PER) 8.8배, 7.2배에 불과해 해외 경쟁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자유무역협정 체결,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단기 입국 시 비자 면제 등으로 인해 해외를 넘나드는 물동량과 관광객이 급증하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타이쿤은 서울증권과 LG필립스LCD를 유망 종목으로 내놨다. 서울증권은 수급 사정이 비교적 양호하고 중소 규모 증권사로서 자본시장통합법 수혜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LG필립스LCD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 여건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것이 메리트.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만 1500억 원에 달했다.장진영 윌클럽 대표는 해외 자원 개발 대표주의 하나인 대우인터내셔널과 인터넷 게임 업체 중 부동의 1위인 CJ인터넷을 추천했다.각각 자원 개발과 인터넷 및 엔터테인먼트라는 테마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국내 증시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주가 상승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장 대표는 특히 CJ인터넷을 ‘저평가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국내 최고의 게임 퍼블리셔(유통업체)’라고 평가했다.코스닥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전익균 새빛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소프트웨어 제조 및 서비스 업체인 리노스, SK텔레콤과 제휴 서비스 업체인 큐앤에스를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전 대표는 “리노스는 최근 주가가 다소 오른 측면이 있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잠재돼 있는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주가는 결국 본래 가치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