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의 계절인 가을로 접어드는 9월. ‘특별한 가죽’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9월이면 그래도 아직 더운데, 난데없이 웬 가죽 이야기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뭐든 미리 알고 멀리 내다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은 법. 더 쌀쌀해져 가죽의 수요가 하늘을 찌르기 전에 미리미리 가치 있고 의미심장한 ‘특피’에 관심을 가져보자.특피는 말 그대로 스페셜하고 흔하지 않은 가죽이기 때문에 대부분 고가다. 하지만 그 희소성과 독특한 패턴으로 인해 마니아층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 대중적인 브랜드에선 언감생심 특피를 소재로 다루지 못하는 것도 비용뿐만 아니라 소수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몇 명품 브랜드만이 특피를 소재로 구두, 가방, 벨트 등을 제작한다.대표적인 브랜드가 이탈리아 구두 명가로 알려진 테스토니. 테스토니의 구두는 공기 주머니 공법인 ‘볼로냐 공법’으로 남성 정장 구두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편안한 구두에 멋스러운 힘을 실어주기 위해 특피를 사용한 것을 계기로 테스토니엔 별난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도 많다.어느 날 테스토니 매장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손님은 다짜고짜 악어가죽으로 구두 10켤레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고가의 악어 슈즈를 그렇게 대량 구매한다니 매장 직원들은 아연실색. 하지만 10켤레의 악어 구두는 신속하게 만들어져 배달됐고 그 손님은 단박에 테스토니의 VIP 대열에 올라섰다. 그 후 6개월마다 이어지는 똑같은 주문으로 인해 그 손님은 테스토니의 명물로 등극했다. 그러던 차에 그 손님이 또 하나의 재미있는 주문을 했다. 악어가죽으로 골프백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것.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스페셜 오더였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테스토니는 곧 손님의 요구에 부응했다. 그렇게 최초의 테스토니 악어골프백은 탄생됐다.굳이 악어가죽이 아니더라도 특피에 관한 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마니아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를 간파한 몇몇 브랜드들의 ‘특피 마케팅’은 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테스토니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특피까지 섭렵하며 다양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테스토니가 사용하고 있는 특피 가죽은 동물의 종류와 가죽의 부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어 제작되고 있다. 특피 가죽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가죽의 한 부분만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는 달리 가죽의 여러 부위를 사용함으로써 희귀함과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1990년대 히트곡인 ‘뮤지컬’로 무대를 누비던 가수 겸 배우 임상아의 브랜드인 ‘상아(SANG A)’도 트렌디한 특피 백으로 뉴욕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뉴욕의 패션 스쿨인 파슨즈에서 패션 공부를 마친 임상아가 런칭한 상아의 백들은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자연 가죽에 컬러를 입히는 작업과 마지막 스티치까지 모두 그녀 손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뱀피와 악어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백들은 이브닝 클러치에서 빅 사이즈 호보 스타일까지 다양하고 스타일과 개성을 부각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프랑스 무두질 공장에서 최상급 가죽들을 선별해 상아 고유의 컬러로 염색된 후, 이탈리안 장인에게 보내져 핸드 스티치로 마무리되는 모든 백들은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급스러운 특피 백 브랜드로 알려진 ‘콜롬보(COLOMBO)’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콜롬보는 악어가죽을 주종으로 해서 타조가죽과 비단뱀 가죽 등 다양한 특피 컬렉션을 1953년부터 제작해 왔다.올해는 특히 비단뱀 가죽 소재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조금 더 다양한 소재의 상품들을 출시했다. 콜롬보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타조가죽과 뱀가죽의 화려함을 세련되게 악어가죽과 믹스해 조화롭게 선보인 것이 특징. 유광과 무광의 악어가죽을 특피와 대비해 과감하게 표현했다. 어두운 색상의 고딕과 앤티크 느낌이 지난 시즌의 콘셉트라면, 이번 시즌은 좀 더 부드럽고 화려하면서도 세련돼졌다. 예전에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올드한 특피 백들이 주종을 이뤘지만 이제는 특피를 부드럽고 볼륨감 있게 가공해 좀 더 젊고 패셔너블하게 변화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다양한 연령대에서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다.특피는 더 이상 복부인의 고루한 소유물이 아니다. 희소성을 가지고 있으며 내구성이 강하고 오랜 전통의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젊은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면서 이제는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외부의 재앙을 막고 재물운을 가져다 주는 행운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인 국회의원 및 경제계 리더층의 특피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때문일 듯. 곧 있을 대선을 맞아 특피 시장이 크게 들썩거릴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쪹 타조 가죽타조는 소가죽의 5배에 달하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천연적인 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섭씨 영하 30도에서도 푸석해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악어가죽보다 물에 강하고 인조피혁과 쉽게 구별되며 매우 유연하고 질기기 때문에 지갑에서 부츠까지 어느 것이든지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가죽을 다루는 사람들은 타조가 3가지의 동물 가죽을 합쳐놓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타조가죽의 원피를 살펴보면 등과 발목, 다리로 연결되는 부위의 가죽이 각기 다른 동물의 가죽처럼 분명히 구별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에서는 타조의 등가죽만을 사용한다.등가죽: 모공이 외부로 개방된 가죽으로, 타조가죽의 부위 중 가장 유질이 풍부하고 많이 사용되는 부위다.발목(다리가죽): 외관상으로는 파충류(도마뱀)의 가죽과 매우 흡사하다. 등가죽에 비해 세로로 늘어나는 유연성과 천연 광택이 좋기 때문에 남성 슈즈의 발등에 많이 사용된다.다리와 몸이 연결되는 부위: 한 마리당 채취할 수 있는 가죽의 양이 매우 작고 외관이 공룡의 가죽과 흡사하다. 이 가죽은 다른 부위에 비해 두께가 두껍기 때문에 극소수의 브랜드에서 만이 이 가죽을 가공할 수 있다. 테스토니는 매 시즌 이 가죽으로 제작된 남성용 슈즈를 선보이고 있다.깃털: 한 세기 이상이 지나는 동안 타조 깃털은 모자나 다른 깃털로 모두 사용되고 있다. 타조 깃털의 먼지 흡수력은 오늘날 고감도 기술 시장에서 초전기적 흡수력으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자동차 제조회사인 GM사는 도색전의 자동차를 세척하는 데 이 깃털을 사용한다. 아프리카산 검은 타조의 깃털 하나가 고가에 팔리고 있다.쪹 뱀 가죽뱀 가죽은 한 마리당 채취할 수 있는 가죽의 양이 매우 적다는 희소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종류는 도마뱀과 이구아나로 나뉜다. 도마뱀과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물 왕 도마뱀이다. 가죽의 배 부분에 타원 형태의 무늬를 가지고 있고 다리 부위로 갈수록 무늬가 사각으로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매우 얇으면서도 탄성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주로 남성용 벨트나 슈즈에 부분적으로 사용된다.쪹 상어가죽상어가죽은 완벽한 방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동성을 강조한 스니커즈와 남성용 슈즈에 많이 이용된다. 주로 많이 사용하는 상어가죽은 일본산이다. 촉감이 부드럽고 매끄럽기 때문에 멕시코산보다도 훨씬 ‘상품(上品)’으로 인정받고 있다.쪹 코끼리가죽코끼리가죽은 매우 두껍지만 가공을 거치면 그 어떤 가죽보다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한다. 코끼리는 현재 세계 멸종 동물로 분류돼 가죽의 채취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어 1970년대 이전에 채취된 가죽만이 전부이기 때문에 매우 희귀한 가죽이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