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서식 환경을 보고 명당을 찾는 비법은 오랫동안 민간의 얘깃거리였다. 예로부터 동물이 명당을 찾았다는 이야기들은 무수히 전해진다. 그것은 동물이 풍수에 밝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생기가 모인 혈을 정확히 찾아내기 때문이다.꿩이 알을 낳거나 짐승이 새끼를 낳거나 또는 새들이 모여 노는 곳은 좋다고 한다. 실제로 꿩들이 땅을 파고 배를 비비며 놀거나 털을 뽑아 알을 낳은 장소는 좋은 자리다. 왜냐하면 알이 부화되려면 수맥(水脈)이 솟는 찬 땅이 아니라 생기가 뭉쳐 따뜻한 기운이 올라와야 하고 바람이 잠자는 양지 바른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꿩은 지진이 발생할 기미가 보이면 날갯소리와 울음을 대단히 크게 질러 지진도 예고해 준다고 한다.이처럼 꿩에 얽힌 명당 이야기는 많이 전해진다. 한 여인이 밭에서 일을 하는데 꿩이 황급히 날아들었다.“제발, 저를 좀 숨겨 주세요.”여인은 깜짝 놀랐다. 꿩이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자 이를 불쌍하게 여긴 여인은 얼른 치마 속에 감추어 주었다. 조금 지나자 사냥꾼이 나타나 다그치며 물었다.“이쪽으로 꿩이 날아갔는데 혹시 보지 못했소?”“꿩은 본래 사람을 싫어하는 짐승인데 내가 어찌 알겠소.”사냥꾼이 사라지자 꿩이 치마를 부리로 물어 여인을 잡아끌었다. 꿩은 한 장소에 이르러 발로 땅을 파헤치며 배를 비벼 댔다. 신기하다고 생각한 여인은 죽은 남편을 그곳에 장사지냈다. 그러자 그 집안에선 고관대작이 줄줄이 나왔다. 그 후부터 그 집안사람들은 꿩을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꿩뿐만 아니라 산속을 가다가 산짐승이 새끼를 낳은 장소를 발견하면 그곳도 명당이 틀림없다. 몇 달 전 용인의 수지로 산을 보러 갔었다. 그곳은 수원의 광교산(光敎山)에서 뻗어 내린 산자락이 풍덕천(豊德川)을 만나며 생기를 응결한 곳이었다. 한눈에 예사롭지 않은 터라 생각하고 땅바닥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나무 아래 짐승의 털이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급히 뒷걸음치며 털 속을 살피니 다행히 새끼들은 없었다. 흙은 누런 윤기가 감돌고 안산은 찻상처럼 편안하고 좌우의 청룡·백호도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혈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었다. 함께 산을 오른 사람들도 희귀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옛날부터 꿩이 알을 낳거나 짐승이 새끼를 난 장소는 명당이라 했는데, 그것을 확인한 셈이다.종종 뉴스를 통해 조상의 묘를 벌초하다 땅벌에 쏘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실수로 벌집을 건드려 성난 벌떼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이다. 어떤 터에 땅벌이 산다면 그곳은 분명히 습한 곳이니 좋은 터는 아니다. 뱀 지렁이 땅벌 개미들이 사는 땅속이나 벌레가 꼬이는 장소는 흙이 푸석해 생기가 없는 곳이며 또 습기가 많다. 이런 곳에 집을 짓거나 묘를 정하면 매우 흉하다고 본다. 고양이는 수맥을 좋아하니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또 개는 수맥을 싫어하는 동물이므로 개가 피해 다니는 장소는 그 밑으로 수맥이 흐른다고 보면 틀림없다.‘한비자(韓非子)’ 설림편(說林篇)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제나라의 명재상인 관중(管仲)과 습붕(濕朋) 두 사람이 제환공(齊桓公)을 따라 고죽국(孤竹國)이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했다. 그런데 갈 때는 봄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겨울이 되어 길을 잃고 말았다. 그때 관중은 ‘이럴 때에는 늙은 말의 지혜가 도움이 된다’며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또 산중을 걸어가고 있을 때 물이 없어 목이 말랐다. 그러자 습붕이 ‘개미는 겨울이면 산 남쪽에 살고, 여름이면 산 북쪽에서 사는 것이므로 개미집의 높이가 한 치라면, 그 지하 여덟 자를 파면 물이 있다’고 말하며 개미집을 찾아 그 아래를 팠더니 과연 물을 구할 수가 있었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인용한 뒤 이렇게 말하고 있다.“관중과 같은 현인이나 습붕과 같은 지혜 있는 사람도 모르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늙은 말이나 개미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그 어리석은 마음을 반성하고 성현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르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닌가!”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는 이 고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마지막으로 흉지를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을 알아보자. 표면에 바위가 드러나 있거나 곳곳에 깊이 박혀 있으면 지기가 매우 약한 곳이다. 표면에 자갈과 돌들이 박혀 있거나 흩어져 있으면 땅속으로 바람이 들어가 지기가 흩어져 터가 쇠약해진다. 지표면에 물기가 많거나 가까이에 우물이나 샘이 있으면 겨울에 땅속이 얼면서 기가 끊어지는 풍수적 흉지다. 주위의 묘에 쥐·뱀·개미·벌의 구멍이 있으면 땅속이 습한 곳이다. 주변의 나무를 보아 똑바로 서지 못하고 기울어져 있으면 지층이 움직이는 곳이며, 나무를 보아 줄기가 구불구불하면 땅속에서 바위가 나온다. 주위에 억새풀과 쇠뜨기풀이 많으면 습한 곳이고, 산비탈이 가파르고 또 산등성이가 뾰족하면 땅속이 바위로 된 흉지다.이처럼 풍수는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이므로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겸손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