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문화 코드는 당연히 삶의 질을 강조하는 웰빙이다. 돈과 명예를 위해 앞만 보고 살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다. 한적한 전원에 주택을 짓고, 게다가 풍수지리까지 도입하다면 이보다 더 우수한 웰빙 주택이 없을 듯하다.그렇다면 전원주택의 부지에서 풍수적으로 길한 복지를 한번 찾아보자.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풍수에서는 집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중요한데, 특히 전원주택의 경우 시공 업체가 이미 그 나름의 구획과 도로를 개설해 놓아 그것을 무시한 채 터를 잡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제약은 필요불가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눈으로도 쉽게 길흉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첫 번째는 산등성이의 마루가 끝난 벼랑 아래 또는 산골짜기의 목에 집터를 잡으면 복을 다하지 못한다. 산사태 등 재난을 당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길이 막다른 곳의 주택은 과녁빼기에 해당돼 크게 흉하다. 바람이 집과 집 사이를 빠져 과녁빼기집(마주 보고 있는 집)으로 곧장 불어 닥치니 해롭고, 화재가 나도 불길이 바람을 타고 밀어 닥치기 쉽다. 세 번째 살펴볼 것은 집터가 앞이 낮고 뒤가 높으면 진토(晉土)라고 하여 길하다. 이것은 배수, 일광 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습기 찬 대지나 또는 습지를 메운 부지는 흉하다. 또한 수맥이 흐르는 곳도 피한다. 다섯 번째는 집터 내에 시냇물이나 계류가 있는 것은 극히 흉하다. 시냇물은 지맥을 이쪽저쪽으로 갈라놓는 분수령으로 계류를 중심으로 양쪽의 지기가 사뭇 다르다. 따라서 한 집에 두 개의 지기가 있으면 사람에게 상이한 영향을 미쳐 흉하다. 여섯 번째는 산기슭의 경사진 곳에 집터를 잡는다면, 대지를 깎아 평평하게 고른 경우보다는 땅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해 집을 지어야 한다. 땅을 파헤치면 지기(地氣)를 손상시켜 쓸모없는 땅이 된다. 지기는 흙에 따라 흐르고, 흙에 머무르기 때문에 우리 전통의 한옥들은 산중턱을 깊게 파내어 평평하게 고른 다음 집을 짓지 않고, 산의 경사도를 그대로 활용해 흙과 지기를 보존하면서 집을 지었다. 일곱 번째는 부지에 잡 돌이나 바위가 땅 밖으로 보이는 곳은 지기가 쇠약한 곳으로 피한다. 토색이 양명하고 지질이 고운 곳이 좋은 땅이다. 마지막으로 앞쪽에 흘러가는 시냇물은 집터를 금성수로 둥글게 감싸 안고 흘러야 좋고, 부지 쪽으로 마치 쏘아 들어오는 듯한 물살이 보이면 흉하다.부지를 정하고, 집을 지을 때 풍수에서 집의 방향을 중시하는 것은 바람과 물(지하수 포함)의 순환 궤도를 파악해 그중에서 좋은 것을 선택하자는 목적 때문이다. 따라서 남향이어야 겨울에 햇볕이 잘 들고 따뜻하다는 일반적 통념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남향을 선호해 왔지만, 북향집도 명당이 될 수 있다는 풍수적 사례가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왜냐하면 풍수학에서는 바람과 물의 흉한 궤도 중에서 좋은 방향을 선택하다 보니 북향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조선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정승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의 생가는 북향집이다. 이 집은 고려 말의 명장이었던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이었다. 맹사성의 할아버지는 최영 장군과 친분이 두터워 이 집을 이어 받았다고 한다.어느 날 맹사성의 어머니는 태양이 자기 집으로 떨어져 치마폭으로 받는 꿈을 꾸었다. 맹사성의 어머니는 괴이한 꿈인지라 시아버지께 알렸다. 시아버지는 이 얘기를 듣고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이른 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편지를 급히 하인 편에 한양에서 과거 공부에 열중하던 아들 맹희도에게 보냈다. 편지를 받고 부랴부랴 하향한 아들은 아버지께 문안을 여쭈니 “내 병은 그동안 쾌차했으니 염려 말고 며칠 쉬었다 가거라”고 했다. 그때 임신이 돼 맹사성이 태어났다고 전해온다.또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대문(현관)의 위치다. 대문은 주택을 외부와 경계 짓는 역할을 하며, 풍수적으로 집 내부로 기(공기)가 출입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대문이 크고 집이 작으면 가난해지고, 대문이 작고 집이 크면 부자가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문의 크기는 집 전체의 미관과 기의 흐름에 맞춰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대문의 색깔도 중요하다. 대문에 봄이면 ‘입춘대길(立春大吉)’, ‘용호(龍·虎)’ 등의 글자를 써 붙이는 것은 대문이 길흉화복을 부르는 장소로서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를 내포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대문은 태극의 의미를 가지며 기의 출입구이자 기가 생성되는 근원으로 우주론적 의미와 흉액(凶厄)을 막는 운명론적 의미를 함께 가지므로 색깔에도 세심하게 배려했다. 대문의 위치를 정할 때 고려할 사항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대문과 현관은 일직선상에 두지 않는다. 또 도로는 물길이므로 집을 중심으로 좌우의 도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대문에 직접 닿지 말아야 한다. 도로의 경사를 고려해 차의 진입과 주차에 편리한 지점에 대문을 선택한다. 경사진 곳은 겨울에 도로가 얼어붙으니, 사고 위험이 높다. 마구간의 앞이 넓으면 길하다고 했으니, 현대식으로 풀이하자면 주차 공간이 되도록 넓은 곳을 택한다. 대문과 현관의 높이가 같아야 길하다. 현대 주택처럼 대문에서 현관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계단식으로 만든 경우는 흉하다고 본다.그러나 외부 환경은 입주자가 마음대로 변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럴 때 주택 내부를 풍수적으로 길하게 바꾸어 길함을 상승시키고, 혹 흉함이 있다면 흉함을 줄여주는 침대 및 가구의 배치, 소품 등을 활용한 풍수 인테리어의 방법이 있다. 풍수 인테리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 안에 침대를 두는 위치다. 풍수적으로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침대의 위치가 중요한데, 이것은 사람의 코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코는 기가 사람의 내부로 출입하는 통로이며 코를 두는 위치, 즉 머리의 위치가 기의 순환 중에서 길한 곳을 택해야 사람이 건강하고, 피로가 풀리고, 활력을 되찾기 때문이다. 방 안에 침대를 두는 위치는 방의 공간 중심에서 방문과 코의 위치를 방위적으로 판단해 상호 길한 방위를 택하는 쪽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초보자가 따라 하기에는 힘들다.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면, 우선 내 방 안에서 침대를 둘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헤아린다. 대개 2~3개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다음 일주일씩 모든 경우의 방향에 침대를 두면서 자보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느 방위에서 잤을 때 가장 상쾌하게 일어났는지 체크해 본다.아파트의 경우와 달리 전원주택은 정원과 조경도 풍수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다. 정원에 돌을 많이 깔거나 세우면 흉하다. 돌은 여름에 낮의 열기를 간직하다가 저녁에 내뿜어 항상 덥고 겨울에는 밤의 냉기를 품었다가 낮에 내뿜어 집이 따뜻하지 못하다. 또 정원에 큰 나무가 너무 많으면 땅이 말라 윤기가 없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