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제일기획

내 광고 업계의 독보적 1위 업체인 제일기획의 5월 말 현재 주가는 22만 원대다. 1년 전 주가보다는 조금 오른 수준이며 2년 전에 비해선 50%가량 상승한 것이다. 최근 급등장에서 1년간 2∼3배씩 주가가 오른 우량주들이 속출하는 마당에 2년간 50% 상승은 사실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제일기획은 최근 1년간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워 왔다. 업종 대표주로서 두 자릿수의 높은 영업이익률, 시장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주가수익률(PER), 차입금보다 현금 보유량이 훨씬 많은 우량한 재무 구조 등 매력을 갖고 있는 데도 시장에서 소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경기 관련주로서의 한계를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내수 경기가 생각만큼 회복되지 않은 탓에 지난해 이익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했고 이것이 주가를 짓누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제일기획에 거는 기대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무엇보다 과거 제일기획을 경기 관련주란 이유로 무시했던 투자자들이 이 종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치 투자자들이다. 제일기획은 소위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가까워 가치 투자자들로부터는 외면받아 왔다.그러나 최근 들어 몇 가지 이유로 가치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에 올랐다.△지배적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라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점 △3%대의 배당 수익률로 안전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여의도 증권가의 대표적 가치 투자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주식본부장(상무)은 “과거 가치주라고 생각됐던 주식들은 지난 4~5년간 꿈쩍하지 않다가 최근 1년간 급등해 대부분 제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며 “일부 가치주들은 버블이 우려될 만큼 주가가 뜬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전통적인 가치주로 불리던 주식들뿐만 아니라 중소형 자산 가치주들조차 대부분 주가가 과도하게 치솟으면서 PER가 20배, 30배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반면 시장 대표주 가운데 경기 관련주라는 이유로 주가가 정체를 보이면서 과거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탈바꿈한 주식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들 주식의 주가는 정체돼 있지만 실적 등 펀더멘털은 매년 좋아지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허 상무는 따라서 “지금 상태에선 이 같은 주식에 더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제일기획을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그렇다면 제일기획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제일기획은 업종 내 지위가 확고하다. 1973년 삼성그룹 계열사의 광고 대행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이후 아직까지 국내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국내 광고 시장 점유율이 24% 정도로 2위 업체인 LG애드의 8.7%와는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일 정도다. 세계 광고기획사 순위에서는 18위에 랭크돼 있다. 이를 2010년까지 톱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제일기획의 목표다.제일기획의 매출 구조를 보면 전체의 5분의 4 가까이가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한다. 현재 광고 물량 취급액 가운데 삼성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이며 특히 이 가운데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해외 물량의 대부분이 삼성전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제일기획의 안정적인 실적은 보장된다고 봐야 된다. 실적 안정성이 우량 주식의 첫 번째 조건인 점을 감안하면 제일기획은 일단 주식으로서 기본을 갖춘 셈이다.최근 들어 제일기획은 삼성그룹의 지원에 안주하지 않고 신규 광고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까지 KT KTF CJ GM대우 S-Oil NHN 등 우량 광고주를 확보했으며 올 들어선 신한금융지주 진로발렌타인스 등을 새로 유치했다.전문가들은 향후 제일기획의 성장이 구조적인 스토리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정책에 따른 해외 부문의 고성장이 예상된다.삼성전자는 1990년부터 종합 브랜드 전략에 따라 브랜드 마케팅 활동비로 연간 30억 달러씩 투자해 왔으며 앞으로도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등이 예정된 2008년을 앞두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휴대폰 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또 올해부터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될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비를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이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바로 제일기획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해외 마케팅 비용 가운데 제일기획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였지만 장기적으로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제일기획 측의 목표다.제일기획은 이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24개국에 31개의 해외 사무소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08년까지 4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뉴미디어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도 제일기획에는 또 다른 기회다. 지난해 총 광고 시장에서 TV 라디오 신문 등 기존 매체의 증가율은 전년 대비 2.2%에 그친 반면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 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38%가량 급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일각에선 뉴미디어 시장 급성장이 오히려 제일기획에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미디어의 성장에 따라 광고주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으로 저변이 확대되면 대기업 위주의 영업을 펴고 있는 제일기획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제일기획은 내부적으로도 향후 부상할 새로운 시장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놓고 있어 발 빠른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제일기획은 또 2010년 글로벌 톱10 광고 대행사로 진입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전략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예상 순현금이 3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외 기업 인수가 성공할 경우 제일기획은 제2의 성장기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현금 보유에 따른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및 비효율적인 재무 구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ROE가 낮다는 것은 투입한 자본에 비해 산출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량 주식의 조건이 못된다. ROE가 낮은 이유는 이익 창출력이 부족하거나 또는 이익 창출력이 우수해도 이익에 비해 자기자본이 워낙 커서 그런 것인데 제일기획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전문가들은 제일기획이 올해부터 재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올해 국내 광고 대행 규모는 전년 대비 8.9% 증가한 931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수 경기의 본격 회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지만 뉴미디어의 성장과 국내 1위 업체로서의 역량을 고려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해외 광고 대행 규모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강화와 현지 법인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전년 대비 13%가량 증가한 1조1233억 원을 달성, 사상 처음으로 해외 광고 취급액 1조 원대 시대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특히 해외 취급액 비중이 2006년 53.8%에서 2009년 57.5%로 커지면서 전체 취급액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외 법인의 지속적인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제일기획의 지분법 평가 이익은 2002년 이후 매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31개의 해외 법인 가운데 지분법 평가 대상은 11개인데 초기에는 사무소 형태로 운영하다 흑자 구조가 정착되면 지분법 대상 법인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향후 대상 법인이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총배당액 비율)이 우수하다는 점도 제일기획의 매력 포인트다. 1998년 상장 이후 배당 성향은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43%로 늘어났다. 2007년에는 47.1%, 2008년에는 49.4%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도 3%대로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가운데선 비교적 높은 편이다.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삼성물산을 포함한 삼성그룹이 대주주로 18.3%를 소유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분 구조다. 자사주는 6.4%로 향후 경영권 안정의 디딤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로는 한국투신운용(7.1%)과 모건스탠리(6.1%)가 있다. 2000년 이후 줄곧 50% 이상을 보유했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005년 64%를 정점으로 감소해 현재 39%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광고 업체 주가가 2006년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 투자 비중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마지막으로 제일기획의 주가 흐름과 밸류에이션(내재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해 보자. 우선 제일기획 주가는 지난 10년간 2년 주기의 사이클로 움직여 왔다. 주로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짝수 해에 많이 몰려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제일기획은 실제 짝수 해에 좋은 실적을 내왔으며 주가는 이를 선행해 홀수 해에 높은 상승을 보이다 짝수 해에 조정을 보이는 현상을 반복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07년인 올해는 확실히 주가 전망이 밝은 해다.지난 10년간 제일기획 주가의 또 하나 특징은 PER 8.1~19.0배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해 왔다는 점이다. 짝수 해와 홀수 해의 실적 격차로 인해 다소 주가 변동성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2004년부터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해외 매출이 본격화되고 실적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주가의 하단과 밸류에이션 하단이 한 단계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평균 PER도 13.6배 미만으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이를 고려해 볼 때 현재 주가 기준 PER가 13.9배인 점은 확실히 주가가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전망치를 기준으로 6개월 목표 주가를 28만~30만 원대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