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헌 도이치투신운용 상무의 증시 전망

경제학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원리가 있다. 위험이 클수록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높은 수익을 추구할 경우 그만큼 위험도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이치투신운용이 운용 중인 ‘도이치코리아채권투자신탁’ 시리즈와 ‘SC제일 3050 주식투자신탁’은 이 같은 원리를 극복한 ‘로 리스크, 하이 리턴’을 실현한 대표적인 펀드로 꼽힌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틈새를 찾아내 겉으로는 위험이 높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별 위험 없이 안정된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도이치투신운용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이재헌(43) 상무는 이러한 투자 기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1997년 국내 최초의 외국인 합작 투신이었던 ‘프랭클린템플턴투신’ 출신이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에서 채권운용팀장으로 활약하다 도이치투신으로 영입된 그는 흔히 채권 전문가로 꼽히지만 사실 주식 운용 경험도 많다. 특히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을 읽고 이를 투자에 반영하는 전략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에겐 프랭클린템플턴투신 근무 시절에 익힌 투자 원칙이 몸에 배어 있다. 장기 추세를 읽되 하루하루 시장 상황보다는 개별주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거듭하면 장기 추세와 가치주에 눈이 트인다는 것이다. 가치주에 집중하다 보니 블루오션(틈새 종목) 발굴은 덤으로 따라붙는다. 이 상무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빌딩 도이치투신 사무실에서 만나 요즘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주식 시장의 향후 전망 등을 들어봤다.“상반기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단기 급락 위험은 별로 없습니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증시의 불안 심리도 과도한 유동성에 대한 건전한 조정으로 봐야 적절합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커렉션(Correction)’이지요. 국내 상장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 성장 전망치가 양호한 데다 다른 국가의 증시에 비해 낮은 주가수익률(PER)을 감안하면 주가지수가 내려갈 이유가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의 근본 체력이 견실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보수적인 측면이 없진 않습니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치 투자자가 반드시 보수적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치 투자자들은 대부분 시장을 오랫동안 관찰해 시장 가격보다 저평가된 우량 종목을 발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투자의 기법에 관한 문제이지 성향에 관한 문제는 아닙니다. 가치 투자자들을 포함해 모든 투자자들은 주식, 채권, 선물 등 투자물의 대상과 투자 기간(단기, 중기, 장기)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곤 합니다. 저는 대부분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설립자인 존 템플턴 경으로부터 얻은 교훈이 아직도 강력합니다. 당시 템플턴은 기차, 전기 등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겪은 주식 버블과 그 붕괴의 역사를 논하면서 ‘시장보다는 좋은 기업을 사라’고 역설했습니다. 가치 투자를 한마디로 정의한 것이지요. 시장은 변덕스럽지만 기업의 실적은 투자 지표로서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의미이지요.”“5월 초 주가지수가 1600을 넘어섰지만 국내 상장사 가운데 500개는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미만이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금리 수준인 5%를 넘습니다. 단기간에 급하게 주가가 올라 조정 가능성도 있지만 긴 호흡을 갖고 이처럼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가치 투자는 가장 유망한 방법이지요.가치 투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회사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는 ‘저위험 적정 이익’ 추구가 핵심입니다. 일부 업종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어떤 기업의 주가가 먼저 오를지는 신이 아닌 이상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소 20개 이상의 기업에 분산 투자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당분간은 글로벌 증시와 상대적으로 연동 관계가 적은 음식료와 유통 업종 등 내수 소비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환율과 직접 연관이 많은 기업은 적어도 상반기에는 중립으로 놓고 관찰만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내수주를 선택할 때도 생활 속에서 스스로 마음에 드는 회사의 주식을 고르는 게 정석이지만 개미들은 대부분 남의 얘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그럴싸한 테마만 좇는 경우가 많지요. 소문에 쉽게 흔들리는 투자자라면 장기적으로 신경 쓰지 않고 자금을 묻어 둘 수 있는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리스크 관리는 수비적이고 도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것입니다.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 투자를 늘리고, 주가 하락기에는 채권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장기 추세로 봐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량주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언제든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 펀드와 채권 펀드,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비율을 적정한 수준에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펀드는 실적 배당형 상품입니다. 이는 운용 결과에 따라 수익률이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후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수시로 가입한 펀드가 투자 설명서대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 어떤 자산이 편입돼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관련 정보는 자산운용회사가 제공하는 자산운용보고서와 자산운용협회 등의 수시공시, 그리고 펀드평가회사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보고서에 포함되는 내용은 펀드의 개요, 순자산총액 등 기준일의 자산 현황, 운용 기간 중 상품의 자금 유출입 현황, 자산 보유 및 운용 현황 등입니다. 이처럼 자산운용보고서는 펀드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