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개발주가 증시의 강력한 테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수년간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자원 개발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증권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서부 텍사스 중질유 기준)는 최근 4년간 118% 급등했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철광석 구리 니켈 등 원자재 가격도 변동 폭이 커지면서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거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경제 개발로 인해 에너지 및 자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에너지 및 천연자원 가격의 급등은 그동안 일부 선진국 기업들에 의해 주도됐던 자원 개발 분야에 중진국과 개발도상국들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최근 국제적인 자원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민간 투자와 합쳐 해외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모두 16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에너지 자급률을 현재 4%에서 2013년까지 원유 15%, 가스 3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 자원 개발 투자는 3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01년 해외 자원 개발 투자가 4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민간 기업의 참여도 활발하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자원 개발은 주로 LG상사와 대우인터내셔널과 같은 대형 업체들 위주로 주도됐었다. 하지만 올 들어 자원 개발 업체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양해각서(MOU)를 체결,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들의 주가도 증권시장에서 새로운 테마주로 부상하며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있다.최근 ‘자원개발 3인방’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업체는 명성, 더히트, 튜브픽쳐스다. 명성은 과거 ‘오일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전대월 씨가 인수, 사할린 유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성은 원래 차량용 프레스 부품 제조업체였다. 전 씨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할린 우글레고르스키 8광구를 탐사한 결과 석유 매장량이 최고 1억50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유전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성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전 씨는 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페트로사흐 유전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오일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현재 사할린 유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톰가즈네프티 대표를 맡고 있다.휴대전화 코팅 사업을 하고 있는 더히트는 인도네시아 광산개발에 뛰어 들었다. 최근 인도네시아 남부 수마트라 주정부와 석탄 광산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 자원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46억5700만 원을 출자했다. 사이버전자증권 전자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튜브픽쳐스는 아르헨티나 유전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아르헨티나 살타주 소재의 말발라이 석유 탐사 광구 지분을 얻기 위해 페트로테라와 MOU를 체결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도 올 들어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명성은 연초 364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11일 현재 2만7750원까지 치솟았다. 4개월여 만에 7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더히트도 2배가량 주가가 뛰었다.이들 ‘3인방’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자원 개발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투자를 결정한 대한뉴팜은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유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한뉴팜은 카자흐스탄에 유전을 갖고 있는 바버스톡(Baverstock GmbH) 지분 17%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자금 조달 등의 목적으로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디지털 기기 제조업체인 한국기술산업은 미국 오일샌드 신유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미국 유타주 정부와 광구 임대 계약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그룹 출신의 구진회 씨를 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오일샌드 개발 사업의 부가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동남아 주요 국가 및 기업들과 협력 사업 등을 벌여 바이오와 대체에너지 사업 등에서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C&그룹은 동티모르 유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 C&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사모 투자 펀드(PEF)를 조성하고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C&우방랜드 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필요 자금을 확보 중이다. C&그룹은 또 C&상선 등 계열사들이 올 주주총회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할 계획이다.에너지 기자재 업체인 케너텍은 인도네시아 과학기술부(BPPT)와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모바일 솔루션 전문 업체인 모코코는 홍콩의 맥스 에너지 홀딩스사 지분을 획득했으며 기계 주물 제조업체 봉신은 에콰도르의 2개 광구 탐사와 개발 관련 권리를 얻기 위해 일도에너지리소시스와 50만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PDP와 LCD TV를 만들고 있는 디지탈디바이스와 통신장비 업체 자강 등도 러시아 유전 개발에 뛰어 들었다. 정보 시스템 컨설팅 업체로 알려진 헬리아텍은 파푸아뉴기니 가스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이메카는 유상증자를 통해 리비아 유전 광구 사업 자금을 마련 중이며 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이 같은 자원 개발 열풍에 편승, 기존 업체를 인수해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자원 개발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기술투자가 우회 상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5월 초 한국기술투자가 투자한 한국기술투자M&A는 썬페트로라는 유전 개발 업체를 설립, 굿이엠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썬페트로는 지난 4월 말 설립된 해외 자원 개발 업체로 에콰도르 유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골든오일은 코스닥 상장사인 시나비전과 합병을 결의한 뒤 우회 상장 방식을 통해 자원개발주에 이름을 올렸다. 골든오일은 아르헨티나에서 EVN 생산 광구와 3개의 탐사 광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페트로테라는 튜브픽쳐스의 지분을 50억 원에 인수하는 대신 아르헨티나 살타주 소재의 말발라이 광구 지분 10%가량을 이 회사에 넘겼다. 또 ‘오일게이트’ 핵심 인물 전대월 씨가 명성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우회 상장을 위한 수순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이처럼 자원개발주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을 모르자 지난해 출시된 유전 펀드에 이어 국내 최초로 제1호 광물(니켈) 개발 펀드까지 나올 태세다.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광업진흥공사가 올 6~7월 광물 펀드 출시를 목표로 한 자산운용사 심사공고를 냈다. 광진공은 1개 자산운용사와 4개 내외의 판매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해외 광물 자원 개발에 투자하기 위해 2000억 원 규모로 출시되며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 후 증시 상장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과 에너지 확보에 대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광물 펀드에 대한 운용사들의 관심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자원 개발 사업이 새로운 테마를 형성하며 과열 양상을 빚음에 따라 세심한 주의도 요구된다. 자원 개발은 추진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실적이 가시화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려 그 어떤 테마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풍부하고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한양증권은 “특히 사업 대상 지역이 대부분 해외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회사가 제시하는 장밋빛 사업계획서 이외에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면서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은 대우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 LG상사 삼성물산 등 관련 대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안전하다”고 권했다.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한국가스공사는 우즈베키스탄과 수르길 가스전 사업, LG상사는 베트남 유전 개발, 삼성물산은 몽골 구리 광산 및 카스피해 유전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미얀마가스전 A-1과 A-3 광구에서 탐사에 성공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장기적인 현금 창출원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증시 전문가들은 자원 개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업체별 성과가 가시화되는 올 하반기 이후 더욱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종의 중소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요즘 추세에서는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단순히 주가 관리 차원에서 자원 개발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자원 개발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키움증권은 “무엇보다 무역업을 통해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가 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높은 수익성과 정부의 지원 확대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따라서 증시 전문가들은 자원 개발에 뛰어들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발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기업들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최근에는 자원 테마 붐을 일으켰던 헬리아텍에 대한 자원 개발 사업의 ‘진정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계약의 진실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대우증권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해당 전문가들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 위험성이 큰 초기 단계 투자보다는 대우인터내셔널 사례에서 보듯이 성과가 가시화된 이후 투자해도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