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스위스 시계 전시회에선 브랜드 간 마케팅 경쟁도 치열했다. 제네바의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에선 IWC의 연극 공연이, 바젤 박람회에선 오메가의 한정판 경매 행사가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IWC의 ‘다빈치 출시 파티’는 ‘다빈치’ 컬렉션 신상품 출시를 기념해 열린 행사였다. 잠실 체조 경기장 크기의 행사장은 주위에 중세 시대 건물과 경치가 그려진 세팅에 둘러싸여 마치 중세 이탈리아의 광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부에는 30여 개의 테이블과 20여 개의 스탠딩 테이블, 400㎡ 면적의 뷔페 라인이 놓여졌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음식을 본사인 샤프하우젠에서 공수해 오는 등 모두 70여억 원을 들였다는 게 회사 측 전언.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레오 앤드 리자’라는 제목의 연극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레오’와 모나리자의 ‘리자’를 딴 이 연극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아버지 역을 열연한 케빈 스페이시가 참여했다. 연극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인 ‘모나리자’ 속에 숨은 뜻을 찾기 위해 한 미래의 심문관이 타임머신을 통해 다빈치와 모델인 모나리자를 불러 심문을 하면서 시작된다.케빈 스페이시가 맡은 심문관은 “그림 속 여인의 묘한 웃음은 어떤 뜻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림 속에 분명한 의도가 나타나지 않아 후세에 논란을 일으키는 등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 또 심문관은 다빈치가 수없이 많은 발명을 시도했지만 완성품은 모나리자를 포함, 6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쏘아붙인다.이에 대해 다빈치는 비록 자신의 미완성 작품이 당대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후세에 시계 등 여러 산업이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반박한다. 모나리자도 “묘한 웃음은 다빈치의 얼굴을 보던 순간 시간이 멈추는 감동을 느낄 때 생긴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겐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 줄 수 없다”고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IWC의 브랜드 매니저인 정우창 과장은 “고객에게 신제품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기보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실히 심어주는 게 현대 시계 마케팅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정 과장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지네딘 지단, 케이트 블란쳇, 장 르노, 보리스 베커 등 셀러브리티들도 계약 관계가 아니라 ‘IWC와 친구들’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바젤 시계박람회에선 ‘오메가 마니아’ 행사가 많은 참관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적인 시계 경매 업체인 안티쿼럼과 함께 이틀간 오메가 한정판에 대해 경매를 실시한 것. 바젤 및 제네바 경매장을 비롯해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뉴욕 LA 도쿄 상하이 홍콩 뮌헨 런던 파리 두바이 등 세계 13개 주요 도시를 연결해 이뤄졌다. 가장 눈길을 끈 경매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찬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 이 제품은 경매 시초가에서 50배 이상 뛴 21만5000스위스 프랑(약 1억6500만 원)에 팔려 나갔다. 또한 1953년에 제작된 ‘플래티넘 컨스텔레이션 그랑뤽스’는 오메가 시계 경매 사상 최고가인 41만3700스위스 프랑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