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

작년 5월 5일 독일 드레스덴 폭스바겐 투명 유리 공장에서는 페이톤과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공장장인 만프레드 사케와 박 사장의 머리 위로 ‘한국 시장을 위한 페이톤 1000대 생산 돌파’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판매가 지지부진한 페이톤을 1년 만에 1000대나 판매했다는 것은 유럽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에 전 세계 폭스바겐 딜러들이 앞 다퉈 폭스바겐코리아의 ‘페이톤 성공신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박 사장은 폭스바겐 경영진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렸다. “왜 페이톤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보기에는 폭스바겐 딜러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카랑카랑한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폭스바겐코리아의 성장은 실로 눈부시다. 작년에는 128%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 닛산 인피니티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닛산 인피니티가 2005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폭스바겐코리아가 성장률 1위다. 수입 자동차 업계의 선두 주자인 박 사장을 대치동 폭스바겐 매장에서 만나봤다.“본사에서도 폭스바겐코리아의 성공적인 런칭을 놀라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초 2~3년이 지나야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매년 예상치를 웃도는 판매 실적을 내놓으니 그럴 수밖에요. 한국에서 너무 잘나가니까 본사 경영진이 너무 행복해합니다.”(웃음)“사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제가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수입 차 시장은 역삼각형이었습니다. 자동차와 부를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에 비싸고 외형이 큰 차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죠. 하지만 이런 차들은 판매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중형 자동차들의 판매가 급성장하면서 판매 구조가 항아리형을 띠고 있습니다. 중저가형 차량의 판매가 늘어나 피라미드형을 그릴 때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에 호재죠. 물론 폭스바겐이 중소형 자동차에 워낙 강세인 브랜드라 이쪽 시장이 커질수록 폭스바겐을 찾는 고객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유럽에선 최고급 세단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20년 정도 걸립니다. 유럽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한 선호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신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덥석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죠. BMW 7시리즈나 아우디 A8도 20년이 지나서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은 좀 다릅니다. 폭스바겐은 페이톤 판매 시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합니다. 페이톤 전문 딜러와 전용 쇼룸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면서 하루에 생산되는 것은 30대에 불과합니다. 미국지사 입장에서는 공급량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요구 조건만 들어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겠죠.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제가 판매를 잘했다기보다는 페이톤의 놀라운 기술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페이톤은 시승 고객들의 구매율이 매우 높습니다. 한번 타보면 페이톤의 매력을 금세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저도 그게 솔직히 고민입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뛰어난데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가 지지부진합니다. SUV는 수요층이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세단은 구매 결정이 빠른데 SUV는 그렇지 않습니다. 투아렉의 부진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올해가 3년째인데 큰일입니다.(웃음) 약속대로 1위를 차지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수입 차 시장만 확대되면 중소형 모델에 강점을 갖고 있는 폭스바겐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판매 대수가 늘자 수혜를 보는 쪽은 일본 자동차들이었습니다. 일본 자동차들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환경부가 OBD 기준을 미국식으로 바꾸면서 유럽 차들이 판매에 큰 어려움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유럽 자동차는 미국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더욱 엄격한데, 이를 미국식으로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OBD 기준이 바뀌면서 주력 모델인 파사트가 다소 타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관세가 낮아지니 더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수입해 온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해 유럽에서 워낙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의 자동차 관세는 10%이고 우리나라는 7%이기 때문이죠. 무역 장벽이 해소되면 아무래도 유럽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실제로 자동차가 FTA 대상에 포함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자동차 시장은 규모의 경제입니다. 시장 규모가 엄연히 다른 상황에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자동차 값을 일방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마케팅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우리나라에서 매장 하나를 지을 돈이면 미국에선 10개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부 상류층이 타는 자동차라는 인식 때문에 지나치게 화려하게 지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시장이 확대되면 좀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전 이 같은 불신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딜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값을 깎아달라고 해도 정찰제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딜러들마다 말하는 값이 제각각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자동차 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밖에요. 이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살 깎아 먹기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