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경영학 이론이나 부자 이야기를 강의할 때 다소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그걸 잘 알고 있는 교수님은 부자입니까?”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다. 나는 난처해하면서 어물어물 아니라고 대답한다.“왜 부자가 되지 못했습니까?”다시 한 번 다그치듯 이런 질문을 해올 때 처음에는 몹시 당황했지만 지금은 이것을 피해갈 수 있는 답안을 준비해 뒀다. 머리를 약간 긁적이며 나는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는다. “야구 해설가가 직접 야구를 잘하는 것 봤습니까? 홈런을 칠 능력이 있으면 직접 배트를 들고 치면 엄청난 연봉을 받겠지만 해설밖에 못 하니까 그렇지요. 마찬가지로 나도 해설을 하고 겨우 먹고 살 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사후적으로나 그 답을 알 뿐이고 결정적으로는 실행력이 떨어집니다.”그렇다. 개인이나 기업의 전략과 계획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는 집행력만이 실질적인 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든가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것이다.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처세론 몇 권만 읽으면 성공을 위한 구슬, 즉 요소는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낱개의 구슬을 모으거나 부뚜막에 소금을 올려놓기까지는 하지만 그 구슬을 꿰거나 그 소금을 솥 속으로 집어넣는 것과 같은 최종 행동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실행력이 최종적 힘이다실천이라는 주제를 놓고 볼 때 사람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부류는 어떻게 부자가 되는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부뚜막에 소금을 올려놓지도 않고 음식이 싱겁고 맛없다며 불평하는 사람들이다. 둘째 부류는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 그 원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두 부류는 부자가 아니다. 반면에 셋째 부류는 부자가 되는 원리를 알고 그것을 착실히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실천력, 즉 집행력만이 부를 이룩하고 경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으며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최종적인 행위다.‘실행에 집중하라(EXECUTION)’라는 책을 쓴 래리 보시디는 이렇게 말한다. “아인슈타인만한 천재는 많다. 그러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그처럼 10년의 연구와 실험을 견뎌낼 사람은 흔치 않다.” 이것이 바로 ‘실행’의 힘인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천재적 예술가 백남준의 경우도 설치·조립 전문가인 이정성(63·아트마스터 대표)의 도움으로 더욱 빛을 보게 됐다고 한다. 백남준의 이름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공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지난 1988년부터 18년간 백남준이 스케치한 대작 40~50점을 묵묵히 설치·제작했다.계획이 구체적이고 단순할수록 실행력은 강하다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이 강력한 힘은 우리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게 우리를 도와준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그것을 진심으로 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이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소원은 진심으로 원하는 소원이라 할 수 없고 건성으로 바라는 소원이라는 것이다.그러므로 꿈이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인 월마트를 일으킨 샘 월튼은 ‘미소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이렇게 계량화했다. 그는 ‘고객 앞에서 항상 미소를 띠어야 한다’라는 기본적인 지침의 뒷면에는 ‘이빨 8개를 보여야 한다’라는 구체적 설명이 있다. 샘 월튼은 또 직원들에게 ‘3m 원칙’인 “고객이 당신에게 3m 범위 내로 걸어올 때 고객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당신에게 질문과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친다. ‘이빨 8개’를 보이게 하려면 입을 충분히 벌려야 하고, 손님이 ‘3m 이내’로 가까이 오면 손님을 맞을 준비를 완벽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절’보다는 ‘미소’가 더 구체적이고, 단순한 ‘미소’보다는 ‘이빨 8개를 보이는 웃음’이 더 구체적인 지침으로, 행동지침이 구체적일수록 실행을 보다 쉽게 하고 성공에 이르는 최종의 길을 제시한다.조직에서 실행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리더다. 잭 웰치는 GE의 경영 프로세스에 ‘현실’이란 요소를 도입해 실행 문화의 모범을 창조한 인물이다. 잭 웰치나 샘 월튼은 순회 관리로 철저히 현장을 확인했으며 부하들의 막연한 계획에 대해 끝없이 “왜?”, “어떻게?”라고 물으며 분명한 해답을 얻을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실행에 옮기게 했다.한 사람이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고 소망하는 것보다 ‘나는 10억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쪽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10억’을 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고려해 기간과 금액을 다시 조정,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더욱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또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꿈도 가져야 하고, 근면·성실한 태도도 가져야 하고, 용기도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도 있어야 한다’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나열한다면 실행의 힘을 잃기 쉽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요소들이 모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목표나 성공 요인을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자신의 처지를 감안, 우선순위를 정해 단순화한다면 실천이 훨씬 쉬워진다.현대그룹의 신화를 창조한 정주영은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기업이란 현실이요, 행동함으로써 이루는 것이다.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머리로 생각만 해서 기업이 클 수는 없다. 우선 행동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천하를 지배할 수 있는 학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활용되지 않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사장된 지식이요 능력이라 할 수밖에 없다.”“해보기나 했어?”정주영은 어떤 계획에 대해 누군가가 비판적인 말을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바로 “해보기나 했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천력’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정주영의 현대조선 설립 신화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1971년 9월, 차관을 얻기 위해 영국 버클레이은행을 방문, A&P애플도어의 회장을 만났으나 대답은 ‘No’였다. 정주영은 그때 바지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펴 보였다.“이 돈을 보시오. 이것이 거북선이오.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앞선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소. 단지 쇄국정책으로 산업화가 늦었을 뿐 그 잠재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소.” 정주영은 이렇게 설득해 차관을 얻었고 다음 단계로 선주의 주문을 받기 위해 곧바로 다음 행동에 돌입했다. 황량한 바닷가에 소나무 몇 그루와 초가집 몇 채가 서 있는 미포만의 초라한 백사장을 찍은 사진 한 장을 손에 들고 미친 듯이 배를 팔러 다녔다. 결국 그는 그리스의 거물 해운업자 리바노스를 만나 26만 톤짜리 배 두 척을 주문받았다. 생각하는 것을 바로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으로 이루어낸 현대조선소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공업 회사로 성장했다.경영의 세 가지 과정을 계획(P), 실천(D), 평가(S)라고 한다면 계획은 미래의 문제, 평가는 과거의 문제, 실천은 현재의 문제다. 그러므로 계획과 평가는 가급적이면 짧고 정확하게 하고 현재의 문제인 실천에 전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이 점은 마찬가지다.‘실행력’은 ‘부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열쇠다. 평가에만 힘을 기울이고 실천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그 방에 결코 들어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