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근과 박희영의 대조적인 규칙 지식

월초 열린 국내 프로골프 신한동해오픈과 PAVV인비테이셔널에서는 골프 규칙과 관련해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주인공은 오태근(30·애시워스)과 박희영(19·이수건설)이었다. 특히 오태근의 사례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스코어를 줄이는데 교훈이 될 듯하다.신한동해오픈 2라운드가 열린 9월 1일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 18번 홀(파4). 오태근의 티샷이 왼쪽 카트 도로를 지나 산등성이에 멈췄다. 세컨드 샷을 하려고 가보니 볼이 나무 옆에 있어 그린을 향해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페어웨이나 티잉 그라운드 쪽으로 레이업을 한 뒤 서드 샷으로 승부를 내야 할 판이었다.그러나 그 순간 오태근의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 자신은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잡이 식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린을 향해 볼을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찾는 자에게 길이 있다.’고 했던가. 왼손잡이식으로 스윙을 하려고 준비하려다 보니 이번에는 카트 도로가 발에 걸렸다. 오태근은 마커인 예스퍼 파니빅(스웨덴)에게 “움직일 수 없는 인공장애물인 카트 도로가 스탠스에 걸리니 드롭을 하겠다.”고 말했고 파니빅도 “그러라”고 했다. 오태근은 ‘니어리스트 포인트’를 정한 뒤 한 클럽 길이 내에 드롭했다. 드롭을 하고 나서 보니 나무가 방해가 되지 않아 오른손잡이 스윙으로 그린을 향해 볼을 날릴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규칙상 왼손잡이 스윙으로 구제를 받았더라도 드롭 후 오른손잡이 스윙을 할 수 있으면 해도 된다. 오태근은 그래도 미심쩍어 마커와 경기위원(KPGA 최영수 씨)에게 재차 확인한 뒤 그린을 향해 샷을 했고, 무난히 파를 잡았다. 오태근의 골프 규칙 지식과 순간적인 센스, 그리고 세계적 선수와 동반라운드를 하면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 돋보였다(규칙 24-2b, 규칙 재정 24-2b/17).아마추어 골퍼들도 볼이 나무나 장애물 옆에 멈춰 그린을 향해 오른손으로 스윙하기 힘들 경우엔 왼손잡이 식으로 스윙을 해보고, 그때 장애물이 방해가 되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스코어를 1타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박희영은 9월 6일 열린 PAVV인비테이셔널대회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자골프 상금 랭킹 1위를 달린, ‘잘 나가는’ 선수다. 그러나 착각인지, 무지인지 규칙 위반으로 실격 당함으로써 그 대회에서 ‘명예’와 ‘실리’를 한꺼번에 잃고 말았다.대회장인 휘닉스파크GC 18번 홀(파4)은 그린 앞에 워터해저드가 버티고 있어 만만치 않은 홀. 박희영이 대회 1라운드에서 친 볼이 워터해저드 구역(물이 없는 지역)에 멈췄다. 박희영은 해저드에 빠진 볼이 자신의 것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볼 옆에 있는 잡초들을 눌렀고, 그 과정에서 지면에 손을 대기까지 한 사실이 2라운드 전 TV 녹화 테이프를 통해 입증됐다.박희영은 결국 라이 개선(풀을 건드려 눌러 젖힌 것·2벌타)과 해저드 지면에 손을 댄 것(2벌타)을 합해 4벌타를 받았어야 했으나 스코어카드에는 ‘8’ 대신 파를 의미하는 ‘4’를 적어냈으므로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볼이 해저드에 들어갈 경우 조금이라도 보이기만 하면 그냥 쳐야 한다. 확인할 목적으로 볼에 접촉하면 규칙 위반이다. 그래서 해저드에서는 오구를 쳐도 벌타가 없다. 조금이라도 보이기만 하면 그냥 치고,나중에 탈출해서 보니 자신의 볼이 아니었다면 벌타 없이 다시 해저드로 가 자신의 볼을 치면 된다. 박희영은 해저드에서 자신의 볼을 확인하려고 한 행동이 첫 번째 잘못이다. 두 번째는 단순히 풀에 접촉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그것을 누른 행위는 라이 개선 행위가 될 수밖에 없고, 거기에다 해저드 지면에 손을 대기까지 했으니 두 번의 ‘상이한 규칙 위반으로 인한 상이한 벌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박희영의 사례는 해저드(벙커·워터해저드)에서는 그저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규칙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