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어떻게 꾸밀까

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와 B 씨는 일 때문에 알게 된 지 15년쯤 된다. 둘 다 50대 후반으로 나이가 비슷한 데다 고향이 서로 지척이라는 인연으로 친구 이상 가깝게 지내고 있다. 5년 전쯤 함께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A 씨가 결심했다는 듯 말을 꺼냈다.“뉴질랜드의 푸른 자연을 보니 옛날 고향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 우리도 전원생활 좀 해볼까.”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A 씨의 머릿속에는 벌써 실천 계획이 가득했다.B 씨도 선뜻 동의한 그 계획은 사실 대단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 강남에서 2시간을 벗어나지 않는 곳을 선택한다.’ ‘새로 전원주택을 짓지 않고 농가주택을 매입한다.’ ‘텃밭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 원칙만 정한 계획이었다.그리고 계획을 세운 지 2년이 지난 후 경기도 이천에 농가주택을 각각 사들였다. 두 사람이 매입한 농가주택은 차로 5분가량 떨어져 있었다. 농가주택의 부엌, 화장실을 고쳐 일단 전원생활의 맛을 보기로 했다.그리고 3년이 흘렀다. 두 사람의 전원생활 탐험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A 씨는 완전히 그 동네 사람이 다 됐다. 반대로 B 씨는 발길을 끊고 전원주택 말만 나와도 넌더리를 낸다. 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는가. 두 사람의 행동 차이 때문이다.A 씨는 그곳에 갈 때마다 동네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부인이 음식을 만들면 많지는 않더라도 꼭 이웃을 챙겼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A 씨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서울 사람 같지 않다.”며 인심을 얻게 됐다. 반면 B 씨는 문을 닫고 지냈다. 집안이나 텃밭에서만 주말을 보내고 서울로 향하는 승용차가 마을을 떠날 때면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B 씨는 그곳에 가는 재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A 씨와 B 씨 사례를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전원주택 리모델링에 앞서 전원생활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라는 뜻에서다. 막연하게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과 실제 전원생활은 한참 다르다. 정말로 자연과 시골생활을 좋아해야만 전원주택을 살 자격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원주택에 적응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자연에 묻혀 있는 게 아니라 자연을 가꾸는 노동을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연에 빠져 있다. 다시 말해 자연 사랑과 시골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의식의 리모델링’이 전제되면 전원주택 리모델링 방법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전원주택 리모델링의 핵심은 자연에 가깝도록 바꿔주는 것이다. 먼저 거실에 TV가 놓여 있다면 TV를 치우는 게 전원주택 리모델링의 출발이다. 벽걸이형 대형 TV일수록 거실에 설치하지 않는 것이 전원주택의 맛을 살릴 수 있다. 거실에 TV를 놓는 것은 전형적인 아파트 실내 모습이다. 전원주택 거실에다 아파트처럼 TV를 설치할 이유가 있겠는가. 전원주택 거실에서라면 TV에 눈을 고정하기보다는 풀 나무 하늘 달 별 등 자연에 더 눈을 맞춰야 한다. 때문에 거실의 TV를 침실 등 다른 방으로 옮기면 자연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전원주택의 실내 색상을 바꿔줘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른바 컬러 리모델링이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을 선택하면 차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전원주택 실내에는 굳이 벽지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 자연 색상의 천연 페인트를 칠하면 유지 관리에도 편리하다. 벽지가 붙여져 있더라도 벽지 무늬만 떼어내고 핸디코트로 회벽 마감을 하면 자연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다만 주방은 화려한 꽃무늬 벽지를 선택하는 게 기능적으로 효과적이다. 주방에서 요리를 장기간 하면 기름때로 인해 벽지가 누렇게 변하거나 얼룩이 생기기 쉽다. 그런데 화려한 꽃무늬 벽지는 얼룩을 커버할 수 있다. 그릇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꽃무늬 벽지의 매력이다.전원주택에는 목재도 많이 사용된다. 출입문 바깥쪽 주변으로 목재 바닥을 만드는 데크와 테라스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비나 눈을 오랫동안 맞으면 목재가 썩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식을 막기 위해서는 외장 목재 전용 페인트로 도장해야 한다. 투명한 페인트를 칠하면 목재 자체의 무늬나 색상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1년에 두 번 이상 외장 목재 전용 페인트를 칠해줘야 부식을 막을 수 있다.이미 썩은 목재에는 전용 페인트를 칠해도 소용없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새것으로 바꾼 후 전용 페인트를 칠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문틀도 목재라면 전용 페인트를 칠해줘야 제 모습대로 오래 쓸 수 있다.아파트처럼 방을 여러 개 들인 전원주택에는 쓰지 않는 방이 있을 수도 있다. 방을 오랫동안 비워 두면 망가지기 쉽다. 자주 쓰지 않는 방을 취미 공간으로 고치면 방도 살리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전원생활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음악 감상에 관심이 있다면 비워 둔 방을 AV룸으로 고쳐 볼 만하다. AV룸의 생명은 방음이다. 방 한 칸을 음악실로 만들 경우 도배지 대신 흡음재를 벽체에 붙이는 것이 좋다. 흡음재는 소리를 흡수하는 자재로 두께가 2cm 이상 되지만 본드로 붙이면 간편하게 시공할 수 있다. 흡음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흡음재를 시공할 때에는 사이가 뜨지 않도록 촘촘히 붙여야 한다.소리는 아주 작은 틈을 통해서도 새어나오기 때문에 잘못 시공할 경우 방음 효과를 볼 수 없다. 방문도 흡음재가 내장된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틈으로 소리가 새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고무로 된 벤딩이나 융털로 된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좋다.지은 지 오래된 전원주택은 창호가 허술한 경우도 많다. 창호가 부실하면 비가 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리를 막지 못하는 것이다. 겨울철에 바람 소리가 크게 들려오면 실내 환경이 쾌적하지 못하고 추위도 더 많이 느껴진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시스템 창호는 추위뿐만 아니라 소리를 차단하는 효과도 좋다. 전원주택에 시스템창호를 시공하면 실내 분위기도 한결 차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