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내 미술시장 흐름 기상도

상반기 세계 미술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뉴욕 아모리 쇼, 스코프 아트페어, 중국의 베이징 아트페어 같은 세계적 아트페어가 성황을 이뤘다는 것이다. 세계 미술 시장의 교류와 동시대 미술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한 아트페어의 성황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열리는 곳이 세계 미술의 중심지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업성이 뛰어난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프란시스코 바젤’ 아트페어란 긴 이름으로 열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의 흐름이 있는 곳에 ‘미술 시장’이 자랄 수 있지만, 미술 시장이 자라나기 위해선 튼튼한 토양인 작가와 작품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국제적 행사로 발돋움한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이하 KIAF)가 열렸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KIAF2006에는 전 세계 13개국과 150개의 화랑이 참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 KIAF를 방문한 방문객 수는 총 7만여 명, 판매된 작품은 860여 점(46억 원)에 달했다. 지난 1년간 국내 미술 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이 200억 원인 것을 감안할 때 5일 동안 열린 KIAF에서 46억 원이 거래됐다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다. 올해의 주빈국은 최근 동시대 미술의 내수 시장이 활발히 되살아나고 있는 프랑스였다. 총 9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프랑스는 각 갤러리마다 작품 성격을 잘 나타내는 디스플레이의 미학을 보여줬다. 왕두의 대형 조각품 엔터(ENTER)와 코린 마르세티(Corinne Marchetti) 등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로랑 고댕(LAURENT GODIN)갤러리에는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또한 프랑스 모던 가구를 선보인 주스 엉트르프리즈(JOUSSE ENTREPRISE)는 개막일에 전시 작품 대부분이 예약, 판매되는 등 프랑스 갤러리들의 서울 입성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이 밖에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의 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장 루이 프와트방과 한국의 김애령 커미셔너가 공동 기획한 프랑스 현대미술전 ‘파리-서울(Paris-Seoul)’이 코엑스 1층에서 무료로 전시됐고, 프랑스 미술 시장의 전망에 대해 콘퍼런스가 열리는 등 프랑스 현대미술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프랑스 미술 시장의 활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난 2월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프랑스 갤러리의 전망에 대해 7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프랑스 전국의 갤러리를 대상으로 프랑스 화랑연합(COMITE PROFESSIONNEL DES GALERIES D'ART FRANCAIS)이 실시했다. 주목할만할 것은 이번 프랑스 미술 시장의 활력이 바로 아방가르드 미술품과 컨템퍼러리 아트 시장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독일과 영국 작가들에게 치중됐던 동시대 미술 컬렉터들에게 프랑스 작가들의 현대미술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경쟁적으로 프랑스 작품 매입에 나섰다. 크리스티는 프랑스 갤러리에서 찾아낸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위주로 지난 3월 16일 ‘FIRST OPEN’이란 이름으로 경매를 열었고, 소더비는 컨셉추얼 아트 위주로 프랑스인의 개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러한 프랑스 컨템퍼러리 아트의 인기가 일회성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티는 지난 4월 26일 프랑스 아방가르드 사진 컬렉터였던 마르세이 출신의 갤러리스트 호제 팰라(ROGER PAILHAS)의 컬렉션을 매입, 경매에 붙였다. 또한 경매에서 불고 있는 자국 미술품의 인기에 프랑스 갤러리들은 주요 컬렉터들이 살고 있는 뉴욕에 제2의 갤러리를 내고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KIAF2006에서 보았던 프랑스 대형 갤러리들은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유럽 미국의 컨템퍼러리 아트 시장에 이어서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아시아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우리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일부 중국 작가들 홍수 속에서 한국 작가들이 약진하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홍콩 크리스티와 뉴욕 소더비 같은 국제 경매 시장과 해외 아트페어를 통해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점차 국내 미술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언론에서 한국이 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점은 바야흐로 한국 현대미술이 가능성을 넘어서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