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 사장님이라는 별명이 없어졌습니다.’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김철현 사장(43)은 어디서건 꾸벅꾸벅 조는 행동 때문에 부하직원들에게 ‘잠보 사장님’이라고 불렸다. 이에 김씨는 푹 쉬어보기도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했으나 증상은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값비싼 영양제를 먹어도 헛수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도 ‘별 문제 없다’는 말만을 듣게 될 뿐. 결국 김씨는 부하직원의 소개로 만성피로 전문인 본원을 방문,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50일간의 치료를 받았다. 얼마 후 필자를 다시 찾아온 김씨는 자신의 피로증세가 말끔히 사라졌다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는데….김씨의 병명은 ‘만성피로’였다. 만성피로는 최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해 그 정체가 드러난 질환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육체적, 정신적 탈진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만성피로로 인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점차 두뇌 기능에 이상이 생겨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기도 한다. 간혹 심한 무기력감으로 인해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등 신경계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만성피로는 방치하면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속히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만성피로의 발병 원인을 비장, 신장, 간장 등의 소화기 기능이 손상되어 나타난다고 본다. 비장은 소화기를 담당하면서 근육과 살을 튼튼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비장이 손상되면 근육이 약해지면서 권태, 무기력한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나게 마련. 이 때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게 되면 체내에 식독, 어혈이 발생해 피로 증상을 더욱 증가시킨다. 신장은 근본적 원기를 생성하고 선천적인 기운을 저장하는 곳. 때문에 기능이 손상되면 에너지가 부족해져 뼈가 약해지고 정신이 탁해진다. 간장의 기능이 약해질 경우에는 해독작용과 영양물질 합성을 못하게 돼 체내에 독소가 쌓여 피로를 증가시킨다. 간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도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간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자주 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 때문에 필자는 허약해진 소화기의 기력을 회복시켜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돕고 간의 기능을 조절해 영양을 고루 공급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이 때에는 환자들의 발병원인에 따라 처방 및 약재 배합을 각각 달리 한다. 주로 소화기를 보하는 처방으로 보중익기탕, 삼출건비탕, 삼령백출산 등이 있으며 간의 기능을 보하는 생간건비탕, 청간탕, 소시호탕 등의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필자가 직접 개발한 ‘일중보간탕’은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의 소화기와 간 기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일중보간탕의 주요 약재인 백출, 산사, 사인 등은 소화기의 기능을 북돋워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잘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인진, 구기자, 율금 등의 약재들은 간 기능을 개선시켜 준다. 택사, 금전초 등은 인체의 노폐물을 제거하여 만성피로 증후군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탕약 치료와 동시에 침 치료를 병행하면 막힌 혈이 뚫리고 혈의 순환이 활성화된다. 탕약이 오장육부 내의 원인치료라면 침은 기혈순환을 잘 되게 해주는 치료인 셈. 이러한 본원의 프로그램을 1~3개월 진행한다면 장시간 환자들을 괴롭히던 만성피로는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중보간탕은 피부가 꺼칠한 증세가 있는 사람, 식욕 부진, 만성소화불량, 음주 후 숙취가 오래 가는 사람에게도 매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