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해서웨이가 주주총회를 시작한 건 27년 전이다. 고작 12명이 주총에 참석했다. 그것도 일반 주주는 없었다. 버핏과 버핏의 ‘강요’로 주주가 된 친척들, 그리고 직원 몇 명이 전부였다. 그 뒤 지난 2005년 주총 참석자가 2만 명을 넘었다. 올해는 다시 3만 명을 돌파해 3만1000명의 주주가 세계 40여 개국에서 몰려들었다. 도대체 어떤 마력이 이들을 주총장에 불러들이고 있으며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주총장에 몰려든 주주들은 자칭 ‘버핏의 신도들’이다. 그저 버핏을 보는 게 좋고, 버핏의 말을 듣는 게 좋은 사람들이다. 버핏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버핏의 존재만으로 벅셔해서웨이의 주주가 된 사람들이며 벅셔해서웨이의 앞날을 낙관하는 맹신도이기도 하다.이번 주총에 모인 3만1000여 명 주주들의 연령대는 젖먹이에서부터 9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주주들 중 가장 많은 연령층은 역시 노인층이다. 대개는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손을 꼭 잡고 주총장 이곳저곳을 다닌다. 전야제나 주총 다음날 열리는 주주 세일의 날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도 역시 이들 노인층이다.이들은 벅셔해서웨이의 주주 1세대들이다. 벅셔해서웨이가 형편없는 기업일 때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함께 온 원로들이자 버핏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한 ‘역전의 용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벅셔해서웨이 사랑은 남다르다.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회사’다.플로리다에서 부인과 함께 왔다는 스티븐 걸프(90)는 “20년 전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사서 지금은 상당한 자산가가 됐다”며 “벌써 20년째 주총에 참석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는 “물론 주식을 한 번도 팔지 않아 손에 쥔 이득은 없지만 주주들과 어울리고 버핏을 만나는 것에서 막바지 삶의 활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벅셔해서웨이 주식 일부를 아들과 손자에게 증여했다”며 “3대가 주주”라고 으쓱해 하기도 했다.그렇다. 벅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겐 유달리 ‘대를 이은 주주’가 많다.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총장에는 젖먹이에서부터 10대까지 어린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주총장에서 만난 콜 맬린은 아직 유모차를 타고 있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젖먹이다. 그의 목에는 주주임을 나타내는 신분증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태어나자마자 할머니로부터 벅셔해서웨이 B주식(5월 1일 현재 4448달러) 1주를 선물로 받았다”며 “앞으로 최장 기간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가 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올해 여덟 살인 토머스 군은 “아버지로부터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받아 올해가 벌써 3번째 참석”이라며 전시장에서 구입한 버핏의 사진이 들어간 카드를 들어 보였다. “주총장에 오면 무엇이 즐겁나”라는 질문에 “사실 아버지가 가자고 하니까 오지만 여러 가지 물건을 사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라고 천진스럽게 웃었다.주총이 열린 퀘스트센터의 운영 책임자인 스탠 베니스도 벅셔해서웨이의 주주다. 그의 부모는 버핏이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한 3년 뒤인 1968년 주식을 2주 사들였다. 버핏이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한 가격이 주당 12달러였으니까 지금 우리 돈으로 1억5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했던 시기였다. 주식은 지난 40년 동안 그들의 품안에 고스란히 간직돼 왔다. 지난 1월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주식들은 손자들을 위해 신탁에 맡겨졌다. 벅셔해서웨이 주식 단 2주가 후세를 위한 종자돈으로 변신한 셈이다.베니스가 주주가 된 건 지난 2002년. 벅셔해서웨이 B주 4주를 주당 456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B주는 버핏이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행한 것으로 의결권이 A주의 200분의 1 수준이다. 주가는 현재 450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베니스의 주식은 6년 만에 10배가량 오른 셈이다.버핏이 유명해지면서 1주에 1억3000만 원을 웃도는 A주식에 비해 값이 훨씬 싼 B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총이 열린 5월 3일 새벽 주총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주주들의 줄 맨 앞에 선 리치 그로스라는 젊은이도 그중 하나다. 그는 “5년 전 B주 1주를 사서 주주가 됐다”며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버핏을 보고 싶어 친구 3명과 함께 새벽녘 일찍 나왔다”고 설명했다.주총이 열린 5월 3일을 전후로 인구 41만 명의 오마하는 주주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호텔이나 쇼핑몰, 식당에서 벅셔해서웨이의 주주임을 나타내는 주주 신분증을 자랑스럽게 걸고 다녔다. 같은 신분증을 건 사람을 만나면 누가 됐든지 얼싸안고 반가워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주식을 산 지 몇 년 됐다” “나는 몇 주를 갖고 있다” “이번 주총 참석이 몇 번째다”라는 말을 쏟아 놓는다. 상대방이 답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이 ‘버핏의 신도’임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그런 ‘신도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로 대만족하는 분위기다. 버핏은 이에 대해 “진정으로 동업자 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천민자본주의’가 아닌, ‘버핏식 자본주의’가 오마하에선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버핏의 신도’를 자처하는 ‘영원한 주주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