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세계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크로스오버(Crossover)다. 여가 시간 증가로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한 가지 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시대는 이제 갔다. 통합형 자동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 변수로 커질 분위기다.세단과 스포츠카를 결합한 스포츠 세단이나, 세단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결합한 CUV(Crossover Utility Vehicle)가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크로스오버는 이 같은 차량 외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보(인포메이션)와 오락(엔터테인먼트)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차량 내 오락 기능이 강화된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되고 있는 것은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서다.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차에서 보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내부 시스템의 차이는 차량을 구매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사실 엔진 등 자동차 기술은 각 사별 큰 차이가 없다. 가령 엔진 소리가 크다는 것은 엔진을 감싸는 강철 패널의 두께가 얼마인지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엔진 소음도가 낮다고 해서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 차들이 정숙미를 추구하는데 비해 미국과 유럽 차들은 엔진 소리를 소음(Noise)이 아닌 소리(Sound)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생산되고 있는 차량의 엔진은 대부분이 고출력 고효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라면 미세한 엔진 기술의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따라서 업체들로선 내부 기능 혁신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영국 명차 애스턴 마틴은 지난해 12월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제조업체인 뱅앤올룹슨과 전략적인 제휴를 체결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고의 자동차 제조 기술을 자랑하는 애스턴 마틴이 수년째 오디오 파트너를 물색한 끝에 뱅앤올룹슨을 선택한 것에 주목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이미 최고 수준에 이른 애스턴 마틴이 앞으로도 세계 명차 반열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자동차 이외의 부분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며 카 오디오 명품 업체인 뱅앤올룹슨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측면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는 후문이다.독일 차 아우디도 뱅앤올룹슨과 제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아우디는 플래그십 모델인 A8과 S8의 최신 모델을 개발하는 초기 작업에서부터 뱅앤올룹슨 기술진을 적극 참여시켰는데 A8과 S8은 뱅앤올룹슨의 최고급 스피커 베오랩5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디오 시스템이 설계됐다. 이 차에는 총 14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고 특히 대시보드 중앙부와 각 도어마다 두 개의 스피커를 장착해 어지간한 소극장 이상의 음향을 제공한다. 내부에 있는 인터페이스는 탑승객 수에 따라 음향이 조절되며 운전석과 조수석에 설치된 내장 마이크를 통해 외부 소음을 분석, 음향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또 차량 속도에 따라 오디오 시스템이 자동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거나 뗄 때 볼륨 버튼에 손을 댈 필요가 없다. 아우디 A8의 뱅앤올룹슨 카 오디오 시스템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사운드 시스템 상인 ‘월드 베스트 사운드 시스템’에 선정되기도 했다.자동차 내부 시스템의 진화는 비단 오디오 시스템에 그치지 않는다. 비디오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듣는 기기에서 보는 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출시되고 있는 폭스바겐과 푸조에는 자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구동하는 이 시스템에는 한글 내비게이션, 라디오, 지상파 DMB, DV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블루투스(핸즈프리 및 음악 재생 스트리밍) 기능이 포함돼 있다. 특히 폭스바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지난 1월부터 판매되는 파사트 전 차종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되고 있으며 앞으로 다른 모델로 확대될 계획이다.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대표는 “이번에 선보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골프, 파사트, 페이톤 등 폭스바겐 차량들이 한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본사 차원에서 2년에 걸친 연구, 개발 끝에 탄생했다”며 “이 시스템에는 한글로 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편의를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또 페이톤 W12에는 뒷좌석 승객을 위한 최신 DVD 시스템을 장착하고 중앙 콘솔의 오디오 시스템은 음악을 스튜디오, 서라운드, 콘서트 홀 등 분위기에 따라 다양하게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푸조의 플래그십 세단인 607에 제공되는 프레지던트 패키패키지 역시 한국 소비자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음성 인식이 가능한 최고급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과 DVD 플레이어, DMB, 듀얼 헤드레스트 모니터 등으로 구성된 프레지던트 패키지는 3D 내비게이션도 센터 콘솔에 장착돼 있다. 푸조의 내비게이션은 터치형이고 고해상도(800×480) 모니터로 차종에 따라 주행 거리, 주행 시간, 타이어 공기압 등 다양한 차량 관리 정보 등을 제공한다.특히 이 부분에 있어 독일 자동차들의 기술력은 가장 앞서 있다. 아우디의 MMI(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센터 콘솔에 있는 회전식 컨트롤 버튼으로 오디오, TV, CD 등의 조절 외에도 차량의 서스펜션과 컨트롤 시스템까지 조작할 수 있다. 현재 아우디코리아는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는 이 시스템을 유일한 SUV인 Q7에 장착했다. 연 1만5000대 이하로 팔리는 국가 중 해당 국가 버전으로 시스템이 개발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메르세데스벤츠의 중앙 컨트롤 장치는 커맨드 시스템으로 전체적인 운영 방식은 아우디의 MMI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블루투스 기능과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설치됐다는 점이 다르다. 포드는 올 상반기 출시될 예정인 에스 맥스와 뉴 몬데오에 처음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에는 각종 음향, 동영상 장비는 물론 현재 차량 상태와 도로 상황 등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제공된다.캐딜락도 지난 1월 출시된 올 뉴 CTS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처음 공개했다. 캐딜락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성은 앞서 설명한 아우디, 포드와 비슷하다. 다만 40기가바이트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와 USB, 오디오 연결 장치, 아이팟 통합 시스템 등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 밖에도 MP3 플레이어 충전과 CD 레코딩, 라디오 생방송을 정지·되감기·재생할 수 있는 최첨단 기능이 추가됐다. 음향 설비는 보스 5.1 캐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설계돼 차량 내 총 10개의 스피커가 장착됐다.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콰트로포르테 꼴레지오네 센토(Collezione Cento)의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진이나 비디오 시청이 가능하며 접이식 팔걸이에 인터넷과 e메일 사용을 위한 키패드가 설치됐다. 앞좌석의 뒷면에는 1.04인치의 터치스크린이 부착돼 있다. 100대 만을 한정 생산할 콰트로포르테 꼴레지오네 센토는 최상의 자동차 기술에 최첨단 장치들이 탑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전 예약으로 이미 판매가 끝난 상태다.유럽과 미국 자동차들과 달리 일본 자동차들은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렉서스 RX400 하이브리드에는 편의성이 뛰어난 풀터치 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이 장착됐고 블루투스 기능과 후진 주차 시 차량 뒷부분의 상황을 보여주는 리어 뷰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닛산의 인피니티도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 모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최근 출시된 EX35에는 닛산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차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가 설치됐다. 차량의 앞뒤, 좌우 사이드 미러 밑에 좌우 180도를 보여주는 카메라가 장착돼 마치 차를 위에서 내다보는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모니터만 보면서 주차할 수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