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이 일파만파로 확산됨에 따라 상장된 기업과 일반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가가 언제 반등할 것인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반등 시점이 최대 관심사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가와 경기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를 파악하는 방법 가운데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활용해 볼 수 있는 ‘R’ 단어지수(R-word index)라는 것이 있다. 이 지수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경기 침체(Recession)의 빈도수를 추적해 만든 것으로 1981년, 1990년, 2001년의 경기전환점을 정확하게 예측해 유명해진 경기진단지표다.최근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초 이후 부쩍 높아졌다. 특히 올 1분기 들어 이들 2개 신문에 ‘R’ 단어가 쓰인 기사 수는 지금까지 670여 개에 달한다. 비록 1981년, 1990년 때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올 1분기에는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과거 미국의 전형적인 경기 침체기가 약 10개월 동안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침체기는 올 10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유행하는 바퀴벌레 이론(cockroach theory)에 따르면 이번에는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이 이론은 부엌 싱크대에서 발견된 바퀴벌레는 벽이나 바닥에 숨어 있는 떼의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을 잘 설명해 준다.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의 정책 당국은 쓸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동원하고 있다. 이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2.25%포인트 인하했다. FRB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부시 행정부도 약 1600억 달러의 경기 부양 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하지만 모든 정책은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차가 있다. 이론적으로 정책이 입안돼 확정되기까지 내부(행정) 시차와 확정된 정책이 추진돼 효과를 보기까지 외부(집행) 시차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의도했던 효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또 외부 시차도 초기에는 상황이 더 나빠지는 ‘J’ 커브 효과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더라도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되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된 뒤에나 개선된다. 환율 정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책에는 ‘J’ 커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이념과 분배가 강조되는 과정에서 싫든 좋든 간에 그에 맞게 경제 주체들의 가치관과 경제 시스템이 굳어졌다. 이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 정부가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초기 단계에는 정체성 혼란 등으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 경기와 주가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경우에 따라서는 영국병을 치유하려던 대처 정부가 겪은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 1979년에 집권한 대처 총리는 대대적인 공공부문 축소와 규제 완화, 성장 우선의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했지만 초기 2년 동안은 오히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심하게 치렀다. ‘J’ 커브 효과의 전형적인 예다.이 때문에 기업과 투자자들이 부시 행정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책과 출범 초기의 이명박 정부에 대해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 하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하지만 주가는 경기 침체 그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떨어진다.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친 미국 경기 침체기의 주가 흐름을 보면 ‘R’ 단어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시점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로 보면 평균 25% 하락했다. 그 후 침체가 끝날 때까지 주가는 오히려 1% 정도 상승했다.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주가 결정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경기 침체가 끝나기 약 3~4개월 전부터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주가와 경기와의 관계를 살핀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 가설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잘 설명해 준다.이번에 ‘R’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초 이후 지금까지 다우지수는 26% 정도 떨어졌다.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올 1분기부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추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지금의 주가수익률(PER)이 과거 침체 직전의 40배에 비해 절반에도 못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주가가 반등에 성공하기만 하면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다행히 올 하반기 이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가 장기추세선인 3%대로 복귀하고 달러 가치도 회복될 것으로 예측 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달러 가치와 강한 대체관계를 보이고 있는 유가 등이 안정돼 증시의 또 다른 복병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때쯤이면 우리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일부 속효성 정책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다.결국 미국과 국내 증시로 본다면 올 1분기나 2분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견디고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다 보면 올 하반기 이후 언젠가는 세 가지 호재가 겹치는 ‘트리플 크라운’ 증시가 연출되면서 의외로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주식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크게 당황하는 사이에 슈퍼 리치들은 의외로 큰돈을 벌고 있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슈퍼 리치들은 역발상 투자를 즐긴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의 재산 증식 과정을 보면 1987년 블랙 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테러 사태처럼 일반인들이 어렵다고 느낄 때 ‘비정상적인 것은 언젠가는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경제학의 균형이론을 믿고 위험을 감수한 결과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대표적으로 워런 버핏은 지난해 10월에 매입했던 정크 본드에서 지금까지 약 20% 이상의 수익을 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 여건과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에 속한 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심지어는 모기지 부실을 발생시킨 업체들의 자산까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워런 버핏과 같은 슈퍼 리치들은 모기지 부실과 같은 금융 불안기에 돈을 버는 투자 기법으로 ‘체리 피킹’을 즐겨 쓴다. 원래 마케팅 용어인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은 요즘에는 금융권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경제 여건이나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에 속한 주식만을 골라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올 들어 워런 버핏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월가에서는 이렇게 비유한다. 체리(과도하게 떨어진 주식)나무로 가득한 과수원(증시)에 빈 봉투(포트폴리오)를 갖고 들어간다. 가까운 체리나무에서 탐스럽게 잘 익은 체리를 딴다. 그 다음에 옆의 나무로 이동해 또 좋아 보이는 체리를 따서 담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빈 주머니에는 가장 좋은 체리만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되고 체리 가격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큰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체리 피킹은 그 특성상 워런 버핏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증권사가 활용할수록 더 큰 효과가 난다. 버핏이 체리 피킹으로 주식을 산다면 먼저 그 주식의 저평가된 가치가 부각된다. 또 매스컴을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되면 다른 투자자들의 주식 매입을 촉진해 주가의 상승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후 국별·업종별 주가 하락 정도를 토대로 체리 피킹의 가장 적합한 대상을 찾아보자. 지난해 11월 이후 세계 각국의 주가 하락률을 보면 중국 한국 동유럽 중남미 순이다. 특히 긴축 정책이 맞물린 중국과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한국의 주가가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졌다.또 업종별로 본다면 모기지 부실의 직접적인 피해 업종인 금융주와 건설주의 하락 폭이 컸다. 한국은 특정 증권사가 보유한 업종의 주가가 많은 떨어진 점이 특이하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모기지 부실의 당사국인 미국보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진 점이다. 결국 워런 버핏의 방식대로 체리 피킹을 한다면 중국과 한국, 동유럽에 속한 금융주와 건설주를 사들이면 앞으로 주가가 회복될 경우 큰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업종이나 특정 증권사가 보유한 업종이 과도하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체리 피킹의 가장 적합한 대상으로 판단된다.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워런 버핏이 체리 피킹을 하더라도 주식을 사들일 때에는 ‘피라미딩(pyramiding)’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이다. 피라미딩은 주식을 살 때마다 투자 금액을 동일하게 유지해 주가가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매입 주식 수를 적게 가져가는 방법을 말한다. 분명히 현 시점은 신규로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한다면 좋은 시기다. 또 이미 주식을 보유했거나 펀드에 가입한 사람도 지금은 처분할 시점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재산 손실이 크게 난 투자자들이 올 하반기까지 그대로 들고 있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이 금융 불안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주가가 회복될 때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와 업종의 편입 비율이 높은 글로벌 적립식 펀드에 매월 일정 금액을 넣어두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주가가 올라갈 때 큰돈을 번 증권사들이 ‘하반기에 나아질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상처가 크게 난 고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 증시가 좋을 때보다 좋지 않을 때일수록 고객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이 증권사의 바람직한 자세일 듯싶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