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주변 환경이 불투명하거나 거꾸로 장밋빛 일색일 때는 눈을 감을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현재 시장이 어떤 영역에 와 있는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2년 전 코스피지수 1300∼1400일 때 금리는 연 5%대였다. 코스피 시총 650조 원에 상장사 이익이 60조 원대로 주식시장 기대 이익은 약 10%대였다. 당연히 주식이 매력 상품이었고 그래서 주식 투자 붐이 일었다. 하지만 지난해 급등으로 시총이 1000조 원까지 가면서 주식시장 이익률은 6.5%대로 떨어졌다. 반면 금리가 특판상품 출시 등으로 연 6∼7%까지 오르자 주식 매력이 감소하면서 주가가 빠진 것이다. 최근의 지수 1600∼1700대는 시총 800조 원에 상장사 이익 65조 원을 감안하면 이익률 8%대다. 금리는 다시 인하 추세다. 그렇다면 매수 영역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지난해 급등 종목들로 구성된 펀드들은 이미 환매 시점을 놓쳤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시장 조정은 바닥권에 접근했다고 본다. 글로벌 상황은 금리 인하로 실물 자산 매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다시 주식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불투명한 시황을 경험하면서 돈을 잃지 않은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니즈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새로운 투자는 가치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등 가치 투자의 대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차가 크다. 버핏이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데 반해 나는 계량화가 불가능한 미래 가치는 제외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보수적 기준에 가깝다. 안정성 기준에서 주가순자산배율(PBR) 1 이상인 기업은 가능한 한 배제한다. 수익성은 주가수익률(PER)과 함께 구조적 이익인지 질을 따져본다. 미래 가치는 프랜차이즈처럼 계량 추정이 가능한 경우에만 포함한다.”“공개적으로 밝힌 수익률은 연간 10%이고 내부 목표는 15%다. 고수익 펀드가 아니니 함부로 가입하지 말라고 일부러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10%가 언뜻 보면 낮아보지만 복리 효과를 따져보면 절대 낮은 수익률이 아니다. 예를 들어 1626년 맨해튼을 24억 원에 판 인디언과 이를 산 피터 피누이트 사이에서 누가 이득을 봤는지 따져보면 복리의 마술을 금세 알 수 있다. 24달러를 매년 복리 8%로 굴렸다면 1988년에는 30조 달러로 당시 공시지가 281억 원인 맨해튼을 수백 번 사고는 남는다. 만기 3년인 한국밸류 10년 투자상품에 1000만 원을 가입, 연간 10% 수익률로 3년 뒤 찾으면 누적수익률이 33%에 달한다.”“14명의 펀드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발품을 팔아 찾아낸 종목들이다. 그래야 남들이 찾아내지 못한 가치주 발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중소형 가치주 발굴을 위해 서울대 등 주요 대학교 투자 동아리 출신 신규 인력을 6명 충원했다. 모두 웬만한 기성 애널리스트 뺨치는 투자 경력을 갖춘 인재들이다. 섹터 펀드매니저들이 발품을 팔아 가치주를 찾아내면 전체 회의를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좋은 종목을 찾아내도 소리 없이 사들이기에는 유통량이 적어 물량 확보가 어려운 점이 애로사항이다.”“5% 이상 보유 종목의 지분 변동을 신고하는 5% 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지분을 판 게 아니라 외부 기관에 대차거래용으로 빌려준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가치주를 추가 매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차거래 수수료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앞으로도 보유 종목에 대한 대차거래를 원하는 기관에는 적극 빌려줄 생각이다.”“삼성전자는 장기 소외되면서 가치주 자격을 갖춰가고 있다. PBR 1.5배, PER 12배 수준은 저평가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충분히 싸느냐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아 사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는 그동안 사지 않던 은행주를 매입하고 있다. PBR 1 이하, PER 5배 수준인 종목을 중심으로 매입하고 있다. 또 기존 중국 관련주 외에 먹고 쓰고 입어서 닳아지는 소비재 가운데 진정한 중국 인도 관련주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별도로 하고 있다.”“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한국전력을 여전히 가치주로 꼽고 있고 상당 비중 보유하고 있다. PBR가 0.6배 수준으로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 단계다. 가치 투자는 가치와 가격의 갭을 따먹는 싸움이다. 평균 3년이면 갭이 해소된다.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의 환매 제한을 3년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은 특수한 기업 지배구조상 훨씬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끝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다만 정부 소유로 인해 주주 가치 극대화가 어려운 현재의 지배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투자자들도 충분히 현명해져 1500∼1600선에서는 펀드 런 가능성이 낮다. 이 수준에서는 오히려 유입세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1700∼1800선에서의 횡보세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환매가 쇄도할 가능성이 높다.”“철저한 독립성이다. 아무리 훌륭한 펀드매니저라도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경영진의 압력 때문에 초기의 포트폴리오를 버리고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게 된다. 고객과 운용사의 이익 방향성이 같다는 것도 특징이다. 외국은 펀드 운용 주체가 돈을 넣지 않으면 투자자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밸류의 경우 모 기업이 1500억 원을 투자했고 나 역시 집 빼고 전 재산을 넣어 한 배를 탔다.”이채원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겸 최고운용책임자중앙대 경영학과동원증권 주식운용실장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