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선생 남상용

스피지수가 3000으로 폭등하거나 1000으로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주가 방향이 어찌됐든 결국 오르는 종목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선우(善佑)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증권가에서 ‘원조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통하는 동양종금 고객교육센터의 남상용(41) 팀장. 그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면 좋은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1995년 평범한 개인 투자자로 주식시장에 입문한 그는 PC통신 하이텔과 팍스넷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시황 전망과 종목 분석 등을 올리면서 ‘사이버 애널리스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주역이다. 지난 2000년 인터넷 증권 투자 상담 사이트인 ‘이큐더스’에서 시황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리딩투자증권 신흥증권 동양종금증권 등에서 투자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숱한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명멸하는 가운데서도 ‘선우선생’이라는 재야 시절의 ‘브랜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실적 위주의 가치 투자를 지향하고 시장이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쉬라고 충고하는 그의 투자 상담은 많은 마니아를 만들어 냈다. 그는 최근 ‘선우선생의 대한민국 주식교과서’를 출간해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선우선생이 숱한 재야 고수들이 명멸하는 주식시장에서도 줄곧 초기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되는 종목’을 보는 눈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수익은 코스피지수가 아니라 좋은 기업을 고르는 실력에 좌우된다“며 “막연하게 지수가 오를 것으로만 보고 주식을 사고 펀드에 가입하는 개인들의 쏠림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수가 하락하면 주식을 팔고 오르면 서둘러 주식을 사는 매매로는 원하는 수익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는 특히 “지수가 붕괴되거나, 급등하거나 어느 경우에도 상관없이 성공과 실패는 투자자의 철학과 매매 성향에 따라 이미 결정돼 있다”며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좋은 기업 선정의 비법을 터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가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쉽게 비유하자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 개인에게 담보를 요구하고 이자 상환 능력을 보는 것과 같은 기준이다. 먼저 좋은 기업은 자산이 충분해야 한다. “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를 요구하는 것처럼 주주가 될 사람은 기업이 불경기에 닥칠 것을 가정해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익이 나야 한다. “담보만 있어서는 안 되고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영자의 능력, 기술 개발 노하우, 디자인 실력 등 무형의 가치가 우수해야 한다. 결국 기본기가 튼튼한 회사가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그는 또 “마음에 드는 좋은 주식을 사더라도 매매 습관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매매 기법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주식 투자는 다이어트와 비슷합니다. 운동을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생각보다 체중이 줄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을 빼려면 식탐 제어가 필요하지요.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가 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기 때문인 것처럼 주식 투자 역시 기본적인 원칙을 간과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낭패를 봅니다. 결국 주식 투자는 욕심을 떼어내는 다이어트인 셈입니다.” 그는 “개미들이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 수익 나는 종목을 찾지 못해서라기보다는 한두 번의 큰 실수에 기인한다”면서 “다이어트 때 식욕을 자제해 투입량을 줄이듯 평소 철저한 손절매와 분할 매수, 분할 매도 등 작지만 중요한 투자 습관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 투자와 매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급등주만 찾아 단타 매매를 일삼으면 실패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선우선생은 이번에 출간한 ‘선우선생의 대한민국 주식교과서’에서 성공 투자 7원칙을 제시하며 욕심을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7원칙은 △공부하라 △손실은 자르고 이익은 굴려라 △확실한 기회를 노려라 △생존하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종목 선정과 매수 및 매도의 원칙을 정하라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등 예외 없이 투자 입문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올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채권과 부동산 시장이 고점을 이미 형성한 국면에서도 강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채권과 부동산보다 주식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주식 투자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주식 투자에는 돈을 잃을 수 있는 금전적 리스크와 더불어 괴로워하고 초조해하는 심리적 비용이 들어가 있다”며 “10년 후 주식 투자 성공으로 갑부가 된다고 해도 스트레스가 많으면 건강을 해치게 되고 많은 돈은 큰 의미가 없다”고 충고했다. 이는 투자 기준에 충족하는 우량 기업 주식을 사서 행복한 투자,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다.선우선생 추천종목 5선“LG 현진소재 금호석유 호남석유 동양종금증권 유망”선우선생은 유망주로 LG 현진소재 금호석유 호남석유 동양종금증권 등을 추천했다. LG그룹의 지주사(LG), 풍력발전 부품 납품으로 각광(현진소재), 실적 호전이 가시화되고 있고 금호그룹 우량 계열사의 지분 보유(금호석유), 재무 구조가 우량하고 롯데그룹의 계열사 지분 대거 보유(호남석유), 자본시장통합법 수혜주(동양종금증권)라는 이유에서다.그는 “LG은 그룹의 비상장 우량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데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내년 말까지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진소재는 현재의 수익 구조도 좋지만 미래산업인 신자원주로 가치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주가 급등락 시기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은 있지만 산업이 유망하고 성장성이 좋아 장기적으로 보유할 경우 어느 정도의 투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유가 급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금호석유와 호남석유도 중장기 보유 종목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금호석유는 올 1, 2,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렌트카 지분 보유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남석유는 재무 구조가 우량하고 5000억 원이 넘는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롯데건설 지분 30%를 갖고 있어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재편될 경우 지주회사 후보의 하나로 꼽힐 수 있다는 것이 선우선생의 평가다. 동양종금증권은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 업종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수익 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장점이 돋보인다는 설명이다.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