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글로벌 시민 신분 증명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시...난민 및 저개발 국가의 새 희망
MS와 액센추어가 시작한 거대 프로젝트
(사진) 국가 기록 블록체인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2017년 6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 소프트는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엑센츄어와 손잡고 ‘글로벌 시민 신분 증명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엔(UN)이 공식 신분 문서가 없는 전 세계 11억 명의 사람들에게 법적 신분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주창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법적 정체성을 제공하면 난민들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 의료 등 기본권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여섯 명 중 한명 정도의 지구촌 시민들이 신분을 증명할 어떤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 무적자들은 기본적인 교육과 의료혜택에서 소외될 뿐만 아니라 난민인 경우에는 정치적인 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공조 아래 시리아 난민을 입국시켰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난민들의 신원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의 입국을 국가가 지원하는 셈이라고 비난하였고 이 논리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블록체인으로 구동하는 정보는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지구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접근이 가능하다. 상업 및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해당 난민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서비스 제공이 적합한지 판단 할 수 있다. 출생증명서나 기타 인증서가 없이 국가를 탈출한 난민도 이 시스템을 통해 신분을 증명하고 간단하게 금융서비스에 인증하거나 통신기기를 개통할 수도 있다.

신용도가 좋다면 난민 신분임에도 직업을 구할 수도 있다. 이는 비단 신분증이 없는 난민들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신분이 있다고 해도 신분증을 잃어버리는 경우나 신분증을 위조하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UN은 사람마다 다른 생체인식 코드를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지구촌 어디에서나 확인 가능한 블록체인에 심겠다는 의도다.

어깨의 맨살에 침을 꽂으면 출생지역, 출생년도, 학적기록과 범죄기록은 물론 금융거래내역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묵시록적 공상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른다. 그럼에도 개인의 ID를 그의 삶과 연결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작업은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의 시민들의 기회를 크게 확장하는 일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지구촌 시민들의 생체정보를 심어 개개인을 고유한 ID로 관리하고 여기에 덧붙여 문자로 기록할 수 있는 국가 기관과 기업의 정보들을 추가한다면 인적자본에 대한 금융공학이 고도화 될 것이고 저개발 국가나 난민들의 자녀들에게도 훨씬 다양한 기회의 사다리가 하늘로부터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비트퓨리 손잡고 정부 차원 블록체인 도입
2017년 4월 우크라이나가 블록체인 회사 비트퓨리(Bitfury)그룹과 손잡고 국가 기록을 블록체인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조지아(옛 그루지아)와 비슷한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로서는 두 번째다. 두 나라 모두 구 소련연방에 속했다는 점은 되새겨볼 만하다.

구 소련연방에 해당하는 나라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가 자국 국민들의 재산과 신분 정보를 블록체인에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에르난도는 ‘자본의 미스터리’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그는 페루나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이 자산을 자본화 할 수 없어서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끌어올 수 있으면 교육도 받고 사업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저개발 국가일수록 소유권이 불문명한 경우가 많아서 등기제도가 발달하지 못했다. 금융기관이 신뢰할 만한 자산이 적다는 건 선진국의 국민들처럼 집이나 신분을 담보로 학자금이나 사업자금을 끌어 오기 어렵다는 의미이고 결국 날품팔이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본화 할 수 없는 자산을 ‘죽은 자본(dead capital)’이라고 부른다. 빈곤의 원인은 시간에 대한 시각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삶의 지평이 짧을수록 저축보다는 소비를 즐기며 그것도 당장의 생존과 감각적 쾌락을 충족하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 죽은 자본 때문에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빈곤의 사회문화다. 소유권에 관한 신뢰할만한 기록과 등기제도가 갖추어진다면 빈곤의 문화는 발전의 문화로 바뀔 수 있다.
에르난도는 빈곤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서 글로벌 어워드 포 엔터프리너십리서치(Global Award for Entrepreneurship Research)라는 상의 2017년 수상자로 뽑혔다. 그는 저개발 국가 정부를 대상으로 국민들의 재산권을 블록체인화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득을 지속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돋보기: 신원정보와 보험산업] 금융혁신 주도하는 비트퓨리
MS와 액센추어가 시작한 거대 프로젝트
국가 기록을 블록체인에 심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뛰어든 비트퓨리의 관심은 다가올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2017년 6월, 비트퓨리 그룹이 보험자문회사 리스크 코퍼레이티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600억 달러 보험 중개시장에서 블록체인 디지털 대장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리스크 코퍼레이티브는 전자상거래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 노출되기 쉬운 보험사기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는 데 블록체인 시스템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은 통계를 활용하여 위험을 관리하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십만 명이 한명의 암환자를 지원하는 구조는 모든 보험업의 기본 골격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정보비대칭에 의한 시장의 실패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장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보험회사보다 보험가입자가 더 많이 알기 마련이므로 보험에 가입하려는 이들은 평균보다 건강관리를 덜 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보험금과 보험료, 그리고 암에 걸릴 확률을 계산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험 추구자들이 보험에 가입할수록 보험금 지출은 늘어난다. 따라서 회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보험료가 올라갈수록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이들에게 보험상품의 매력은 더 떨어진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강화되면 민간 보험시장은 존립자체가 어렵다. 결국 모험 추구자들만이 보험가입자로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회사들은 양질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도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가입자들을 꿰뚫어보는 보험회사가 위험을 피하면서 가장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사람들의 개별적인 정보를 확보하는 일은 보험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승부처이다. 가족관계는 물론 범죄, 학력 및 취업 기록을 확보하면 보험회사는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정상적인 보험 가입자들로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자신의 정보가 좋을수록 더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시장이 과학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될수록 좋은 정보를 위해 노력할 경제적 유인이 늘어나는 셈이다. 비트퓨리는 저개발국가 국민들의 자산과 신변에 대한 기록을 관리하는 사업을 통해 향후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에서 막대한 금융사업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