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HR, 73억원 규모 자사주 매각 ‘올빼미 공시’ 이후 주가 하락
-이사진 3명, 악재 공시 전 보유 주식 매도…주주들 ‘부글부글’
-금융당국, 미공개 정보 거래 의혹 조사 나서나 ‘촉각’
[단독] ‘내부 정보 알았나?’ 사람인HR, 악재 전 주식 매도 논란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인 사람인에이치알(사람인HR)이 최근 73억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가운데 회사 이사진이 자사주 매각 공시 직전 보유한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를 침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자사주 대량 처분 결정 공시를 하기 직전 이사들이 주식을 매도한 것과 관련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사람인HR은 다우그룹 계열로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을 운영 중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람인HR의 자사주 매각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주주들이 자사주 매각 공시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성 주주서한을 보내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돌입해 사태 향방이 주목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주주가 금융감독원에 회사 이사진들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신고한 것과 관련 실제 금융당국의 조사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사람인HR은 1월 17일 오후 4시 2분 자기주식(보통주) 23만주를 장내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한 거래 활성화를 위해 자사주 23만주를 1월 20일부터 4월 17일까지 키움증권에 위탁해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23만주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 총 63만주 중 36.5%에 해당한다. 처분 대상 주식 가격은 3만1850원, 처분 예정 금액은 73억2550만원이다.

사람인HR의 주가는 자사주 매각 공시일 이후 첫 거래일인 1월 20일 5.70%, 21일 2.68% 하락했다. 공시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주주들은 사람인HR이 자사주 처분 목적으로 공시한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한 거래 활성화’에 대해 “회사가 의도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악재 공시를 내면서 공시 직전에 이사들이 모두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한 자사주 처분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통상적으로 주식의 유동성 제고는 주식분할과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출연,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교부, 주주환원을 위한 자기주식 소각 등의 경우가 자사주 처분의 대표적인 예다.

사람인HR은 주식의 유동성을 제고하기 위해 매매하는 것처럼 공시했지만, 주주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11월 기준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인HR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2억원과 단기금융상품 456억원 등 보유 현금이 많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일 거래량의 10배 수준인 23만주를 매도하겠다는 공시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행동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주주들의 입장이다.

또 대규모 장내 매도는 회사가 자신이 보유한 자기주식의 가치가 고점이라고 판단했거나 회사에 운전자본이 부족하다는 등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평가된다는 것이 주주들의 핵심 주장이다.

주가 부양 등 회사의 이익과 관계없는 자사주 처분 공시 결정과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이라는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인 해외 자본시장의 기조는 물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정책과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사주 처분 공시 직전 이사 3명이 보유한 주식을 연이어 매도한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19년 12월 24일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로 회사 주식 9000주를 취득했던 이사 임 모 씨는 사람인HR의 자사주 처분 결정 전인 올해 1월 10일 200주를 장내 매수한 이후 총 보유 주식 92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사 이 모 씨는 올 1월 13·14일에 걸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6000주를 모두 매도했다. 등기이사이자 회사의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 모 상무는 1월 17일 보유 주식 1만주 중 7177주를 매도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사들의 매도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주주가치를 크게 침해하는 사항으로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라는 것이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주식거래를 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주얼리업체 제이에스티나는 최근 영업적자라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악재를 공시하기 전 보유 주식을 매매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대표이사 등이 구속기소 된 바 있다.

이처럼 사람인HR에 대해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주를 대리해 회사 측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창천 관계자는 “상장사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의사결정을 한 것도 문제지만 공시 전에 회사 임원진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은 자본시장법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며 “이는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의 가능성도 있어 금융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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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